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6〉
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6〉
  • 의사신문
  • 승인 2011.10.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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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자랑스런 심장 `직렬 6기통 M30'

며칠 전 강남구청의 차량 등록증 담당 직원은 매우 신기해했다. 필자가 차 한 대를 폐차하고 바로 똑같은 모델을 하나 더 샀던 것이다. 그 차는 란치아 카파 3.0L 모델이었다. 필자는 얼마 전 란치아 카파를 폐차했다. V6 엔진의 차였는데 알파로메오가 만든 V6 엔진을 한번 느껴보고 싶어 샀던 차다. 구입한지 1개월 만에 사고로 폐차되고 말았다. 그 엔진은 분리되어 보관용 카트에 올려져서 친구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현재 이 엔진은 학습용인 셈이다. 매우 아름다운 모습의 엔진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폐차하는 것으로 포기해야 하지만 얼마 전 필자는 공매로 헐값에 카파 한 대를 더 샀다. 그리고 다시 고생이 시작되었다. 하필 새 차의 엔진은 커다란 트러블을 만났다. 얼마 전 보관 장소인 평택시청에서 몰고 오다가 바로 오버히트하고 말았다. 만약 헤드에 열로 인한 변형이 왔다면 보관된 엔진은 학습용에서 부품용으로 바뀌겠지만 아직 모른다.

아무튼 이번에 복원할 차량은 가장 부드러운 회전을 보인다는 V6 엔진이다. 엔진을 뜯거나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V6 엔진의 정비성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V 엔진의 구조 때문이다. 배기구는 V 모양의 외부에 있어야하고 흡기구는 V 엔진의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V 엔진은 이 구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흡기 매니폴드를 다 뜯어내야 헤드에 간신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배기구의 모양도 엔진의 양측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복잡해지고 만다. L4(직렬 4기통) 엔진을 만지다가 V6 엔진을 만지면 정비가 복잡해지고 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플러그 하나를 교환하는 일에 반나절이 걸리기라도 하면 나머지 작업으로 하루는 금방 가버리고 만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하지만 6기통이라도 L6(직렬 6기통) 방식이라면 L4와 비슷한 정비를 할 수 있다.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만지고 복원 비슷한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V6는 문제라면 문제다.

요즈음 대부분의 중대형차들은 V6다. BMW L6보다 더 비싼 차들은 V6, V8 이거나 V12 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마도 L6의 대표적 차종은 앞으로 BMW 정도밖에 없을 것 같다. 엔진의 성능이 계속 좋아지기 때문에 BMW 엔진은 가장 우수한 L6로 남아있을 것이다(L6를 계속 만든다면).

BMW의 L6중 처음 유명해진 엔진은 M30이다. 지난번 적었던 것처럼 이 엔진은 당시의 유럽의 레이싱 대회를 석권했다. 최대토크는 4000RPM에서 최고출력은 5500RPM에서 나오는 이 엔진은 요즘의 DOHC 엔진처럼 고회전 중심으로 당시의 미국차들의 엔진과는 완전히 달랐다. 투어링 레이스에서 활약한 엔진이니 반응성이나 내구성이 모두 뛰어났다.

요즘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엔진은 성능이 뛰어난 것 보다는 내구성이 좋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아주 튼튼한 엔진도 아니었다. SOHC 헤드에는 많은 트러블이 있었고 EGR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미국에서는 몇 번이나 리콜을 반강제적으로 실시해야 했을 정도다. 헤드는 열에도 약했다. 과열되면 헤드는 쉽게 변형을 일으켰다. 타이밍 체인의 플라스틱 가이드는 장력을 잘 유지하도록 일정시기마다 체크해야 했으며 엔진오일도 가급적 좋은 것을 써야 했다. 주기적으로 메인터넌스가 이루어진다면(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조건이지만) 엔진은 별 트러블 없이 40만km 정도는 잘 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주기적인 메인터넌스에는 밸브간격의 조정도 포함된다. 3만km마다 점검을 해야 했다.

이런 조건들이 잘 지켜진 엔진들은 아직도 살아남아 구형 E34같은 차량들을 움직인다.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기 보다는 성실을 요한다. 사실 엔진의 우수함보다는 관리의 성실함이 오랜 기간, 긴 거리의 가혹한 주행을 가능케 한다. 메이커의 자랑이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오랫동안 차를 타면 메이커로서는 손해인 부분이기도 하다.

M30은 평가가 좋았고 오랜기간 생산됐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모델을 만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생산된 M30 엔진은 E34 535와 E32 730, 735에 적용됐다.

E34를 마지막으로 고전적인 BMW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SOHC 임에도 달리기 성능은 상당히 좋았고 세미트레일링암 방식의 차축에서 코너링도 뛰어났다. 요즘기준으로 보아도 배기가스 성능이나 연비도 좋았다. 실내는 상당히 협소하다. 이런 이유로 M30 엔진이 들어간 E34는 필자의 수집 목록에 들어있다. 이보다는 덜 귀하지만 M20 엔진의 E34도 관심이 있다. E34는 1988년부터 1996년까지 W124와 경쟁을 벌이던 차다. 럭서리급인 7시리즈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차종으로는 가장 중요한 세그멘트의 중심 차종이다.

E34와 W124가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프리미엄 차종에 들어서고 싶어하는 많은 메이커들이 고생을 했다. BMW와 벤츠의 역대 준중형차중에서 가장 인기도 좋았고 실제로 마지막으로 오버엔지니어링 했다는 차종들의 경쟁에 다른 차종들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푸조가 많은 준비를 한 605모델은 V6 엔진의 성능과 전기장치 트러블로 판매에 실패했다. 필자는 605를 한 대 갖고 있지만 아까운 차라고 생각한다. 진입장벽은 너무 가팔랐다. 푸조만이 아니라 준비를 많이 한 다른 메이커들도 실패했다. 바로 E34와 W124가 경쟁하는 프리미엄 또는 익세큐티브 중형차의 시장이었다. 엔진의 관점에서 본다면 BMW의 M20, M30 SOHC L6와 벤츠의 M103 SOHC L6 의 경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어서 DOHC L6의 경쟁이 시작됐다.

이 시기가 지나서야 렉서스나 다른 메이커들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조금씩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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