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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개량신약 통상압력에 좌초위기
국내개량신약 통상압력에 좌초위기
  • 김동희 기자
  • 승인 2005.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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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심사 기간 중 신규염 개량신약 허가신청으로 국내 제약업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슬리머 캡슐' 품목허가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품목의 경우 미국 통상압력에 밀려 허가가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품목 허가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식약청은 지난달 17일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슬리머 캡슐'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의견조회를 이유로 한미약품에 허가지연을 통보한 후 지금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한국애보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미국의 관계 행정부서 등은 식약청에 대해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슬리머 캡슐'이 `리덕틸 캡슐'과 동일한 품목임을 강조하면서 `슬리머 캡슐'에 대해 사실상 품목허가를 해주지 말 것을 수차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슬리머 캡슐'은 `리덕틸 캡슐(염산시부트라민)'과 주성분이 다른 메실산 시부트라민을 적용해 개발한 신규염 국산 개량신약으로 2003년 전임상을 완료하고 2004년 식약청의 승인 하에 임상 1상과 3상을 마쳤으며 현재 품목승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슬리머 캡슐'의 경우 `리덕틸 캡슐'과 주성분이 다름에도 식약청은 국내규정에는 없는 활성성분(active moiety)이 같다는 이유로 허가 심사를 지연하고 있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주장이다.  

이는 염이 다른 개량신약의 개발을 촉진하고자 관련 규정까지 개정한 2003년의 식약청 고시가 있음에도 국내법규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현재 식약청 및 복지부에서도 염이 다른 경우(예 : 관절염 치료제 디클로페낙, 항생제 에리스로마이신, 남성호르몬제 테스토스테론,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 등), 별도의 품목으로 허가 관리하며, 보험약가 기준도 염의 종류별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염이 다른 의약품의 경우 동일 품목으로 심사하여 허가해준 예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작년에 큰 이슈가 되었던 암로디핀의 경우 암로디핀 베실레이트(화이자 노바스크), 암로디핀 캄실레이트(한미약품 아모디핀), 암로디핀 말레이트(종근당 애니디핀)의 3가지 성분을 동일 품목으로 간주했다면 현행 규정상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로 허가심사를 해야 했지만 식약청에서는 별도의 품목으로 간주하여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 받아 허가 심사했다.  

한미약품은 “식약청이 다국적 의약품 제약사나 그를 후견하는 외국 정부 등의 강한 요청에 의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제품의 품목허가 자체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꺾는 행위이며 국내 개량신약의 개발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처사”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슬리머 캡슐' 품목 허가 지연은 비단 이 품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와 유사한 다른 국산 개량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는 전례가 될 수 있기에 국내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적법한 절차에 의해 허가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재심사 기간 중 신규염 의약품에 대한 허가 관련 규정이 애매모호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통상문제와 관련규정에 대한 정확한 법 해석 등으로 인해 `슬리머 캡슐' 허가를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식약청이 재심사 기간 중 허가관련 규정을 만들 당시 미국 등 통상문제와 국내 제약업계를 동시에 염두해 두었기 때문에 규정 자체가 모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재심사 기간 중 허가관련 규정의 대대적인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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