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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4번 G단조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4번 G단조
  • 의사신문
  • 승인 2009.03.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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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순수성의 회복 위한 멜로디


1940년대 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신고전주의 영향으로 교향곡 제4번은 고전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어 마치 슈베르트의 곡처럼 느낄 수도 있다. 또 일부분에서는 보헤미아 민요풍의 멜로디가 녹아들어 있어서 말러를 잘 모르고 듣는 이들도 이 곡에 쉽게 접근하게 된다. 처음 발표될 당시 청중들은 교향곡 제2번, 제3번과 달리 이 곡의 신선함에 매료된다. 그 이유는 어린 아이들의 유희를 통해 천상의 기쁨을 묘사하고 있는 노래를 교향곡의 대단원으로 삽입했기 때문이었다. 작품 전체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노래인 천사가 부르는 `천상의 생활'은 이 마지막 악장에서 그의 깊은 감정을 교묘하게 표출시키면서 말러 특유의 반어적 기법을 잘 드러내고 있다.

말러는 함부르크 오페라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첫 겨울,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라는 19세기 민요시집에 심취해 이 시집의 여러 편의 시를 소재로 작곡을 하게 된다. 말러는 시에 담겨 있는 어린이의 꾸밈없는 순진성과 그 속에 내재된 고매한 감정세계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천국은 성자들이 모이는 잔치라는 환상을 가진 아이가 시기심으로 삐뚤어지게 되어 북치는 아이가 된다는 이 시의 내용에서 말러는 천상의 생활은 먹을 것이 가득 찬 곳이라는 아이의 환상과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아이가 여기저기에 있는 속세의 생활과의 대조적인 관계를 통찰하고 있다.

교향곡 제4번은 굶주림과 배부름, 속세의 지옥과 내세의 천국. 이 두 가지 요소의 뚜렷한 대조가 이 작품의 특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말러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로 작용한 것은 잃어버린 순수성의 회복에 대한 환상이었다. 이 환상이야말로 말러가 교향곡 제4번을 철학적인 진술로 승화시켜 나가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제1악장 : 도입부분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방울소리는 서리 내린 아침만큼이나 신선함을 던져주고 있다. 이 방울소리는 곡 전반에 흐르면서 마지막 악장에서도 다시 등장하게 된다. 이후 자연스럽게 흐르는 선율 가운데 작품의 중요성을 띠게 되는 모티브가 예기치 않은 시점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기법은 말러가 고전적인 음악적 관습을 무시하고 자기 방식으로 음악의 간결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2악장 : 죽음을 연주하고 있는데 한 때 말러는 이 악장에 `죽음의 무도'라는 표제를 사용하였다가 삭제했다. 현악기의 고음은 마치 뼈가 앙상한 손가락이 죽음을 부르는 신호처럼 들린다. 이 부분에서는 마치 슈베르트의 `마왕'이나 `죽음과 소녀'의 모티브를 느끼게 된다.

제3악장 : 죽음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말러는 “이 악장을 쓰면서 교회 성단의 양측에 새겨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초상의 모습에서 음악적 영감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눈이 부실정도로 찬연한 주제가 연주된 후 트럼펫에 의한 회개의 동기와 결합됨으로서 천국을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천국의 문'이 열리게 되는데 이 작품의 결론이기도 하다.

제4악장 : 마침내 이 부분에 와서야 작품의 표제적인 요소를 깨닫게 된다. 즉, 회개는 험한 길을 따라 천국을 향해가는 순례자처럼 앞 악장들을 통해 피날레에 도달하면서 비로소 얻게 되는 순수성의 회복인 것이다. 피날레에서 `천상의 노래'를 통해 처음의 방울소리와 함께 이 곡의 주제를 노래하고 있다. “천국의 기쁨을 누리니 세상의 모든 것이 필요치 않네. 세상의 고통 소리 천국엔 없으니 만물이 평온 속에 숨 쉬며 우리는 천사의 삶을 누리며 기뻐하네”

■들을만한 음반 : 브루노 발터(지휘), 데시 할반(소프라노), 뉴욕 필(CBS, 1946); 레오니드 번스타인(지휘), 레리 그리스트(소프라노), 뉴욕 필(Columbia, 1960); 오토 클렘페러(지휘),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소프라노), 필하모니아(EMI, 1961); 피에르 블레즈(지휘), 줄리안 반즈(소프라노), 클리블랜드교향악단(DG, 2000);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에디트 마티스(소프라노), 베를린 필(DG, 1979)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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