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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전달력·신뢰 높이는 제1순위 `명확한 발음
환자에게 전달력·신뢰 높이는 제1순위 `명확한 발음
  • 의사신문
  • 승인 2011.07.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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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23〉

언젠가 TV에서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 배우가 나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지금도 매일 빠지지 않고 발음 연습을 합니다. 발음이 대사 전달력을 넘어 배우로서 신뢰감을 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그 인터뷰를 보며 백 번 공감했고 그 배우가 참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메시지 나아가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환자의 신뢰도를 좌우하는데 발음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TV 토론회나 청문회, 정치인 선거 유세 등을 봐도 발음이 명확한 사람은 일단 똑똑하고 명확한 느낌을 주며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기본적으로 뉴스 방송이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귀에 잘 들어오는 것은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들이 발음이 명료하고 중요한 부분에서 친절히 짚어주면서 발음을 명확히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목소리, 발음, 말의 속도 등 메시지를 담아내는 말 그릇을 이야기할 때 발음을 매우 강조하는 편이다. 특히 의사나 법조인 같이 신뢰가 중요한 직종인 경우에는 (목소리는 타고난 음성 등에 따라 톤이나 음색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발음은 절대적으로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메시지에 신뢰를 줄 수 있으며 내용에 대한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더욱이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진료실에서 긴장하고 평소보다 주의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의사가 정확한 발음으로 얘기하며 환자가 꼭 알아야 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발음을 명료하게 내며 친절히 짚어준다면 훨씬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2004년 국내에서 출간된 잭 D. 핫지의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습관을 바꾸는데 21일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곧 필자가 지금부터 소개하는 정확한 발음 연습을 21일만 열심히 노력해본다면 지금보다 좀 더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신뢰감 주는 의사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먼저 정확한 발음을 위해서는 기본 목소리 위에 입과 혀를 적절히 잘 사용해야 한다. 적절한 크기로 입을 벌리고 혀를 발음에 맞는 정확한 위치에 위치시킬 때 발음도 명료하게 나올 수 있다. 종종 발음을 명료하게 내려고 모든 말을 입을 크게 벌려 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나친 것은 오히려 보기에 어색할 수도 있다. 각각의 발음에 맞는 명확한 입 모양을 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실제 소리를 내는데 중요한 모음은 성대에서 생겨난 소리가 공명을 일으키는 발음 기관(입, 코, 목구멍)에서 공기의 흐름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이 내보내면서 만들어지는 말소리다. 우리말에는 총 21개의 모음이 있는데, 단모음 10개(ㅏㅓㅗㅜㅡㅣㅐㅔㅚ ㅟ)와 복모음 11개(ㅑㅕㅛㅠㅒㅖㅘㅝㅙㅞㅢ)로 이루어진다. 특히 〈아-에-이-오-우〉 대표 5모음만 정확한 입모양으로 발음해도 발음을 명확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는 우리가 커다란 상추쌈을 먹을 때 입을 크게 벌리는 것과 비슷하다. 턱을 완전히 아래로 빼서 입 모양을 크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입은 가만히 있고 소리만 `아'로 내는 것이 아니라 입 근육을 쭉쭉 이완시켜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에'는 입을 가로로 벌려주는 모양이다. 입 꼬리가 `스마일' 하고 미소 짓듯이 위로 향해야 한다. 이때 혀가 입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며 입을 벌려준 상태에서 혀가 중간에 뜨지 않게 내려주어야 한다. `이'는 입을 가로로 쭉 찢는 느낌으로 `에' 보다는 입 꼬리에 힘을 더 넣어야 한다.

`오'는 입술로 원을 그린다고 생각하며 동그랗게 모아주자. `우'는 뽀뽀를 하는 것처럼 입술을 앞으로 내밀어준다. 이때 윗니와 아랫니는 자연스럽게 벌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모음이 소리를 내는데 중요한 만큼 문장에서 모음만 분리하여 연습하는 것은 발음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례로 `서울시의사회 의사신문'을 `어우이의아외 의아이우'식으로 모음만 떼어 연습한 뒤에 다시 `서울시의사회 의사신문'을 읽으면 훨씬 발음이 명확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듯이 발음을 형성하는데 혀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혀는 목소리 톤과도 관계가 있다. 혀가 높이 위치할수록 목소리 톤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낮고 안정된 목소리를 갖고 싶다면 혀를 가급적 바닥으로 내리고 이야기하길 바란다. 특별히 혀가 중간에 떠 있으면 종종 ㅅ발음이 정확히 나오지 않는 불상사도 생긴다. TV에서 어색한 연기로 패러디되는 것처럼 `사랑해'가 `따랑해'로 들리게 된다는 것. 실제 필자가 아는 의사 선생님 중에는 ㅅ발음이 잘 되지 않아서 “쑤쑬 날짜는 언제로 하씨겠뜹니까?”식으로 얘기하는 분이 계신다. 이렇게 ㅅ발음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혀를 내리는 연습만 열심히 해도 도움이 된다.


