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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잘하려면 먼저 환자의 말을 경청하자
질문을 잘하려면 먼저 환자의 말을 경청하자
  • 의사신문
  • 승인 2011.01.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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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3>

질문을 잘하십니까?

의사가 진료 시 환자에게 설명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진하는 기술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 국내 의과대학에서는 아직까지 의사-환자 간의 소통 기술 특히 문진 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한 편이다. 그나마 개설되어 있는 수업도 인간보다는 질병을 찾아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의사들은 실제로 의대 졸업 후 혹은 선배나 동료 의사 등을 통해서 간접 체험을 하거나 직접 환자들을 만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본인 경험을 토대로 자기만의 문진 기술을 체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진은 환자의 병명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문진을 쉽게 표현하면 결국 `환자에게 질문 잘하고 환자 답변 잘 듣기'라고 할 수 있다. 곧 의사는 진료 시 환자에게 질문을 잘 던지고 환자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실제 진료를 잘 보는 의사들은 예리하게 질문을 참 잘 던진다. 제대로 된 질문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사국시 실기시험에서도 환자의 증상을 듣고 환자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질문을 물어봤는지 평가한다. 그 만큼 의사가 환자의 병력과 증상은 물론 환자의 성향과 지적 수준, 니즈에 따라 질문을 선택적으로 잘 던질 때만이 진료도 효과적으로 잘 볼 수 있다. 건장한 청년과 귀가 안 들리는 관절염이 있는 할머니는 똑같이 눈길에 넘어져 정형외과를 찾았어도 문진 방법이나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질문을 잘하기 위한 소통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환자에게 질문을 던질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직설법을 사용하자. 환자는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데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자신보다 의학적 지식이 많은 의사와 대화하는 것 자체가 심적인 부담이 된다. 그러므로 다소 민감한 내용일지라도 우회적으로 돌리지 말고 직접적으로 질문하자. 대신 사적인 질문이나 민감한 질문은 그 질문을 던지는 당위성을 명확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또 환자에게 질문을 던질 때는 가장 중요한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선 환자의 눈을 바라보자. 물론 진료를 보며 동시에 전자 차트를 작성하다 보면 의사가 환자와 아이 컨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특히 타자가 느리거나 전자 차트가 익숙하지 않은 선생님들은 더 그렇다. 그러므로 차트를 작성하느라 환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질문을 던지더라도 질문의 핵심 부분이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환자의 눈을 바라보자. 이렇게 중요한 부분에서 눈을 맞추는 것을 스피치에서는 강조 기법이라고 한다. 중요한 부분이나 환자의 답변을 반드시 요구하는 부분에서 시선을 마주치며 그 부분을 좀 더 명확히 발음하거나 반복해서 말하면 환자에게는 질문의 핵심이 무엇인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질문은 언제나 핵심을 명확히 담아 짧고 굵게 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늘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질문에 들어있는 전문용어는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어휘로 바꿔주거나 이해할 수 있도록 부연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실제로 어떤 할머니 환자는 의사가 질문하는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아 계속 의사의 말이 잘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하며 의사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노인 환자만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 질문에 담긴 어려운 어휘 하나로 환자들은 혹시라도 무식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답변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소극적인 환자나 말이 없는 환자에게 질문을 던질 때는 환자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진료 초반 주관식 답변을 요구하는 일반 환자와는 다르게 `네, 아니오' 로 편하게 답할 수 있는 단답형으로 시작해 주관식으로 답을 유도해 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말이 없거나 소극적인 환자일지라도 자신이 관심 있거나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는 만큼 환자가 진료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잘 잡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 순서에 따라 질문이 결정되어야 한다.


