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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서 인술로 대한민국의 '정' 알리다
아프간에서 인술로 대한민국의 '정' 알리다
  • 의사신문
  • 승인 2011.02.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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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산 - 바그람한국병원의 모든 것 <1>

바그람한국병원 직원들

■바그람한국병원의 설립과 주변환경

바그람한국병원은 아프카니스탄의 수도인 카블로부터 50km떨어진 해발1400m의 파르완주에 있는 연합군공군기지의 한 모퉁이에 있습니다.

바그람한국병원의 시초는 2002년에 의료전문 동의다산부대가 아프칸지원연합군의 일원으로 대민진료를 시작한 것이 처음이었으며 이러한 동의부대의 진료는 2007년 샘물교회사건으로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아프칸으로부터 떠날 때까지 이어졌고 이후에는 대민사업이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아프카니스탄 정부는 5년간의 대민진료로 아프칸 주민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었던 한국에 다시금 구원의 손길을 보냈으며, 이에 대해 대외원조단체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이 되어서 2008년 8월 다시 바그람에 한국병원을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 바그람병원은 목조 막사로 이루어졌으며 2명의 의사를 포함하여 10명의 의료진이 근무하였지만 협소한 진료공간과 의료시설부족으로 진료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아프카니스탄 의료인의 교육수준이나 주민들의 위생수준이 너무나 열악해서 체계적인 의료교육과 의료혜택을 주기 위하여 현대식건물의 한국병원을 신축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젊은 청소년들의 직업훈련을 위해 직업훈련센터도 함께 건축하게 된 것입니다.

바그람한국병원은 지난해 4월11일 새 건물로 개원하면서 외래진료실 7개, 병상 30개, 수술실 2개 외에 내시경실, 물리치료실, 초음파실, X-ray 및 CT실을 갖추었으며, 현지의료인들의 교육을 위한 의사실, 회의실, 기도실, 샤워실 등을 마련하였습니다.

의료진의 구성과 병원경영은 인제대백병원이 위탁경영하도록 하였으며 백병원직원들을 중심으로 선발하였습니다.

환자들이 한국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 밖에서 줄을 서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한반도 보다 3배나 큰 아프칸 땅의 끝에 있는 환자들이 진료받기 위하여 며칠씩 걸려 이곳에 와서 전날부터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매일 130∼150명의 무료진료를 하여도 되돌아가는 환자들이 수십명이나 된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바그람 한국병원, 2002년 동의다산부대의 대민진료가 시초
지난해 4월 새건물 완공 외래진료실·수술실 등 인프라 구축
철통방어로 안전하지만 사이렌·포탄 소리에 전쟁지역 실감



이슬람국가에서의 규칙도 지켜야 했습니다.금요일이 이슬람교의 안식일이기에 휴일로 하였으며, 남자와 여자가 함께 병원을 출입할 수 없기에 일주일 중에서 여자요일과 남자요일이 구분되어서 진료받도록 분리하였습니다.

또한 아프칸의 수도 카블과 떨어진 지방에서의 여성에 대한 지위는 더욱 열악하여서 문맹률이 90%정도이면서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되어 있었고 사회적으로 배척된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몸이 아파도 남편들이 병원진료를 보내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바그람한국병원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병원은 일주일동안에 여성들의 진료를 3일, 남성은 2일간 진료를 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새삼 느낀 것은 대부분의 아프칸주민들이 한국병원의 진료수준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또한 투약하는 한국의약품들의 우수성이 매우 효과가 좋다고 평판이 나 있었고, 진료받는 환자 대부분이 재진받기를 원하면서 장기간의 약물복용을 청하곤 합니다.

마을진료시 방탄조끼를 착용한 모습.
아프칸은 전쟁지역입니다. 항상 안전에 대하여 조심하여야 하기에 영외 외부지역출입을 할 수 없으며, 영외출입을 위해서는 장갑차나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동하여야 했습니다. 가끔 기지내로 텔레반으로부터의 로켓트포 공격이 있지만, 숙소는 방탄유리로 되어 있고, 병원과 직업훈련원은 20cm의 콩크리트벽으로 되어 있어서 웬만한 포탄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안전한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평화롭던 낮과 달리 밤에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과 `incoming! incoming!' 방송소리에 피신하고, `all is clear∼'라는 방송에 다시 숙소로 가서 잠을 청하면서 이곳이 전쟁 중인 곳임을 새삼스레 느끼곤 하였습니다.

주위에 떨어지는 포탄소리에 놀라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지진으로도 건물이 흔들리기에 긴장을 하곤 하였답니다.

한국병원에 출입하는 아프칸인들에 대한 경계는 한국경찰과 네팔용병들이 미군들과 함께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진료를 받기 위하여 병원에 들어오려면 아프칸수색요원의 몸검사, 네팔용병의 몸수색, 금속탐지기, 폭탄탐지견, 홍체검사, 지문인식기 등의 검색단계를 거쳐야 합니다만 최근까지 텔레반의 침투같은 특이사항이 발생한 적은 없었습니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24시간 근무를 게을리 하지 않는 한국경찰들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석산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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