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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2번 D장조 작품번호 36
베토벤 교향곡 제2번 D장조 작품번호 36
  • 의사신문
  • 승인 2011.09.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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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를 극복한 후 기쁨과 희망 노래

베토벤은 1798년 어느 날 청각에 이상이 있음을 느끼게 된 후 은밀히 여러 곳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듬해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한다. 당시 베토벤은 이미 교향곡 제2번을 머릿속에 어렴풋이 구상하고 있던 것 같다. 교향곡 제1번이 발표된 직후인 1800년 베토벤의 스케치 노트에는 교향곡 제2번의 서주와 주제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1802년 여름 본격적으로 교향곡 제2번 작곡에 돌입한다.

1802년에 베토벤은 빈에서 가까운 하일리겐슈타트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곳에서 비통한 심정과 세상에 대한 분노에 찬 마음으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쓰게 된다. 그러나 유서를 쓰면서 그는 다시 마음을 다지고 예술을 위하여 분연히 일어선다. 바로 그 유서 직후 완성된 작품이 교향곡 제2번으로 치명적인 귓병 때문에 고뇌하고 죽음까지 결심했던 시기에 작곡된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배경은 제1악장과 제2악장 일부에서 엿보이지만 곡 전체에 걸쳐 따스한 느낌이 흐르면서 무엇인가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고뇌를 극복한 베토벤이 지녔던 희망의 믿음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베토벤이 귓병을 치료하고자 머물고 있던 하일리겐슈타트는 조용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시골마을이었다. 어쩌면 이런 자연 속에 머물렀기 때문에 자살에 대한 충동을 포기하고 다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베토벤 일생의 모토인 `고뇌를 극복한 후의 기쁨'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 작곡된 다른 작품들도 어둡고 격정적이기보다는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1799년경 베토벤의 주변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32세의 베토벤 주위엔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된 테레제, 베토벤이 피아노소나타 〈월광〉을 헌정한 줄리에타 귀차르디와 같은 매력적인 여인들이 있었다. 한편 악보에 대한 출판도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훗날 교향곡 제2번을 헌정한 칼 리히노프스키 후작으로부터 연금도 받았다. 교향곡 제1번과 제2번을 연달아 완성하면서 베토벤의 작곡 양식은 놀랄만한 진보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교향곡 제1번의 제1악장 서주가 이전에 비해 훨씬 장대해졌고 제3악장에서는 이전에 주로 사용되었던 미뉴에트 대신 스케르초를 사용하고 있다. 교향곡 제2번에서는 제1번보다 훨씬 깊은 내면의 감정을 풍부하게 그리고 있으며 소재면에서도 후에 이어지는 주제부와도 좀 더 밀착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이 작품에는 악기사용이 좀 더 가볍고 묘한 변화를 보여주면서 보다 낭만적이고 따스한 감정이 숨겨져 있다. 한편 셈여림의 급작스런 변화, 조성 변화 등을 통해 스케르초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베토벤이 이미 교향곡 제2번 이외 이 시기의 다른 장르, 피아노소나타나 실내악 곡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제1악장 Adagio molto-Allegro con brio 장대한 서주는 서정적인 윤기가 흐르면서 극적인 힘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마지막 서주부분에서 급속하게 하강하는 바이올린을 저음의 첼로가 받아 활기차게 제1주제를 제시하는데 이러한 기법은 하이든, 모차르트에서도 발견되지만 음을 드라마틱하게 처리하는 것은 베토벤 특유의 기법이다. 대담하면서도 명랑하고 신선한 맛이 풍기는 경쾌한 악장이다. △제2악장 Larghetto 주제 선율이 빈의 춤곡과 연관이 있는 베토벤 특유의 절묘한 아름다움을 지닌 악장이다. 이 주제는 훗날 가사가 붙여져 가곡으로 편곡되기도 하였다. 곡 전반에 걸쳐 부드러운 감촉에 낭만적인 서정미가 풍기고 있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기존의 미뉴에트와는 사뭇 다른 스케르초의 해학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32세의 젊은 청년 베토벤의 자유분방한 독창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목관으로 부드럽게 시작한 후 현의 격렬한 움직임으로 옮겨가며 끝난다. △제4악장 Allegro molto 극도로 예리한 제1주제로 시작한 후 첼로가 부드러운 선율로 주제를 감싼다. 다시 발전부에서는 유머러스하면서도 극적이고 강력한 힘을 표출하고 있다. 곡 전반에 걸쳐 극적인 환희에 차 있으며 유머와 환희, 행복감에 젖어 막을 내리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76]; 칼 뵘(지휘), 빈 필[DG, 1972];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빈 필[DG, 1987];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교향악단[CBS, 1959]; 프란츠 브뤼헨(지휘), 18세기 관현악단[Philips, 198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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