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의협 정기대의원총회 개최를 앞두고 ‘와인 사건’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이 오늘(20일)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재차 말씀드리지만 와인 문제는 단지 비용절감 만을 생각했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경 회장은 그러나 “물의가 빚어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거듭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경 회장은 “법원이 이 사건의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믿는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만일 제게 잘못이 있다면 기필코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경 회장은 “그러니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은 의료계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 회장은 “근래 저의 의협 회장직 사퇴 주장이 대두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저의 사퇴가 의료계에 도움이 된다면 주저 없이 물러날 용의가 있고 저 역시 그간 사퇴를 고민해보지 않은 게 아니다”고 밝혔다.
경 회장은 “하지만 마무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다고 생각,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분투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사퇴를 요구한다면 회원들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경 회장은 서신문에서 “지난 2년 동안 저는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불철주야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그 결과 이제 하나씩 하나씩 그 성과들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나름대로의 헌신과 공로를 언급했다.
경 회장은 “그런데 뜻하지 않은 장애를 만났다”며 “이번 감사에서 불거진 2010년 설 명절 선물용 와인 구입과 관련한 의혹과 물의가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경 회장은 “사건의 전말은 임원회의에서 설 명절 선물로 와인을 구입키로 결정하고 별 생각없이 와인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저의 가족이 경영하는 아트센터마노(레스토랑)가 와인을 싸게 구입해 왔다는 데 생각이 미쳐 비서팀장에게 참고하라고 언급하고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 회장은 “당시 저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 문제가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그랬는데 최근 문제가 불거져 나왔고, 사실관계를 확인해본 결과 아트센터마노의 구 모 직원이 경영주와는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와인을 구입, 의협에 납품한데서 문제가 생겼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경 회장은 “구 모 직원은 아트센터마노 명의의 견적서와 가격비교를 위한 타 견적서를 의협에 보냈고 비서팀장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견적가가 싸다고 판단했을 뿐 아니라 면세라는 설명을 듣고 구매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경 회장은 “그런데 아트센터마노는 도매업체가 아니어서 와인 납품을 할 수 없음에도 구 모 직원은 이러한 사실을 비서팀장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와인을 구입하여 차익을 남기며 의협에 납품했음이 드러났다”고 해명했다.
경 회장은 또 “구 모 직원이 그 차익을 구 모 직원의 통장에 입금하여 아트센터마노의 일부 운영자금으로 썼음도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몇 일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어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다”고 밝혔다.
경 회장은 “당시 아트센터마노의 운영은 전적으로 구 모 직원에게 맡겨놓은 상황에서 구 모 직원이 와인 대금을 아트센터마노 계좌가 아닌 다른 직원의 개인 계좌를 통해 입금 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 회장은 “회원 여러분께서도 아시겠지만, 제가 지금 뭐라 해명하든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될 것”이라며 “제가 아무리 취지의 순수성과 결백을 호소하더라도 의혹을 잠재울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 회장은 “그래서 집행부에서는 소송심의특별위원회의 검토와 상임이사회의 의결로 구 모 직원을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사기 혐의로 어제 고소했다”며 “이는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 회장은 “현 집행부 들어, 막혔던 정부 및 국회와의 대화채널이 열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1차 의료 살리기를 위한 논의의 토대가 겨우 만들어졌다”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 회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구체적인 과실로 수확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30개 세부 과제에 대한 정부와의 협의를 잘 마쳐, 제도로 정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라며 “세부 과제는 하나 하나가 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제도 정착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 회장은 “지불제도 개선 요구,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 의료계에 대한 공세도 갈수록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를 여하히 막아내느냐 하는 것 또한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며 “의료계의 사활이 걸린 만큼 집행부에 힘을 실어달라”고 주문했다.
경 회장은 “저는 여전히 초심을 잊지 않고 있다”며 “잘못된 작은 제도 하나 바꾸기가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어렵고도 어려운 게 현실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는 등 분골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