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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원하는 진료 방향으로 이끄는 `현문현답'
의사가 원하는 진료 방향으로 이끄는 `현문현답'
  • 의사신문
  • 승인 2011.03.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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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9〉

초진환자에게 효과적인 진료법
진료 잘 보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 전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의사는 진료 시 질문의 명수가 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볼 때 현문현답이란 말은 그야말로 진리다. 질문을 현명히 던질 때 그 만큼 좋은 답변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 역시 진료 시 환자나 보호자 나아가 함께 일하는 동료 의료진이나 기타 병원 직원들에게 질문을 제대로 잘 던져야 한다. 물론 질문을 잘 던지기 위해서는 상대의 지적수준과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에 따라 개방형 질문을 던질지 혹은 유도형 질문을 던질지 그것도 아니라면 양자 택일형의 선택형 질문을 던질지 등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과거 필자가 변호사들에게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하며 절실히 느꼈던 점은 바로 질문의 중요성이었다.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얼마나 질문을 잘 던지느냐에 따라 추후 재판 결과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빼놓고 유리한 것만 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변호사가 그것을 간과한 채 소송을 진행하면 결과가 뻔하다. 그러나 변호사가 핵심을 꿰뚫는 예리한 질문들을 던져 의뢰인이 꺼내놓지 않는 귀중한 정보들을 꺼내놓도록 유도할 때 진정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철저히 준비하여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결과를 180도 바꿀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질문이 갖는 위력이다.

그렇다면 질문의 기술은 어떻게 연마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상대의 지적수준에 맞게 그리고 각 상황에 맞게 질문이 제대로 구사되어야 한다. 일단 상대의 지적수준이 높을 때는 폭 넓은 개방형 질문으로 던지면서 최종 결정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것이 좋다. 반면 상대의 지적수준이 낮을 때는 폐쇄형 질문이나 양자 택일형 질문을 던지면서 좀 더 내 쪽에서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진료 시에도 역시 치료의 결정권을 의사가 갖는 것이다.

흔히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식으로 상대가 자유롭게 답할 수 있도록 넓게 던지는 개방형 질문의 장점은 상대의 사고를 자극해서 깊이 있는 대화로 이끌며 상대(환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시간이 많지 않은 바쁜 진료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으며 횡설수설한 환자나 말수가 적은 환자, 지적수준이 낮은 환자, 몸이 많이 아프거나 집중력이 감소한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 “오른쪽 가슴이 아프세요? 왼쪽 가슴이 아프세요?” “콕콕 찌르듯이 날카롭게 아프세요? 이렇게 넓게 둔하게 아프세요?”식으로 던지는 폐쇄형 질문은 신속하고 환자가 답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그 아무리 지적 수준이 낮고 횡설수설한 환자일지라도 `네, 아니오'라든가 짧은 단답형으로는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쁜 진료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진료를 이끌 수 있으며 논점이 빗나갈 때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좋다. 그러나 사고를 자극하거나 상대의 진정한 마음을 파악하기 힘들며 대화가 계속 이어지기 힘든 단점도 있다. 또 자칫하면 심문하는 듯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폐쇄형 질문일지라도 답하기 쉬운 질문에서는 “어떻게?” “무엇을?”과 같은 말들을 적절히 넣어 개방형 질문으로 변화시키는 등 질문의 유형을 적절히 바꿔가며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환자 지적수준 맞춰 개방형·폐쇄형 질문 적절히 선택 중요
유도형·가정형 질문 통해 환자의 치료 적극성 높일 수 있어
의사가 제시한 선택지서 환자에게 결정권 부여하면 효과적


