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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신뢰·직원 충성심 높이는 리더십을 키우자
환자의 신뢰·직원 충성심 높이는 리더십을 키우자
  • 의사신문
  • 승인 2011.08.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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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26〉

얼마 전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동네에 위치한 어떤 병원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사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이미 그 병원 충성환자가 되어 버린 그 주민은 병원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으며 특히 원장님이 너무 좋다고 했다. 사실 그 병원은 동네에서 꽤 오래된 규모가 좀 있는 병원이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는 곳이다. 요즘 병원들처럼 깔끔한 건물에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추었다기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물과 내부 모습이 병원의 나이를 가늠케 하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왠지 병원 세월만큼 검사하는 기기도 좀 오래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쉽게 찾아지지 않는 곳이었는데 동네 주민으로부터 적극적인 추천을 받고 가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썰렁했던 예전과는 달리 병원에 환자들로 넘쳐나는 것을 보며 그 비결을 분석하게 되었다.

병원의 성공 비결은 바로 병원장님의 리더십 곧 환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였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만 제 1내과, 제 2내과, 제 3내과를 비롯해 외과, 산부인과 등 조합해 열 명이고 간호사, 방사선 기사, 수납직원 등 병원에 소속된 직원들만 여럿인 제법 규모가 있는 병원임에도 원장님은 원장실이 아닌 병원 1층 로비에서 환자들을 일일이 응대하고 계셨다. 처음 병원에 들어섰을 때는 원장님이 병원에서 자원봉사 하시는 할아버지로 생각되었을 만큼 소탈한 모습으로 완전히 자신을 낮추시고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도움을 주고 계셨다. 물론 그 원장님은 전문 경영인이나 사무장이 아닌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의 자격증을 갖고 계신 전문 의사였다.

비가 오는 날은 환자들 우산도 정리해주고 접수 데스크에서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검사나 진단에 의문을 갖는 환자가 있으면 상세히 설명해주는 것도 원장님 역할이다. 필자에게 역시 친절히 인사를 건네며 “우리 병원에 처음 오셨죠? 우리 병원에 박사만 아홉 명이에요. 마음 편히 가지시고 검사 끝나면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꼭 듣고 가세요. 궁금한 것 있으면 다 물어보시고요.”라며 환자를 배려하는 것에서 나아가 은근히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에 대한 자부심을 전하며 병원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냈다. 그러다보니 유난히 충성환자가 많고 한 번이라도 병원에 왔던 환자들은 병원장님이 자신에게 직접 관심을 갖고 챙겨주는 것이 고마워서 다른 환자들을 또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이다. 병원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병원의 리더 곧 병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병원장이 솔선수범하여 먼저 환자들에게 낮아지고 환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밑에 있는 의사, 간호사들도 환자들에게 더욱 잘하게 된다.

실제 필자가 여러 병원에 교육을 다니다보면 환자가 많고 환자들에게 평이 좋은 병원들은 어김없이 교육을 진행할 때 맨 앞줄에 원장님이 앉아 계신다. 예전에 서울보라매병원 〈교수회의〉에서 원장님 초청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가 쓴 〈성공하는 의사들의 진료비법 24〉 책이 출간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이미 원장님께서 보라매병원 의사 선생님들에게 자비로 책을 구입해서 배포하셨다는 얘기를 들으며 감동을 받았었다. 강의 당일에도 역시 원장님께서 맨 앞줄에 앉으셔서 가장 열심히 들으시며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셨다.

원장님께서 워낙 적극적으로 강의에 참여하시니 하루 종일 진료보시고 피곤한 몸으로 참여하신 과장님들 역시 자연히 열심히 강의에 참여하셨고 강의가 끝난 후 질문 시간에도 흥미로운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 전국에 걸쳐 여러 병원에 강의를 다녔지만 자비로 책을 구입해 병원 의사들에게 선물하시고 〈교수회의〉에 직접 강사를 초청해서 강의에 힘을 더해주시며 적극적으로 임하신 원장님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보라매병원은 그 원장님이 재직하고 계실 때 여러 변화가 생기고 한층 발전하게 되었다.


