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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로 결투해 주마 - 루돌프 비르효
`소시지'로 결투해 주마 - 루돌프 비르효
  • 의사신문
  • 승인 2011.11.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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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변호사여야 한다”

세상을 치료하고자 했던 괴짜 의사 - 루돌프 비르효(Rudolf Virchow)

오늘은 아빠가 요리사. 오늘의 음식은 맛있는 핫도그! 살짝 구운 핫도그 빵에다 길쭉한 소시지를 끼워넣고, 피클에다 양상추. 그리고 토마토 캐첩을 발라줄까? 아니면 연겨자 소스를 발라줄까?

“우와! 핫도그. 그런데, 핫도그는 나무 막대기에 끼워주는데?”

그렇네, 핫도그는 나무막대기에 끼워야 제 맛인가?

“아빠, 막대기에 끼워주세요”

허허, 막대기에 끼워주는 소시지는 우리나라에서만 핫도그라고 부른단다. 다른 나라에서는 콘도그(Corn Dog)라고 부르지. 오늘은 소시지를 빵에 넣어 먹자.

“아빠 핫도그에 들어있는 소시지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정말 그렇네. 소시지가 길쭉해 소시지로 칼싸움을 해도 되겠다. 그럼 오늘은 정말 소시지로 결투한 이야기를 해줄까?

때는 바야흐로 독일이 처음으로 통일되던 19세기 중엽, 불같이 뜨겁고 화끈하게 살았던 주인공 두 사람으로 첫 이야기를 시작할게. 한 사람은 `의학의 교황'으로 불리는 의사 `루돌프 비르효'이고, 또 한 사람은 통일 독일제국의 첫 총리인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란다.

비스마르크는 취임 첫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지.

“오늘의 문제는 그럴 듯하게 말하거나, 많은 사람이 원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철과 피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이때부터 비스마르크는 `철과 피', 다시 말해 철혈재상이라고 불리게 돼.

비르효는 병리학의 역사를 비르효 이전과 비르효 이후로 나눌 정도로 유명해.

아빠, 그런데 병리학이 뭐예요?

병리학이 뭐냐구? 병리학이란 사람의 조직을 이용해 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의학의 한 분야지. 비르효는 처음으로 `모든 세포는 앞에 있던 세포에서 생겨난다”라고 말한 병리학의 선구자로 꼽혀. 그런데 비르효는 의사로서의 생활보다 불같은 성격과 더불어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베를린대학의 총장까지 지냈던 파란만장한 삶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그런데 비르효는 논쟁을 하다가도 갑자기 그만두는 등 엉뚱하고도 돌발적인 태도로 괴짜 의사라는 소리를 들었어.

비르효가 베를린대학 교수 시절에 이야기야.

당시는 유전학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였는데, 하루는 인간의 재능이 유전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토론이 격렬했어.

그런데 비르효가 갑자기 일어나 이렇게 말하고는 휙∼ 나가버렸어.

“재능이 유전되느냐, 않되느냐는 어렵지 않아요. 우리 대학 교수만 보아도 그렇지 않습니까? 교수 자리를 차지하는 재능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유전될 뿐만 아니라, 껑충 뛰어 사위에게도 유전되더군요”

동료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아버지가 농사꾼인 비르효는 절대 교수가 되어 베를린의대 있을 수가 없었지.

비르효가 외과의사로 근무하던 어느해 전염병이 유행하자 정부에서 비르효를 파견했어. 그는 발진티푸스에 대한 보고서 하나로 아침에 일어나보니 유명한 스타가 되었어. 비르효는 전염병의 유행은 나라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지.

“의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변호사여야 한다”

“아빠, 그러면 변호사는 뭘 해요?”

글쎄다. 의사가 변호사가 되면 변호사는 의사가 되어야 하나?

하여튼 비르효는 세상을 바꾼다며 정치에 나섰고, 그 때문에 그만 베를린대학에서 쫓겨나기도 했어.


병리학의 선구자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기도
전염병의 국가 책임론 주장·비스마르크와 결투 등 파란만장


그런데, 비스마르크가 총리로 임명되던 해에 하필이면 비르효가 하원의원으로 선출되었지 뭐야. 비르효와 비스마르크는 서로 너무나 다른 기질 때문에 보기만 해도 으르렁거렸어. 어느 정도였냐 하면 말이야, 비르효는 군복만 봐도 비스마르크의 얼굴이 떠올라 소리쳤다고 하지.

“얼간이 복장으로는 시험장에 절대 들어올 수 없어!”

할 수 없이 학생은 군복을 갈아입고 시험 쳐야했을 정도였다네.

그러던 어느 날 비르효가 하원 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을 때 비스마르크가 요구한 독일의 해군 예산을 거절하는 사건이 일어났어. 비스마르크는 생각했어.

“비르효, 이놈! 더 이상 놔두지 않겠어”

비스마르크는 비위에 거슬리는 적수를 제거하기 위해 비르효에게 조금 치사하게 결투를 신청했어.

당시에는 결투가 유행이었단다.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이나 프랑스의 수학자 갈루아도 결투하다 죽었어. 비스마르크는 학교 다닐 때부터 결투를 밥 먹듯 즐겼다는데, 글쎄나…, 비스마르크와의 결투에서 몸 성한 사람이 없었다고 해. 모두 죽거나 절룩거려 목발을 짚는 신세가 되었다는 말이지. 비스마르크가 콧수염을 길게 기른 이유도 결투하다 다친 상처 때문이라고 하니 말이다.

“아빠!!, 아빠가 비르효를 좀 도와주세요”

그럴까? 윤아. 그런데 드디어 날이 밝았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장에서 비스마르크는 칼과 창을 던지며 먼저 무기를 선택하라고 윽박질렀지.

그때 비르효가 비스마르크를 향해 큰 소리를 질렀어.

“비스마르크! 당신은 칼과 창을 사용하지만 나는 칼도 창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그런데도 칼과 창으로 결투한다면 당신만 유리하잖아”

비스마르크가 음흉한 표정으로 말을 되받았어.

“비르효, 그렇다면 어떻게 하자는 말이야?”

그때 비르효가 갑자기 도시락을 꺼내었지 뭐야.

“여기 도시락 안에는 두 개의 소시지가 있어. 그중 하나의 소시지에는 독을 넣었고, 다른 하나에는 독이 없어.”

비르효는 피식 웃으며 말했어.

“야, 비스마르크! 자신 있게 먼저 선택하시오”

비르효가 정말 소시지에 독을 넣었을까? 하여튼 비르효는 당황한 비스마르크를 뒤로 한 채 엷은 미소를 띠며 결투를 피할 수 있었어.

“휴∼. 겨우 비르효가 살았네”

우리 윤이, 정말 마음 졸였구나. 하하∼. 이날 이후 비르효의 반대파들은 비겁하다며 비르효를 놀려댔어. 그러나 비르효는 몇 년 후 프랑스와 큰 전쟁이 일어났을 때 두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나가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참다운 용기를 보여주었어.

다시 비르효가 베를린대학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 예전보다 화도 덜 내고, 성격도 차분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바뀌었다지. 비르효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상대를 손쉽게 제압했고, 학생을 가르칠 때면 무서운 교수였지만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과 맥주 한잔을 함께 나누는 멋있는 의사로 변했어.

“꼬마 의사선생님∼”

학생들과 아픈 사람들은 키 작은 비르효를 이렇게 부르며 존경하였다고 그러네.

오늘 아빠 이야기, 끝∼.

“끝∼”

김응수 (한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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