기본 모음을 정확한 입모양으로 발음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
첫 단어 첫 음절 강세와 중간 쉼을 정확하게 하면 전달력 높아져
문장을 단문으로 간결하게 구성…말끝 절대로 흐리지 말아야



기본적으로 혀를 내리는데 유용한 방법은 `하품하기'다. 하품을 하듯이 소리를 내면 혀가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혀가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이와 함께 혀끝으로 원을 그리면서 좌우로 움직여주는 것 등 운동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필자의 경험으로는 혀를 내리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은 목소리 톤을 의식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목소리 톤을 내리면 자연스럽게 혀가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명확한 발음을 위해 첫 단어의 첫 음절에 강세(accent)를 주면서 중간 중간 포즈(pause) 곧 쉼을 정확히 하는 것이다. 말에 강약이 없거나 쉼이 적절치 않아 단어와 단어가 구분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발음이 덜 명확하게 들린다. 그러나 첫 음절에 힘을 넣어 이야기하고 적절히 끊어 이야기하면 훨씬 전달력을 갖게 된다. 흔히 단어와 단어 사이의 리듬감이 똑같은 랩이나 중얼거림이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특히 의사가 환자에게 식이개선이나 치료에 대해 필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라면 더욱 강세를 넣어 말에 힘을 넣어야 한다.

무미건조하게 일정한 톤으로 이야기하면 환자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말에 다 강세를 넣는 것은 자칫 명령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 적절히 강약을 조절하여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참고로 한 글자씩 발음을 강조하는 것은 호흡이 많이 빠져나가 오랜 시간 많은 환자와 이야기해야 하는 의사들에게는 현실적으로 힘이 들 수 있으니 중요한 부분, 강조해야 할 부분에서 발음을 좀 더 힘 있게 해주길 권한다).

아울러 발음과 함께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 말끝 흐리지 않기다. 명료함과 신뢰감을 주는데 있어 정확한 발음이 중요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말끝을 흐린다면 발음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 만큼 말을 명확히 맺는 것은 신뢰도 면에서 중요하다. 그럼에도 실제 말끝을 흐리는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는 것에 놀란다.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말주변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습관적으로 말끝을 흐리는 경우다.

특히 문장이 길어지면 무슨 말로 시작했는지 주어 자체가 생각나지 않아 자연히 서술어 부분까지 흐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말끝을 흐리지 않는 좋은 방법은 일단 문장을 단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아무리 내성적이고 말주변이 없더라도 문장 자체가 짧으면 말끝을 흐리는 일이 훨씬 적어진다. 여기서 문장을 단문으로 만든다는 것은 한 문장에 접속사를 두 번 이상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했고, ∼해서, ∼하니, ∼했으나 식으로 접속사를 많이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문장이 길어진다. 이러한 접속사를 사용하는 대신 문장을 한 번 끝맺고 다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말을 명료하게 하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주어와 서술어가 많이 떨어져 있지 않다. TV 뉴스를 들어봐도 문장이 길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문어체인 신문 기사도 간결한 편인데 그 기사를 구어체로 바꾸는 TV나 라디오 뉴스는 더욱 문장이 간결하고 짧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달 15일부터 21일까지 미국과 일본 순방에 나섭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겠습니다”식으로 말이다.

아울러 말끝을 흐리는 것과 말끝을 내리는 것을 종종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말끝을 흐리는 것과 말끝을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 말끝을 내리는 것 곧 어미를 내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화자가 훨씬 품위 있어 보인다(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뉴스를 들어보면 앵커들이 의식적으로 어미를 다 내리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말끝을 흐리는 것은 자신이 없어 보이고 명확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달력을 상실하는 것을 넘어 말에 성의가 없다는 느낌까지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입모양과 혀 위치로 명료한 발음을 만들었다면 문장을 가능하면 단문으로 만들어 말끝을 명확하게 맺는 것까지 함께 기억하자.

의사가 본격적인 치료 이전에 설명에 있어 큰 신뢰를 준다면 환자들은 훨씬 더 믿음을 갖고 치료를 잘 따라올 것이 분명하다. 이번 한 주는 메시지 신뢰도를 좌우하는 명확한 발음에 좀 더 신경 써 보자.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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