병원장부터 환자에게 눈높이 맞춘 낮은자세와 배려 솔선수범을
봉직의·간호사 인간적으로 챙겨 자발적인 내제적 동기 이끌어야
리더의 자리를 벗어나 조직원의 자리에서 병원·환자를 바라보자



강조하지만 조직의 발전은 조직의 리더가 이끌어낸다. 이것은 많은 의사들이 근무하는 큰 병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간호사 두 명 있는 작은 병원일지라도 원장님이 간호사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일 때 병원은 발전한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필자가 아는 의사 선생님이 봉직의로 근무하며 경험했던 일이다. 당시 그 선생님이 봉직의로 근무했던 병원은 원장님 한 분과 두 명의 봉직의가 근무하는 곳이었다. 정형외과를 전문으로 보다보니 경미한 교통사고로 입원을 해서는 무조건 진단서를 길게 끊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 보험 처리가 안 되는 부분을 보험 처리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환자들이 많아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봉직의 선생님들은 불가피하게 매일 같이 환자와 언성을 높이는 일이 많았는데 언성을 높이고 있으면 늘 원장님이 나타나셔서 “선생님, 이 환자 분은 내가 담당할게요.”라며 환자를 친절하게 원장님 진료실로 데리고 가신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봉직의 선생님들에게 왜 환자와 언성을 높이냐고 주의를 주는 것도 아니다. 늘 “우리 병원에 거친 환자들이 많아 힘들죠? 어려운 환자들은 나에게 보내세요.”라며 까다로운 환자들은 직접 담당하셨고 본인 스스로 봉직의 선생님들에게 모범적인 의사의 모습을 보이셨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봉직의로 근무하는 병원을 내 병원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기 힘든 게 현실인데 어느 순간 봉직의 선생님들 모두 원장님처럼 환자들 살갑게 대하게 되었다고 했다.

특히 병원이 잘 되려면 조직의 리더가 조직원 곧 봉직 의사나 간호사들을 인간적으로 살뜰히 챙기는 부분도 중요하다. 원장님이 바쁘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시길 권한다. 기존 부서에 역할을 담당하게 해도 좋고 병원이 크지 않다면 간호사 혹은 원장 사모님이 이러한 역할을 맡으시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 필자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병원은 원장 사모님이 모든 병원 직원들을 살뜰히 챙기신다. 근무하는 의사 선생님들의 자녀 돌이나 학교 입학까지 늘 사모님께서 선물을 챙겨주고 명절 때면 늘 떡이랑 마음이 담긴 선물세트를 챙겨 주신다. 이것은 원장 사모님이 매일 병원에 나와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잘 하는지, 일은 열심히 하는지 매의 눈으로 관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아울러 좀 더 열심히 일했으면, 좀 더 환자들에게 잘 했으면 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우리 병원에 있다면 매 번 그 부분에 대해 지적하기보다는 관련 책을 선물하거나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해주길 권한다. 앞서 보라매병원장님이 의사 선생님들에게 필자의 의료 커뮤니케이션 책을 선물하셨던 것 역시 원장님께서 직접 “환자와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환자와 라포를 형성하시고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효과가 컸으리라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본인이 읽고 듣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내재적 동기를 이끌어 행동까지 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프랑스 사람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리더로 꼽히는 나폴레옹이 과거 한 전투에서 승리를 하고 병사들과 잔치를 벌였다. 잔치가 시작 될 무렵 목이 마른 한 병사가 손을 씻으라고 놔둔 물그릇을 잘 모르고 마셨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병사들이 손가락으로 그 병사를 가리키며 비웃을 때 그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나폴레옹은 “여러분, 그럼 우리 다 같이 건배할까요?”하며 그 역시 자신의 앞에 있는 손 씻는 물그릇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 역시 모두 똑같이 손 씻는 물그릇을 들게 되었고 처음 손 씻는 물을 마셔 웃음을 샀던 병사는 순간 나폴레옹에 대한 충성심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리더의 모습이다. 부하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하더라도 그것을 감싸주며 스스로 느끼고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병원의 성공을 위해 병원장님이 갖추어야 할 부분이다.

이것은 비단 병원이라는 조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칼럼에서 한 번 했던 이야기지만 과거 한 대기업 회장님께 초청을 받고 그 기업 임원 분들에게 강의를 하러 갔을 때다. 몇몇 임원분이 필자에게 다가와 조용히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사실 우리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우리 회장님만 바뀌시면 됩니다. 회장님께서만 권위와 고집을 좀 낮추시면 우리 기업은 훨씬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회장님을 좀 교육시켜주실 수는 없으신지요?”라고. 물론 필자를 초청했던 회장님은 그 강의에 참석을 안 하셨다. 곧 본인은 문제없으니 조직원만 교육받고 바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진정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조직의 리더인 병원장이 볼 때는 우리 병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여도 우리 병원의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리더의 자리를 벗어나 조직원의 자리, 우리 조직을 찾는 환자의 자리에 서볼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한 주는 조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한 주가 되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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