직설법 사용 명확하게 질문하고 중요 부분에선 눈 바라봐야
한번에 한가지씩 환자가 이해할수 있는 어휘 사용하며 질문
환자의 성향따라 단답형과 주관식 질문 적절히 배합해 소통



특별히 질문을 잘하려면 hearing하지 말고 listening해야 한다. hearing이 귓가에 스치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면 listening은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을 말한다. 곧 질문을 잘하려면 먼저 제대로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사 - 환자 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의외로 많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반면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가 증상을 이야기하면 그 증상으로 예측되는 병명에 맞춰 추가적인 증상들을 물어봐야 하고 정확한 병명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소극적인 환자 중에는 일방적으로 던지는 의사의 취조식 질문에 “네, 아니오”로 정신없이 답하다가 진료실을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의사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물어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의사가 던진 질문 내용이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 대충 답변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어지러움이나 피곤함 혹은 구토 증상은 없으셨나요?”라고 질문하였지만 한 번에 너무 여러 가지를 묻는 의사의 질문에 환자는 적절한 답을 찾기 힘들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질문 앞부분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답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속이 약간 울렁거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어지럼증과 피곤한 증상이 전혀 없었고 구토 증상과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네.”라고 답했고 다음 진료에 와서 속이 미식거리는 증상을 다시 이야기하게 된다.

결국 의사는 다음 진료에서 “김복순님, 저번에 오셨을 때는 그런 증상은 없다고 하셨잖아요?” 라고 반문하게 되고 의사 - 환자 간의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가 질문을 잘 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듣고 환자의 대답을 활용하여 질문할 것을 권한다. 또 질문 하나에 한 가지씩만 물어볼 것을 권한다.

그럼 질문을 잘 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할까. 일단 진료 초반 “어떻게 오셨습니까?” “어디가 불편하십니까?”와 같은 첫 번째 열린 질문에 대해서는 되도록 환자의 이야기를 끊지 말자. 듣는 도중에 말을 하고 싶더라도 잠시 참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야 한다. 만약 환자가 횡설수설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갑자기 끊지 말고 “네. 그렇군요”식으로 환자의 말을 이해하는 표현을 하고나서 다음으로 넘어 가야 한다. 또 환자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공감 가는 내용이나 환자가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많이 힘드셨겠네요” “맞아요. 맞아” “충분히 그러실 수 있으십니다” 식으로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는 것도 필요하다.

환자들 중에는 기껏 열심히 치료해 주었는데도 치료 효과가 전혀 없었다거나 진료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등 의사 입장에서는 썩 듣기 좋지 않은 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절대 표정으로 나타내지 말아야 한다. 특히 태도나 자세도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미간을 찡그리고 듣는다거나 고개를 가로젓는 것은 환자의 입을 무겁게 만든다. 그 대신 편안한 얼굴로 환자의 이야기가 끊어지려고 할 때 천천히 말을 연결해주며 말하기 쉽게 유도해야 한다. 또 적절한 시점에서 환자의 답변을 질문으로 이어가야 한다. 환자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거기서 포인트를 집어내 질문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

소통을 잘 하는 의사가 되려면 환자들이 말을 걸고 싶은 의사,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의사가 되어야 한다. 혹시 그 동안 우리병원 단골 환자들이 진료 중에 자신의 신세타령을 구구절절 늘어놓아 피곤했었다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환자가 의사를 좋게 생각한다는 것이니까. 생각해보라. 그 어떤 환자가 싫은 의사한테 와서 구구절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겠는가. 아울러 환자가 말을 걸고 싶은 의사가 되었다면 그 다음은 환자의 말을 잘 듣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눈빛으로 교감하고 공감과 맞장구, 감탄, 미소 등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질문을 잘 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소심하고 말이 없는 환자에게 계속 주관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진료가 힘들다. 반면 말이 너무 많은 환자에게 역시 계속 주관식 질문을 던지면 진료 시간이 무한대로 길어지고 의사가 지친다. 곧 단답형과 주관식 질문을 환자에게 맞게 적절히 배합하여 순서를 결정해야 한다.

환자와 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환자에게 질문하는 기술부터 익히길 바란다. 이번 한 주는 환자에게 질문하는데 좀 더 신경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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