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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8번 E# 장조 '천인 교향곡'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8번 E# 장조 '천인 교향곡'
  • 의사신문
  • 승인 2009.03.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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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와 구원을 노래한 '천인 교향곡'


1910년 9월 12일 교향곡 제8번의 뮌헨 초연은 말러에게 예전에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작곡가로서의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이 작품이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뮌헨 초연의 지휘자인 에밀 구트만에 의해서이다.

솔로를 포함해 858명의 성악가와 171명의 연주자가 이 연주회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청중이 약 3400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날 공연장의 전체 인원 중 약 25%는 연주자였던 셈이다. 연주회는 완전한 성공으로 끝났고 청중은 물론 연주자들도 환호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시기 말러는 매우 불행했다. 큰 딸을 잃었고, 빈 오페라에서 사직당하면서 심장병을 앓은 후였다. 게다가 이 연주회가 있기 얼마 전 부인 알마가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사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고통스러웠을 말러가 이 대작을 작곡했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말러는 부인의 내연관계가 밝혀진 편지사건 며칠 후 이 새 교향곡을 부인 알마에게 바쳤다.

교향곡 제8번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송가는 고대 학자 흐라바누스 마우루스(Flavanus Maurus; 776∼856)의 작품이고, 2부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이다. 이들 간에는 1000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다. 언어도 서로 달라 하나는 라틴어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어이다. 이런 두 시를 함께 연결시켜 사용하고 있는 말러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평론가 한스 마이어는 말러가 음악적으로 이 두 텍스트를 조화시키려고 했다면 이는 “종교적, 시적 남용이다”라고 악평을 했다. 이에 반해 평론가 슈테판 슈트롬은 “말러가 심리적으로 이 라틴 송가를 고찰하려고 한 것은 아니며 이 안에서 `절대성'을 추구하려 했을 따름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두 송가를 나열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러는 마우루스의 송가를 괴테를 통해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말러는 “지난 3주 동안 새로운 교향곡, 나의 다른 모든 곡을 준비과정 정도로 만들어 놓을 대작의 스케치를 완성시켰다. 하루는 한 고서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라틴 송가 부분을 펼쳤을 때 모든 것은 그곳에 있었다. 첫 주제뿐만 아니라 1악장 전체가 놓여 있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괴테의 시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찾지 못했다. 이 교향곡의 형식 또한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여기에서는 성악이 악기로 사용된다. 성악은 소리로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적 사고의 전달자가 되어 결국 진정한 교향곡이 완성된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곡은 말러 중기의 교향곡 중 마지막 것이지만 말러는 이 곡을 통해 이미 말기의 곡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내세와 구원의 주제로 향하고 있다.

제1악장 : 송가 Veni Creator Spiritus 흐라바누스 마우르스가 쓴 강림절 송가는 7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이사야서 11장 2절에 등장하는 영혼이 가진 일곱 개의 재능을 상징한다. 즉 영혼, 지혜, 지식, 분별력, 힘, 통찰력, 그리고 신에 대한 두려움이다. 악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성 음악의 기교는 실로 놀랍다. 두 팀의 합창이 들려주는 8성부에 소년합창과 8명의 독주자가 가세하고 오케스트라가 뒷받침을 한다. 많은 부분에서 이 모든 성부가 동시에 각각 다른 멜로디로 울리고 있다

제2악장 : `파우스트' 2부 중 마지막 장면의 이 내용은 죽은 후 성모 마리아를 숭배하는 박사(Doctor Marianus)라고 불리게 되는 파우스트가 승천한다는 이야기다. 내기에서 이긴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데려가려고 하자 어린 천사들과 속죄하는 한 여인이 성모를 설득하여 파우스트를 그들의 편으로 데려간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게오르규 솔티(지휘), 시카고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71);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DG, 1994);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DG, 1975); 클라우스 텐슈테트(지휘), 런던 필(EMI, 198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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