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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대지의 노래'
구스타프 말러 '대지의 노래'
  • 의사신문
  • 승인 2009.04.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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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의 시로 '영원한 이상향'을 노래


쇼펜하우어의 염세철학에 강렬한 인상을 받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던 우리 시대 마지막 낭만주의자 구스타프 말러. 그는 항상 죽음 저편에 도사리고 있는 피안의 세계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두려움을 함께 불태우면서 길지 않은 51년의 생애를 마쳤다. 이 곡은 그가 죽기 3년 전에 작곡됐다. 이 당시 말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 만년에 심장병이 악화되어 죽음을 예감한 말러는 이 작품을 통해 현재 세상인 대지를 통해 인생에 대한 염세주의와 탐미를 표현하였다.

19세기 낭만주의 물결의 도도한 분류를 타고 태어나 20세기 초엽까지 그 생애를 끌고 오면서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영원한 이상향에의 동경으로 가득 찬 것들이었다. `대지의 노래'가 태어난 배경도 그와 같은 말러의 인생관 위에 이루어진 `영혼의 노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말러가 동양사상으로의 접근을 강렬하게 추구하면서 이백, 전기, 왕유, 맹호연 등의 시 작품에 심취했었던 인간적인 면이 그대로 들어나 있다.

157년 전 보헤미아에서 태어난 말러가 1303년 전 중국에서 태어난 이백의 시 네 편을 여섯 개의 성악곡으로 재구성해 교성 교향곡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정말 경이롭다. 그가 동양의 도교사상에 얼마나 깊이 심취했는가를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미 8개의 교향곡을 발표한 바 있어 이 곡은 교향곡 9번이 되어야 하나 베토벤 이후 대부분의 교향곡이 9번에서 끝난다는 불안감 때문에 말러는 의도적으로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이 작품이 연주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1911년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제1악장 : `대지의 애수를 노래하는 술 노래'_ 이백의 시로서 “그대들의 금배를 비워라. 삶은 어둡고 죽음도 어둡다”라는 짧은 코다로 인생의 무상과 절망감을 노래하고 있다.

제2악장 : `가을에 쓸쓸한 자'_ 전기의 시로 가을의 깊은 시정과 감당할 수 없는 고독이 번져 나오는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나의 마음은 지쳤다…나에게 휴식을 다오… 나는 고독 속에서 한껏 울리라. 내 마음 속의 가을은 너무 길다. 사랑의 태양이여, 다시 한 번 떠오르지 않으려나. 나의 애처로운 눈물을 부드럽게 마르도록 해주지 않겠는가”

제3악장 : `청춘에 대하여'_ 이백의 시로 술로 근심을 풀며 세상에서 도피하려는 밝은 회화적 분위기를 노래한다. “작은 연못의 고요한 물위에는 모든 것이 이상한 모양으로 거꾸로 비치고 있네. 친구들은 곱게 차려입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짓고 있구나”

제4악장 : `아름다움에 대해서'_ 이백의 시로 꽃을 따는 아름다운 처녀들의 환상을 노래하며 상냥하고 고운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 커다란 눈의 불꽃 속에 뜨거운 눈길의 어둠 속에 마음의 흥분이 호소하듯이 아직도 흔들리고 있구나”

제5악장 : `봄에 취하는 자'_ 이백의 시로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가장 순수한 느낌을 주는 서정적인 곡이다. “인생이 한낱 봄의 꿈이라면 노력이나 노고도 쓸 데가 없다. 나는 마실 수 없을 때까지 종일토록 마시겠노라. 눈뜨면 무엇이 들리는가. 가만히 나는 듣고 있다. 새는 노래하고 웃도다. 나는 새로이 잔을 채우고 마시노라”

제6악장: `고별'_ 맹호연과 왕유의 시를 말러가 재구성한 것으로 가장 길고 이 곡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가장 격렬한 아름다움과 애절한 슬픔으로 삶의 `이별'을 노래한다. “봄이 오면 사랑하는 대지는 곳곳에 꽃이 만발하고 새로이 초록이 돋아난다. 곳곳에 그리고 영원히 먼 곳까지 파릇파릇 빛이 나리라. 영원히…. 영원히….”

■들을 만한 음반: 브르노 발터(지휘), 캐틀린 페리어(소프라노), 줄리어스 파차크(테너), 빈 필(Decca, 1952);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크리스타 루드비히(소프라노), 발터 베리(바리톤), 뉴욕 필(CBS, 1965); 오토 클렘페러(지휘), 크리스타 루드비히(소프라노), 프리츠 분데리히(테너), 필하모니아(EMI, 1967); 게오르규 솔티(지휘), 이본 민튼(소프라노), 르네 콜로(테너), 시카고 심포니(Decca, 1972)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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