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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 외 다른 원인 개재될 수 없음을 증명해야 
의료행위 외 다른 원인 개재될 수 없음을 증명해야 
  • 의사신문
  • 승인 2011.08.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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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의 제 문제 〈7〉 - 수술 중 사망사고와 의사의 입증책임

■사실관계

환자 A는 1998년 1월 14일 심한 어지러움 증세 등으로 B병원 응급실을 통하여 입원하였다. B병원 소속 신경과 의사 C는 환자 A에 대한 문진 및 시진 결과 뇌경색으로 진단하여 항혈소판제재를 투여하였고, 그 다음날 실시한 MRI 촬영 결과 우측 소뇌에 다발성 소강성 뇌경색이 나타나고 현훈검사에서 중추신경성 현훈이 의심되자 같은 달 17일 지도교수와 상의하여 뇌혈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뇌혈관조영술 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무렵 환자 A의 어지러움증은 거의 호전되었고, 위 병원 소속 진단방사선과 의사인 D는 같은 달 21일 환자 A에 대하여 뇌혈관조영술을 하기 위하여 우측 서혜부 대퇴동맥에 카테터(도관)를 삽입한 다음 주사기를 사용하여 조영제를 투여하면서 4번 우측추골동맥을 촬영하던 중 환자 A가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여 검사를 중단하였으나 A는 이미 의식을 상실하였다.

같은 날 추적 뇌단층촬영을 시행한 결과 환자 A의 뇌간과 소뇌의 경색이 확인되었으며 그 후 A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같은 해 2월 5일 사망하였다.

A가 사망하자 A의 유족들은 사망이 진단 방사선과 의사인 D의 시술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고등법원의 판단 - 의사의 과실 인정
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하여 의료진의 시술과정에서의 과실과 시술 및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판단,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였다.

1) A가 뇌혈관조영술을 받다가 뇌경색이 발생할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동맥 내에 형성된 혈전이나 동맥경화덩어리가 떨어져 나가 뇌동맥을 막는 경우로 추단할 수 있다.

2) 위 혈전이나 동맥경화덩어리가 떨어지게 된 원인을 선뜻 단정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이 사건 시술과 A의 사망 사이에 다른 원인이 게재되었을 가능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3) A는 입원 후 치료를 받아 상태가 거의 호전되어 퇴원을 기다리던 중 발병 원인의 정확한 규명과 향후 치료방법을 위하여 뇌혈관조영술을 받던 중 혈전이 떨어져 기저동맥을 막음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4) 이와 같은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보면, 결국 A의 사망은 D의 시술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5) 결국 D가 뇌혈관조영술 시술 당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D의 과실이 인정되고, D가 소속되어 있는 B병원은 A의 유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뇌경색 환자 혈관조영술 중 사망…고등법원, 의사에 과실 판정
대법, “호전되도 재발률 높아 과실 인과관계 추정불가” 파기 환송
의료행위 특수성으로 과실과 결과의 인과관계 추정이 판결 근거

■대법원의 판단 - 의사의 과실 부정
그러나 대법원은 A의 기존 병력, 시술방법, 합병증과 뇌경색의 상관관계를 고려 사망과 시술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논리로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여 다시 심리하도록 하였다.

1) A의 사망원인은 뇌경색으로 A의 체내에 있던 혈전이나 동맥경화성 물질이 기저동맥을 막아서 발생한 것인데 이와 같이 혈전 등이 떨어져 나온 원인이 D가 조영제를 투여할 때 발생한 압력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2) D는 시술 당시 주사기를 사용하여 조금씩 조영제를 투여하면서 화면에 혈관이 보이면 더 이상 조영제를 투여하지 않고 잘 보이지 않으면 보일 때까지 조영제를 투여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3) A는 입원 당시 비만에 과도한 흡연·음주의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진찰과 정밀검사 결과 모두 망인이 중증의 뇌경색이라는 데 일치된 상태였다.

4) 혈관질환을 앓는 환자가 혈관조영술을 시술 받고 그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확률은 연구 결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 내외로 알려져 있는데, 혈관조영술 직후 환자상황이 악화된 경우 그것이 혈관조영술의 합병증인지 아니면 기존 질병의 악화인지 판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심지어 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들 중 혈관조영술을 받은 환자들과 혈관조영술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다가 검사 직전에 일정상의 이유로 취소되었던 환자들을 비교하더라도 합병증의 발생빈도는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 있다.

5) 뇌경색은 치료로 증세가 일시 호전되더라도 재발가능성이 높다.

6) A의 기존 병력, 뇌혈관조영술의 시술방법 및 위 시술과 합병증으로서의 뇌경색의 상관관계 등을 고려할 때, D가 이 사건 시술에서 한 조치 외에 혈관조영술의 실시에 있어서 혈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다 안전한 조영제의 투여량과 방법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하지도 아니한 채 막연히 소외 2가 조영제를 투여하면서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시술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

7) 또한 이 사건에서 D의 시술상의 과실이 아니더라도 이미 중증의 뇌경색 증세를 가진 A의 체내에서 혈전 등이 떨어져 나와 혈류를 따라다니다가 기저동맥을 막을 가능성이 배제될 수 없는 이상 망인이 입원 치료받는 며칠 동안 증세가 호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D의 시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정리·입증책임의 완화와 개연성 담보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과실이 있는지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입증책임의 완화가 인정되려면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기왕증)을 증명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다른 원인 개재의 가능성 존재, 기왕증의 존재 등)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이승우<법무법인 한중 변호사(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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