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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클라리넷오중주 B단조 작품번호 115
브람스 클라리넷오중주 B단조 작품번호 115
  • 의사신문
  • 승인 2011.11.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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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삶을 담담하게 그려…늦가을의 정취 가득

이 작품에는 브람스가 삶의 마지막 시기에 지난 삶의 뒤안길을 뒤돌아 본 감상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감미로웠던 젊은 날의 추억을 관조하면서 체념과 가슴을 죄는 듯 깊은 고독이 농밀하게 응축되어 있는 그의 `백조의 노래'이다. 작곡 당시 브람스의 가슴에 자리했던 모든 감정이 담겨있는 작품으로 형식면에서도 가장 원숙하게 다듬어진 실내악의 걸작이다. 모차르트도 말년에 클라리넷오중주를 남기고 있어 어둡고 애수에 찬 클라리넷 선율은 각별히 두 작곡가 만년의 마음에 친밀하게 다가 간 듯하다.

클라리넷의 어원은 작은 트럼펫(Kleine-trompete)으로서 최초로 클라리넷을 개발한 사람은 남독일의 플루트 제작자인 데너와 그의 아들이었다. 이 악기의 음색이 트럼펫과 유사하여 클라리넷이라 부르게 되었다. 관악기 중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가장 닮았고 폭넓은 표현력과 풍부한 음색을 가진 클라리넷은 평소 브람스가 좋아했던 악기로 말년에 그의 심정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악기로 사용되었다.

브람스는 57세인 1890년 현악오중주를 완성한 후 작곡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인생을 정리하고자 유서를 쓴다. 그러나 이듬해 마이닝겐에서 클라리넷 연주자인 뮐펠트의 뛰어난 연주를 듣고 강한 인상을 받아 그를 위해 마지막으로 새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 후 뮐펠트를 위해 클라리넷삼중주,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위한 소나타 2곡 그리고 클라리넷 오중주 등 클라리넷 작품을 4편이나 쓰게 된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었으며 브람스 만년의 원숙미가 스며있어 곡 하나하나가 걸작이다.

실내악곡 중 클라리넷오중주와 함께 클라리넷삼중주는 클라리넷, 첼로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브람스가 가장 좋아했던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클라리넷의 주된 주제가 고독이라면 이 삼중주의 정서는 그리움이다. 아득한 추억을 더듬는 듯 애틋한 동경이 가득 차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심연에 빠지게 한다. 이 삼중주의 제1악장에서는 아득한 추억을 더듬는 듯 애틋한 동경으로 가득 차있어 풍부한 낭만성을 표현하고 있다.

주로 클라리넷과 첼로의 대화에 의한 캐논풍으로 전개해 나간다. 제2악장에서는 도입부의 나른한 듯 포근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주제는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 애수로 가득 차있다. 제3악장은 미뉴에트와 트리오로 구성되어 대위법적으로 주제를 전개해 나간다. 제4악장에서도 첼로와 클라리넷이 번갈아 가면서 비슷한 대위법적인 캐논 형식의 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 바로크적인 전개를 하면서 그 속에 낭만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 브람스가 바흐를 경도하여 표현한 그만의 음악적 특성이 엿보인다.

브람스의 음악세계에서 실내악 작품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타오르는 자신의 내면 감정을 담아내는데 가장 적합한 음악형식이 실내악이었기 때문에 그의 실내악 작곡에 대한 열정은 평생을 두고 지속되었는데 특히 그의 말년의 클라리넷오중주와 클라리넷삼중주는 그의 실내악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제1악장 Allegro 가요풍의 제1주제를 바이올린이 노래하고 클라리넷이 카덴차를 차분하게 노래하며 서정적인 제2주제들을 클라리넷은 긴장을 풀지 않고 우아한 코다로 다가간다. 보기 드물게 명상적이며 즉흥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제2악장 Adagio 클라리넷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지나치게 느리지 않으면서 열정적인 곡조를 자제하고 있다. 내성적인 깊은 감정과 긴장이 뒤섞이면서 노년으로 접어든 작곡가의 고뇌와 동경이 교차되고 늦가을 밤의 외로움에 찬 흐느낌으로 다가온다.

△제3악장 Andantino-Presto non assai 온화하게 시작하는 서주는 상냥한 미뉴에트와 렌틀러이 섞인 형태로 매혹적이고 쾌활한 헝가리적인 요소를 섞으면서 서서히 고조한다. △제4악장 Con moto 현악기들은 주제를 노래하고 클라리넷은 소박하게 이따금 브람스 특유의 기법으로 힘을 더해 주면서 차분히 곡을 마감한다.

■ 들을만한 음반: 레오폴드 블라흐(클라리넷), 빈콘체르트하우스사중주단[Westminster, 1952]; 칼 라이스터(클라리넷), 아마데우스 사중주단[DG, 1967]; 데이비드 오펜하임(클라리넷[CBS, 1963]; 자비네트 마이어(클라리넷), 빈 사중주단[EMI, 1990]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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