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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신체의학의 미래 서울서 찾는다
정신신체의학의 미래 서울서 찾는다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1.08.0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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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세계정신신체의학 학술대회, 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

제21회 세계정신신체의학 학술대회가 오는 25일(목)부터 28일(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정신신체의학의 새로운 비전: 과학과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국제 학술대회다.

정신신체의학은 건강과 질병에서 정신, 신체, 사회(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환자의 진료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1920년대에 정신과 신체가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신생물학’의 개념이 도입된 이후 사회적 요소(환경)가 추가된 생물정신사회적 모형으로 발전했다. 통합적 모형을 의학에 도입함으로써 생물학적 모형에 의존했던 기존의 건강과 질병의 평가 및 치료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이뤄졌다.

정신신체의학 중 최근 주목받는 것이 ‘신체형장애’다. 신체형 장애는 신체증상은 있지만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정신신체의학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장애 중 하나다. 일단 신체증상은 있으나 기질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면 신체형장애에 포함하게 됨으로써 진단의 오류가 일어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두통, 흉통, 복통 등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아가도 의사로부터 별다른 이상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몸이 아픈데 병원에서는 뚜렷한 병명을 알려 주지 않는다. 이에 실망한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여러 가지 검사를 다시 받게 된다. 결국 이런 환자들은 이른바 ‘의학적 고아’가 되는 셈이다. 이런 경우 환자는 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중복되는 고가의 검사로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때로는 무절제한 약물남용으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장기간 병원을 다녀도 낫지는 않기 때문에 나중에는 가족들과 갈등을 겪거나 심각한 경우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국내 연구결과 내과계 입원 환자들의 71%가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 악화되는 정신신체장애로 밝혀진 바 있다. 또 이들 중 4분의 1은 정신적 고통이나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 환자에 대한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6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다양한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미분형 신체형장애 유병률은 10~30%로 높지만, 다른 신체형장애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이런 장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고경봉 교수는 신체형장애에 유전적 특성이 관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경로의 세로토닌과 연관된 유전자 다형성을 조사한 결과, 유의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음을 2011년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 인터넷판에서 발표했다.

신체형장애가 정신사회적 및 문화적 인자들과 같은 후천적 요인들과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2008년 정신의학연구에서 신체형장애환자들의 신체증상이 불안장애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분노의 억압 및 불안과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05년 임상정신의학지(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서는 신체형장애가 분노억압과, 우울장애는 분노표출과 더 연관되어 두 장애가 다른 양상을 보였음을 발표했다.

2010년 임상정신의학지에 신체형장애와 불안장애 간의 뇌혈류량을 비교한 결과, 두 장애가 비슷한 양상을 보였음을 발표했다. 따라서 신체형장애가 본질적으로 우울장애보다 불안장애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38개국 약 600여명이 참석해 신체형장애의 정체성을 확립할 계획이다. 또 통증과 감정, 의사-환자 관계의 정신생리, 정신면역학, 정신신체의학에서 유전자-모방성 문화정보-문화의 역할, 정신신체의학의 과거와 현재, 암환자의 정신사회적 문제와 치료가 다루어진다. 이외에도 초청심포지엄을 통해 정신신체의학의 새로운 비전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인 고경봉 교수는 “이 학술대회가 논란이 되고 있는 신체형장애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정신신체의학의 미래를 제시함으로써 암환자 등 많은 환자에게 환자 중심의 진료, 개인별 맞춤의학을 한 단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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