아울러 유도형 질문은 상대가 그렇게 대답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왜 다이어트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식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이러한 유도형 질문은 상대에게 원하는 대답을 유도함과 동시에 상대의 사고를 자극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유도형 질문은 설득 커뮤니케이션 기법 중 “공표 테크닉”과 만나면 빛을 발한다. 공표 테크닉이란 자신이 직접 뱉은 말은 책임을 지고 싶어 한다는 것으로 곧 상대가 스스로 공표하게 함으로서 그것을 실천하도록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담배 끊으세요!” “몸무게 좀 줄이세요!”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 질문을 해서 환자 본인의 입에서 “담배를 끊으려고 합니다” “이제 살을 빼려고 합니다” 식으로 공표하도록 한다면 의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정형 질문은 만약의 상황을 가정하거나 인정하고 던지는 질문으로 “보험이 적용된다면 치료받으시겠습니까?” “완치가 된다면 수술하시겠습니까?”식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가정형 질문 역시 미리부터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가정하여 의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환자를 이끌 수 있으며 때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환자에게 잘못된 식습관이나 불규칙한 생활 등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앞서 유도형 질문이 공표테크닉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가정형 질문은 설득 커뮤니케이션 기법 중 성공담 테크닉과 만나 빛을 발할 수 있다. “성공담 테크닉”이란 치료가 성공적으로 잘 된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주거나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친 환자들의 사례를 자세히 이야기해줌으로써 상대에게 더욱 치료에 대한 믿음과 열의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래. 나도 수술을 받아 저 환자들처럼 낫고 싶다' `나도 암을 극복하고 건강히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저 사람처럼 살을 뺄 수 있다'식으로 희망을 갖게 하여 긍정적인 행동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정형 질문을 통해 성공담 테크닉의 힘을 발휘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가끔은 환자가 의사에게 부정적인 가정형 질문을 던지는 것도 볼 수 있다. “혹시 수술이 잘못되면 어쩌죠?” “열심히 받았는데도 항암치료가 반응이 없으면요?” “저 환자처럼 부작용이 생기면 어떡하죠?” 식으로 나쁜 상황을 미리 가정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역으로 환자의 가정형 질문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예 그 질문 자체에 반응하지 말고 “왜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부터 염려하세요? 우리는 이 질환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쓸데 없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식으로 환자의 부정적 사고나 걱정의 싹을 잘라주어야 한다.

특별히 진료 시에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선택형 질문이나 양자 택일형 질문이다. 이것은 필자가 실제 의사들을 교육하며 느낀 점이다. 선택형 질문이란 “A, B, C 치료 중에 어떤 치료를 받으시겠습니까?”식으로 미리 정해진 선택지를 제시하는 질문으로 좀 더 쉽게 얘기하면 객관식 질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환자에게 주관식 질문을 주고 답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던진 질문 안에 이미 답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 역시도 답을 이야기하는데 심적인 부담이 적은 것은 물론이요 의사 입장에서도 애초부터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나 시술, 약 등은 일절 배제하고 질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입에서 본인에게 부적합한 치료는 아예 이야기 자체가 나오지 않게 할 수 있어 진료 시 효과적이다.

특히 요즘같이 TV와 인터넷 등의 발달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런저런 의학적 지식이 많은 상황에서는 진료 시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의사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신속히 이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많은 환자들이 의사가 던진 선택지 안에서 답을 찾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적 수준이 높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싶어 하는 주도적인 환자에게는 의사가 강요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선택지를 좀 더 다양화하면 효과적이다. 그야말로 A부터 Z까지 환자에게 가능한 치료는 모두 이야기해주고 환자가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지적 수준이 낮거나 환자가 꼭 받아야 하는 특별한 치료가 정해져 있다면 그 때는 “A와 B 중 어떤 치료를 받으시겠습니까?”식으로 양자 택일형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답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줄이고 의사가 원하는 답을 선택하도록 적극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렇게 최종 선택을 환자에게 하도록 하는 것은 환자에게 어떤 상황에 대해 전혀 선택권을 주지 않고 의사가 딱 하나를 골라 제시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환자 입장에서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앞서 공표효과에 대해 설명했듯이 최종 결정을 환자가 내리도록 하면 비록 이미 의사가 어느 정도 정해놓은 답에서 고르는 것일지라도 거부감이 적고 스스로의 결정에 더욱 책임을 갖고 열심히 임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진료를 잘 보는 의사는 진료 시 환자에게 이렇게 다양한 질문들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환자에게 싫은 소리하거나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도 의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이끌고 환자의 건강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진료를 잘 보고 싶은가? 이번 한 주는 현문현답 하는 의사가 되어보면 어떨까.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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