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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는 사고, 불법행위 상위개념으로 포괄 
뜻하지 않는 사고, 불법행위 상위개념으로 포괄 
  • 의사신문
  • 승인 2011.06.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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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의 제 문제 〈3〉 - 불법행위와 손해배상의 이해

■계약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

계약이란 사람 사이의 약속을 의미한다. 즉 A의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 줄테니 당신은 나에게 10억원을 달라'는 제안과 B의 `10억원을 줄테니 당신의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해달라'는 의사가 합치되면 A, B 두 사람 사이에는 매매라는 `계약'이 성립 된다.

계약 성립 후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A, B가 부담하는 법적 의무를 매매계약상의 의무 또는 줄여서 계약 책임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반면 불법행위란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계약이 양 당사자의 생각과 의사에 의한 약속이라면, 불법행위의 행위는 약속이 아닌 사고 또는 사건이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고'라는 개념을 불법행위에 대응시켜 보면, 교통사고, 의료사고, 산재사고의 표현과 같이 우리 주위에 우리의 뜻과 관계 없이 벌어지는 일들이 주로 불법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고는 불법행위의 상위 개념으로 불법행위를 포괄하므로 사고는 가해자의 `과실'없이 불법행위가 될 수 없다.

불법행위라는 단어의 나쁜 어감 때문에 `불법행위'라는 표현은 법정용어로만 사용될 뿐 사회 일반에 통용되지 않는다.

영미법계에서는 불법행위를 Tort라고 표현하는데, 이 Tort의 개념은 “A tort is something that you do or fail to do which harms someone else and for which you can be sued for damages.”으로 민사 소송을 전제하고 있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과는 다소 관점을 달리하고 있다.

■불법행위 법의 연혁
고대 함무라비 법전은 가해자에 대한 민, 형사 책임을 구분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응보형 복수를 인정하였는데, 그 범위는 동해 보복(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었다. 예컨대 남의 아들을 살해하면 살해한 자를 벌하는 내용이 살해자 본인이 아니라, `살해한 자의 아들'을 살해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성경의 출애굽기 중 살인에 관한 법령을 보면 “남을 때려 죽인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고,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에 관한 법령 중에는 황소가 남자든 여자든 사람을 뿔로 받아 죽였을 경우에는 그 황소를 돌로 쳐 죽여야 한다. 그러나 황소의 임자에게는 죄가 없다”고 하였으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손해를 야기한 주체를 소멸시키거나 동등한 수준의 피해를 입게 하는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고대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는 현대와 달리 보상적 성격보다는 징벌적 기능이 강하게 발휘 되었던 것이다.

불법 행위, 고의·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 가하는 것
손해 배상은 대부분 과실로 과실에 대한 평가문제로 귀결
과실, 주의 의무 다하지 못한것으로 상황따라 판단 달라져


그러나 점차 국가라는 개념이 강화되고, 전체 공동체의 이익이 강조되면서 불법행위와 관련된 성문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그 주된 내용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복수(동해 보복)를 금지하고, 그 속죄물에 대해 규정하며 신체 침해, 일반적 인격권 침해, 명예의 침해 등 개별적 위법행위의 태양을 구별하였고, 금전을 속죄물로 갈음하기 시작하였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손해배상의 징벌적 기능은 축소되었을 뿐 소멸되지 않았다. 그 사실은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불법적인 침해를 당하였을 때 느끼는 고통, 분노를 생각한다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만약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의, 과실로 인한 손해와 손해 감정에 대하여 국가와 사회가 피해자의 분노를 적정하게 처리하는 여과 장치를 법률적으로 마련하지 못하거나 손해에 대한 속죄물인 배상금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경우 피해자는 법정절차를 사용하지 않고 동해 보복 또는 직접적 유형력 행사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그리고 과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중 고의적인 행위에 의한 손해 발생의 비율은 낮고, 대체로 `과실'에 의한 손해발생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현대 법에서의 손해배상의 문제는 곧 `과실'에 대한 평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과실이란 무엇일까? “잘못했다”란 의미일까?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과실을 “일반적 보통인을 표준으로 하여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결한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역시 어려운 표현이다. 일반적 보통인이라니 흡사 1988년도에 유행했던 보통사람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일반적인 보통사람이라는 표현에 대해 대법원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부연설명이 필요함을 느끼고 “일반적 보통인이라 함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라고 보충 설명하고 있다.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결한 것을 과실이라고 평가한다는 의미이다.

위와 같은 과실 개념에 근거하여 대법원은 의료계의 의사에 대한 과실을 판단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사고에 있어 의료인의 과실은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의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과실 유무를 논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과실은 사회와 업무 그리고 직무의 수준, 환경 조건 등이 변화하면 그 잣대가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는 유동적 개념이다.

이승우<법무법인 한중 변호사(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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