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환자를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 의사신문
  • 승인 2011.01.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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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이명진 회장
최근 일부 비윤리적인 의사들이 저지른 진료실 성추행사건으로 인해 환자와 의사간의 깊은 신뢰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신뢰관계 붕괴의 책임은 무엇보다도 의사 자신에게 있다. 무너져가는 신뢰관계를 회복하기위해 의사들이 먼저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고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진료를 위해 구체적인 `환자를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 일부 병원에서 환자를 위한 권리 장전 등이 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의료진들이 진료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상태다.

작년 Y의원이 진찰실에 의료진의 출입을 사전에 동의를 받게 하자는 법안을 들고 나오는 것도 이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해프닝인 것이다. 앞으로도 전문가 단체로서 자정기능이나 자율적인 진료실 가이드라인이 없거나 교육이 부실한 경우 이러한 압력과 지적은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성추행문제나 환자의 프라이버시 손상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예방하고자 의사단체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진료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세세히 분석하여 환자들을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으로 의사회원들에게 교육자료로 배포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는 대로 수시로 업그레이드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 단체로서 그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역력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좋은 외국사례를 검토하여 하루 속히 진료현장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진료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자율적인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모든 진료과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부분과 내밀한 진료가 시행되는 부인과나 성형외과, 항문질환이나 비뇨기과, 마취과, 수면내시경등 특정과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나누어 만드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의 경우 GMC(General Medical Council)에서 이러한 작업을 주도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Guidance on good practice라는 타이틀로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샤프롱(chaperone)제도이다. 샤프롱이란 진료실이나 검사실에서 여성환자나 미성년환자, 정신지체환자 등을 진료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 간호사 등이 함께 있게 함으로써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 발생 할 수 있는 성범죄 등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이다.

보통 환자와 같은 성별의 사람이 동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사나 간호 조무사등이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샤프롱제도는 환자를 보호 할 뿐 아니라 의료분쟁이 발생할 때 의사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사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도 샤프롱제도를 진료현장에 적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진료와 검사 전에 진찰과 검사의 필요성과 과정에 대해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와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한 신뢰를 쌓아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진찰부위를 제외한 부분은 시트나 가운으로 가려주고 직장이나 생식기등을 진찰할 때에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나 진료 중에 의사가 얻게 되는 환자의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비밀로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진료과에서는 진찰실에서 의사가 갖추거나 알고 있어야할 에티켓이나 행동가이드라인에 대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나라의 관습과 문화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외국의 사례를 비교 분석하게 되면 쉽게 제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의사협회가 주관하고 의학회, 해당 개원의협의회 등에서 위원회구성에 참여하여 작업을 시작하다면 좋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 질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전문가집단에 의해서 먼저 주장되어야 하고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우리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외부의 힘에 의해 법이나 규정 등의 멍에가 되어 우리를 옥죄어 올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시행된다면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으로 비추어질 것이다

환자에게 다가가는 이같은 노력은 국민과 환자로부터의 벌어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사례처럼 진찰실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윤리교육을 온라인 연수강좌등에 포함시켜서 필수적으로 평점을 이수하도록 하는 방법도 시행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작업에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진찰실 가이드라인을 지켜 나가는 데에는 추가적인 인력이나 시설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추가적인 비용을 해당 진료행위에 수가로 반영하여 보상을 해주는 장려책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량위주의 보장성 강화가 아닌 진료의 질을 높이는 진정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먼저 나서고 정부도 이러한 발전적인 작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명진<의료윤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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