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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자해 소동으로 상처 뿐인 영광만
의료계, 자해 소동으로 상처 뿐인 영광만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1.04.24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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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계가 오늘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의협 제63차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심각한 갈림길에 섰다.

이는 개원의들로 구성된 전의총 회원과 수련의인 전공의협 회원들이 경만호 의협회장에 대해 거세게 사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절차적 정당성 무시와 무례한 행동으로 일관, 노-소간의 기본 예의를 망가뜨리고 그리고 대학 등 봉직의와 개원의 간의 거리를 더욱 멀리 벌려놓았기 때문이다.

오늘 열린 총회는 당초 우려대로 시작부터 끝날 때 까지 야유와 욕설 그리고 정도 이상의 고함 등 파행적으로 진행, 경만호 집행부에 반감을 갖고 있던 대의원들의 마음을 오히려 역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초 오늘 총회는 어제 열린 정관개정 분과회의에서 의협회장 간선제 안을 포함시키기 않기로 해 큰 충돌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방청 회원으로 등록하고 참석한 200여명의 전의총 및 전공의협 회원들은 자신들의 뜻과 요구에 반할 경우, 어김없이 큰 소리로 소리치거나 심지어 ‘×새끼’라는 욕지거리를 남발, 의학회 소속 대의원인 노교수와 물리적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자 전의총 및 전공의협 회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듯한 이원보 감사 조차 “의협 정관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이를 따라줄 것”을 당부하고 설득하기도 했다.

오늘 총회에 참석한 개원가의 한 대의원들은 “오늘 총회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야유와 고함으로 마치 막 노동자들과 같이 회의진행을 방해하는 같은 동료 의사들의 행태는 결코 인정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의원들은 “참석자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비정상적인 회의진행 방식은 비록 오늘 성과가 있을지라고 ”의사들의 사회적 위상 하락은 우리 스스로 자인하는 결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학회 소속 봉직의 대의원은 “이제 더 이상 의료계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며 “그래도 최소한의 자부심마저 오늘 망가졌다”고 비참한 심정을 토로했다.

총회 본회의에 앞서 개회식에서 경만호 의협 회장은 인사를 통해 “회무처리가 미숙 혼란이 일어난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남은 임기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 전의총 회원들의 경 회장 사퇴 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36대 상임집행부 일동은 유인물을 통해 참석 대의원들에게 “그간 경 회장을 둘러싸고 수차례 물의가 빚어졌지만 그것은 경 회장의 책임이 아니다”며 “상임집행부가 잘못 보필한 탓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임집행부 일동은 “경 회장을 중심으로 36대 집행부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며 “의협 역사에 남을 성과를 남기는 성공한 집행부로 기록될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고 밝혔다.

또 상임집행부 일동은 “의료계를 위한 경 회장의 진정성과 열정을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고 상임진 또한 한번도 초심을 잃은 적이 없다”며 “상임집행부는 끝까지 경 회장과 운명을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 중요한 의료계 현안처리를 눈앞에 두고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의원총회는 폐회직전 결산승인 여부로 또다시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 박희두 의장이 대의원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 지난 해 하반기 결산을 다시 감사하고 한달 뒤 서면결의하는 것으로 임시봉합하고 긴 하루동안의 정기대의원총회를 마무리했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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