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1번 작품 331 A장조 `터키행진곡'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1번 작품 331 A장조 `터키행진곡' 
  • 의사신문
  • 승인 2011.04.20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반으로 되살아난 위풍당당 터키 군악대

어떤 이는 “어릴 때 모차르트로 시작해서 죽을 때 모차르트로 끝난다”고 하였고, 위대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은 “아이가 치기에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에는 너무 어렵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언뜻 단순하고 밝게만 보이지만 물 흐르듯 무리 없이 전개되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흐름 속에는 수많은 희로애락의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다. 이 소나타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그 희로애락의 수수께끼를 투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로지 자신이 걸어온 인생과 철학 속에서 아픔을 넉넉히 포용할 수 있는 연주자의 관용이야말로 청중에게 그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소 띤 얼굴로 차가운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모순을, 인생의 경륜으로 맞이할 때만이 성공적인 연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 예술세계에서 건반악기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린 시절 모차르트가 친숙했던 악기는 쳄발로와 클라비코드였고, 어른이 돼서야 포르테피아노를 알게 되어 이 새로운 악기의 성능이나 특성을 염두에 둔 다양한 장르의 피아노곡들을 쓰게 된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연주솜씨가 어려서부터 대단했던 것을 미루어볼 때 모차르트는 스스로 표현하길 원했던 많은 요소들을 명확하게 피아노 건반 위에 남겨 놓았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1775년 뮌헨에 머물며 쓴 연작을 비롯해 만하임, 파리 여행 때의 작품, 빈 시기의 작품은 피아노란 악기의 표현력을 능숙하게 발휘한 작품들이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1778년 파리로 음악여행을 하던 중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잘츠부르크에서 1783년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터키풍의 론도로 되어 있는 마지막 제3악장 `터키 풍으로' 때문에 `터키 행진곡'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터키 행진곡'이란 이름이 붙은 곡으로는 베토벤의 `터키 행진곡'도 있다. 극음악 `아테네의 폐허'의 4번째 곡인 오케스트라 곡에서 터키 군악대가 행진곡을 연주하면서 지나가는 장면을 묘사한 곡이다. 또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의 제3악장에서도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터키풍의 선율을 묘사했고, 모차르트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피'에서도 터키의 이국적인 매력과 풍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오스만 터키 제국은 세계 최초로 군악대를 정규병과로 개설한 국가였다. 오스만 군대의 군악대를 `메흐테르(mehter)'라고 부르는데, 메흐테르 군악대의 음악은 리듬, 형식, 악기 편성이 유럽 음악과는 많이 달랐으며, 팀파니와 비슷하게 생긴 큰북과 같은 타악기를 적극적으로 쓰면서 다이내믹하고 힘찬 소리를 만들어냈다. 위풍당당한 모습과 위협적인 음악으로 오스만 터키가 유럽을 침공할 당시 유럽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터키 군악대의 음악이 18∼19세기에 걸쳐 빈을 중심으로 유럽에 퍼져 폭넓게 유행했고,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터키 스타일을 모방하는 붐이 일어났다.

이 곡은 피아노 소나타이지만 소나타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구성의 모음곡 형식이다. △제1악장 Andante grazioso 독일 민요에서 유래된 선율로 된 주제와 6개 변주형식으로 되어 있다. 어느 선율 하나 버릴 것 없이 매력적이면서 뒤로 갈수록 차츰 기교의 수준이 높아진다. 제1주제는 훗날 맥스 레거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차르트 주제에 의한 변주와 푸가'에 사용되기도 했다. △제2악장 Menuetto e Trio 미뉴에트가 힘차게 출발하면서 일반적인 소나타의 특징과 다르다. △제3악장 Alla Turca-Allegretto 장식음을 아낌없이 이용하면서 A단조와 A장조를 훌륭하게 대비시키면서 마지막 코다에서 적절하게 소나타를 마무리 짓는다.

■ 들을만한 음반 : 발터 기제킹(피아노)(EMI, 1953); 마리아 조앙 페레스(피아노)(DG, 1990); 릴리 크라우스(EMI, 1958); 머레이 페라이어(피아노)(CBS, 1991); 잉그리드 헤블러(피아노)(Denon, 198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