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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102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102 
  • 의사신문
  • 승인 2011.11.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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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했던 친구와의 화해를 위한 선율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은 원래 브람스가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구상하고 있었던 작품으로 브람스가 이 곡의 형태를 바꾼 것은 그의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요하임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당시 브람스는 요하임과 소원한 관계에 있었다. 요하임은 소프라노인 부인과 브람스가 우정이상의 관계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고 있었으며 부인의 공개적인 연주 활동도 금하기까지 하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요하임은 브람스의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호의를 보였다. 브람스는 소원했던 요하임과 화해하기 위해 이 작품을 협주곡 형태로 바꿀 계획을 하게 된다.

1987년 봄 스위스 베른근처 툰에서 머무르던 중 이중협주곡을 구상하면서 요하임에게 그의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보내게 된다. “자네에게 예술적인 소식을 전하고 싶네. 그것에 자네가 흥미를 가져 주었으면 좋으련만…” 이에 대해 요하임은 바로 호의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답장을 보내게 되면서 그해 8월 전곡이 완성된다. 이런 배경으로 클라라는 이 곡을 `화해 협주곡'이라고 불렀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과 함께 브람스가 좋아하는 첼로를 접목하여 두 악기를 위한 소편성 협주곡 구성으로 고전주의 정신을 부활하고자 하였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적 교향곡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삼중협주곡의 영향을 받아 17∼8세기 합주 협주곡 형식을 취하면서 당시 유행하고 있던 바그너의 대편성에 맞서고 있었다.

사실 브람스로부터 작곡 구상을 듣고 클라라와 요하임은 이 곡에 대해 걱정을 하였다. 클라라는 그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로서는 첼로와 바이올린을 독주악기로 같이 한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악기 자체도 광채가 없어 협주곡의 장래가 걱정된다. 이것은 작곡가에게는 지극히 흥미로운 일이겠지만 그의 다른 많은 작품처럼 이 곡은 신선하고 온화한 작품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 곡은 두 악기에 모두 고도의 기교를 요하고 있으면서 변화가 가장 풍부한 두 현악기로 연주하기 때문에 두 독주자의 연주력과 표현의 풍부함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뉴만은 그의 저서 `브람스전'에서 이 곡은 잊힐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수한 연주자를 만나게 되면 그 효과는 마치 스위스 베른의 창가에서 위풍당당한 알프스의 전경과 아름답게 펼쳐지는 빙하의 풍광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 곡의 초연은 첼로 독주에 대해 자문을 하였던 요하임 사중주단의 첼리스트인 로베르트 하우스만과 함께 요하임이 바이올린을, 브람스 자신이 지휘를 맡아 그해 10월에 이루어졌다.

△제1악장 Allegro 오케스트라의 격정적인 주제로 시작한 뒤 브람스가 요하임에게 말을 걸 듯 첼로독주가 텁텁한 저음으로 노래한 후 독주바이올린이 카덴차를 연주하고 다시 대화하듯 첼로가 가담한다. 이어 젊은 시절 브람스와 요하임이 즐겨 연주한 이탈리아 작곡가 비오티의 A단조 협주곡의 주제가 나타난다. 바이올리니스트 미샤 엘만이 말한 것처럼 이 주제가 나타나면 이 악장의 서정성이 정점에 달하게 된다.

△제2악장 Andante 가을 석양이 질 무렵 한가로운 전원에서 신선하게 부는 미풍을 느끼게 하는 우아한 바이올린과 첼로의 유니슨이 조화를 이루면서 호른이 메아리처럼 선율을 이어받는다. 다시 독주악기들이 쓸쓸한 주제를 노래하고 목관과 함께 화음을 이루며 서서히 조용하게 사라진다. 문득 피천득의 시집 〈생명〉 중의 시 `제2악장'이 떠오른다. △제3악장 Vivace non troppo 첼로독주가 경쾌하고 아름다운 주제를 노래한 후 바이올린이 이를 반복하면 관현악이 주제를 단조로 반복한다. 점점 선율은 정점에 달하고 힘찬 화음이 이어진 후 막을 내린다.

■ 들을만한 음반 :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관현악단[EMI, 1969]; 지노 프란체스카티(바이올린), 피에르 푸르니에(첼로),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교향악단[CBS, 1959]; 헨릭 쉐링(바이올린), 야노스 스타커(첼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지휘), 암스테르담 콘세트헤보우[Philips, 1970]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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