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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의사회 인도네시아 해외의료 봉사기
서초구의사회 인도네시아 해외의료 봉사기
  • 의사신문
  • 승인 2011.08.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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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형<서초구의사회 회장>

박우형 회장
“정치·종교 떠나 의료 통한 휴머니즘 실천은 계속” 

제66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다니엘 바렌보임 평화 콘서트'가 열렸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에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이스라엘과 중동인으로 구성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지휘했다.

정치와 종교를 떠나 음악으로 휴머니즘을 구현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서초구의사회 역시 정치 종교를 떠나 의료를 통한 휴머니즘을 구현하고자 해외의료봉사를 하게 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의 의료봉사는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외곽인 땅그랑 지역에서 시행됐다.

인도네시아 한인회 초청으로 행사를 준비했고, 이 지역의 다문화가정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진료했다.

다문화가정이란 한국인과 현지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대부분이 한국인 아버지와 현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지만 한국인 아버지는 이미 본국으로 떠났고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로 아버지와는 현재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한인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의료봉사는 서초구의사회 의사 4명(박우형 안과, 이경상 내과, 임양희 내과, 김갑수 마취통증의학과), 서초구약사회 약사 4명, 자원봉사자 5명 등 13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였다.

약사회에서는 종합비타민, 구충제등을 많이 준비했고, 의사회에서는 의약품 준비는 물론 현지와 전화통화 및 이메일로 계속 연락하며 빈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해외봉사시 항상 문제되는 것이 의약품의 통관인데, 현지에 부탁하여 문제가 없다는 확답도 받았다.


■첫째날

인도네시아 해외의료봉사에 참가한 봉사단원들과 현지 한인회 교민들과 단체사진.
2일 오후 1시 모든 단원이 인천국제공항에 모여 결단식과 함께 수속을 밟고 오후 3시30분 대한항공 편으로 인도네시아를 향해 출발했다.

개인짐은 각자 간단히 준비하여 기내 운반을 원칙으로 했고, 의약품과 단체짐만 부쳤는데도 무게가 초과하여 약 20만원의 탁송료를 지불했다.

약 7시간의 비행 끝에 자카르타에 도착하여 통관수속을 밟는 도중 많은 의약품이 세관에 걸려 통관 할 수 없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한인회 부회장이 나서서 늦은 시간까지 세관을 설득했으나, 결국 통관할 수 없게 됐다.

작년 경우에는 편법이 가능하였지만 올해는 정식 통관이 아니고는 힘들다는 젊은 세관원의 말을 듣고, 인도네시아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늦은 시간에 호텔에 도착했고 다음 날 다시 통관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둘째날

한인회 부녀회와 자원봉사자들이 접수를 하고 있는 모습.
아침 일찍 일어나서(서울과 2시간의 시차가 있음) 통관된 약을 점검해 보니 약 2일간은 진료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통관 못한 약은 곧 통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먼저 진료를 시작했다.

건물 밖에 천막을 쳐서 환자가 대기 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측의 자원봉사자들과 한인회 부녀회에서 접수와 통역을 각각 담당했다.

건물은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어서 1층에는 약국을, 2층에는 4개의 진료과를 설치하여 환자를 진료했다. 그 건물은 한국인 선교사가 빌려서 다문화가정의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유치원 같은 곳이었다.

전기 사정이 열악하여 계속 정전이 반복되는 가운데(에어컨은 있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음), 각 과 별로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자원봉사자인 중학생들도 계속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환자를 안내하고, 의료진도 통역과 더위속에서 약 15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오후 진료가 끝나고 인도네시아한인회 주최로 저녁 만찬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한국인 식당에서 현지 소갈비와 소주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국가로 돼지고기는 금기시하고 소고기는 먹는데 한우보다 인도네시아 소의 크기가 작다고 한다.


지난 2일 서초구 의약사 회원 등 13명과 함께 인도네시아로 출발
자카르타 외곽 땅그랑 지역서 한인회 도움받아 이틀간 의료봉사
의약품 통관 문제로 더 많은 환자 돌보지 못하고 돌아와 아쉬워


■셋째날

진료를 하고 있는 서초구 의사회 회원들.
약이 얼마 남지 않아, 남은 약 만큼만 진료하기로 하고 진료소로 출발했다.

내과에는 고혈압과 당뇨환자가 많았고(더운 지방이어서 짜고 달게 먹는 식습관 때문인 것 같음) 안과 환자들은 40대 초반에서부터 노안이 일찍 시작됐다.

준비해 간 돋보기는 인기 품목이었다. 오전에만 거의 150명의 환자를 진료하였는데 벌써 약이 동이 나서 아쉽지만 진료는 이것으로 끝 마치기로 결정했다.

진료소에는 현지 교민회회원들이 많이 들러서 격려해 주셨는데,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규모 회사가 많았다.

외국에서 우리 국민이 성공한 케이스를 여럿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부인회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예정에 없던 시내관광을 한 후 땅그랑 지역 한인회장이 준비한 만찬으로 인도네시아 삼겹살을 한인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의료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 땅그랑 지역은 공단이 많이 위치하고 있어, 자카르타 외곽 지역이지만,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진료를 한 외곽지역보다는 병의 정도도 약하고, 위생도 지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지역에는 버려진 한인 2세가 많이 살고 있어 후에 대한민국의 위상에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넷째날과 그 후

새벽 4시에 일어나 국내선으로 발리로 이동했다.

모두 휴가를 반납하고 의료봉사를 했기에 하루 정도는 발리에서 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원숭이 공원(몽키 포레스트) 등을 구경하고 저녁에 호텔에 투숙했는데 일행들에게 설사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행 중 한 중학생의 증세가 심하여, 현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됐다.

발리 시내에 있는 외국인 병원을 찾아갔는데, 시설은 매우 깨끗하고 쾌적했으나 환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후 정도 입원하고 링거액을 맞는 정도였는데, 나중에 계산을 해보니 우리 돈으로 약 40만원쯤 되는 진료비였다. 현지 물가에 비하면 엄청난 진료비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싼 병원이어서 현지인은 거의 이용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의료보험 덕분에 저가의, 그러나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지만, 의사들의 희생에 의한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밤 비행기로 다음날 오전 인천공항에 우리 일행 모두 무사히 도착했다.

이번 의료봉사는 뜻대로 진행되지 못한 점이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귀국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도움을 주신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 서의모,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한양행, 유나이티드제약, 종근당, 중외제약, 삼진제약, 현대약품등 제약회사와 함께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박우형<서초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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