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1:38 (금)
베토벤 교향곡 제4번 B#장조 작품번호 60
베토벤 교향곡 제4번 B#장조 작품번호 60
  • 의사신문
  • 승인 2011.08.04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적 형식미와 시공 넘나드는 신비로움 가져

교향곡 제4번은 베토벤 일생에서 가장 평온한 시기의 작품이다. 이 곡을 쓸 당시 베토벤은 슐레지아 지방 글렌츠의 리히노프스키 후작의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는 요제피네 폰 다임 백작 미망인과 사랑에 빠져있었다. 이들의 사랑은 결국 이루지 못했지만 당시 베토벤에게는 가장 조용하고 행복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베토벤은 교향곡 제5번을 잠시 접어두고 교향곡 제4번을 단시일 내에 작곡하게 된다.

이런 배경으로 이 교향곡은 완벽한 고전적인 형식미가 넘치면서도 전곡에 흐르는 간결하면서 산뜻하고 우아한 표정 그리고 평온하면서 차분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곡으로 교향곡 제3번 〈영웅〉과 제5번 〈운명〉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슈만은 “이 작품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두 거인사이에 끼인 그리스 미녀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성적이고 영웅적인 개성이 강한 교향곡 제3번과 제5번 사이에서 마치 발랄하면서 밝은 미소를 띤 쾌활하면서도 변덕스러운 미녀와 같이 곡 자체가 전반적으로 매우 변화무쌍한 것을 비유한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하이든의 고전주의 교향곡의 명랑한 감각이 녹아들어 있으면서도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베토벤만의 유머러스하고 세련된 고전주의를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교향곡 제3번 〈영웅〉을 선보인 베토벤이 다시 제4번과 같은 작품을 쓴 데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지적이 있다.
 
베토벤이 슐레지아 지방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영지를 방문하여 교향곡 제2번을 선보였을 당시 하이든이 이 곡이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양식과 우아한 서정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이를 듣고 마음에 들어 했던 공작이 베토벤에게 교향곡을 의뢰하였기 때문에 이 곡은 공작의 취향을 배려하여 하이든적인 고전적인 산뜻함을 지니게 된 듯하다.

1807년 코리올란 서곡, 피아노협주곡 제4번과 함께 로브코비츠 공작의 저택에서 초연되었을 때 청중들은 제1악장 서주에서 신비롭고 어두운 색채로 가득 찬 현악기의 피치카토가 가미된 매우 느린 선율을 들으면서 어리둥절했다. 마치 정전되고 갑자기 불이 켜진 직후 방향감각을 잃은 듯 떠도는 악상은 심각한 분위기에서 하행 선율로 연달아 내려가면서 마치 다른 시공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 묘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이는 베토벤이 신성한 기운이 다가옴을 표현하는 경우 즐겨 쓰는 기법으로 교향곡 제6번에서도 자주 등장하게 된다. 마치 잔잔한 물결이 일듯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번갈아 동일한 패시지를 연주하면서 스테레오 효과를 나타내다 반복된 하강하는 선율은 자연의 신비함을 그리고 있다.

△제1악장 Adagio-Allegro vivace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함께 매우 신비로운 분위기의 느린 서주에서 바이올린이 몇 차례 솟구치려는 시도를 하다 결국 격렬하게 치고 올라가고 팀파니가 등장하면서 제대로 길을 잡고 활발하게 나아가면서 화려한 음들을 수놓기 시작한다. 팀파니의 활약 속에 현악기와 관악기가 서로 대화하면서 마지막 코다로 마무리한다.

△제2악장 Adagio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의 2악장에 비해 매우 느리고, 세련되며 우아하게 노래한다. 제2바이올린의 당기는 듯한 반주를 타고 제1바이올린이 주제를 노래하는데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아름답고 신성하기만 하다. 이러한 신비로운 템포는 훗날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제3악장에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제3악장 Allegro vivace 형식이 크게 확장되면서 독창적이며 매혹적인 스케르초 풍의 선율이 강조되면서 몸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 깃들어 있다. △제4악장 Allegro ma non troppo 회오리바람처럼 세차게 휘몰아치는 선율은 너무 화려한 색들로 채색되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연주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제1바이올린은 마치 파가니니 곡을 연주하듯이 매우 빠른 패시지를 끊임없이 연주해야 하고 관악기 주자들도 역시 매우 빠른 선율을 화려하게 연주해야 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즐거운 긴장감이 있어 매우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카를로스 클라이버(지휘), 바이에른 국립교향악단[Orfeo, 1982];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교향악단[CBS, 1958]; 칼 뵘(지휘), 빈 필[DG, 1972];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83]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