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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3번 D단조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3번 D단조
  • 의사신문
  • 승인 2009.02.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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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무르는 아름다운 풍경 예찬


교향곡 제3번 역시 말러의 다른 초기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표제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각 악장의 제목만 보더라도 그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제목들은 곡을 이해하는데 무엇보다 좋은 단서가 되기는 하지만 작곡 전개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는 않았다.

곡 중에서 가장 먼저 작곡된 것은 `목장의 꽃' 악장으로서, 이 곡은 말러가 휴양지에 도착한 첫 날 오후에 꽃과 잔디로 둘러싸인 작은 집의 창문으로부터 밖을 내다보며 말러는 이 곡을 스케치했고 단번에 작곡하였다. 말러는 “이 장소를 모르는 누구라도 추측은 할 수 있을 거야. 풍경이 음악에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독특한 일이냐는 거지”라고 말했다.

교향곡 제2번에서 이미 성악을 사용한 말러는 교향곡에 성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며, 친구에게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시집으로부터 두 곡을, 니체의 시로부터 한 곡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각각 `여름의 변화' 와 5악장 ‘세 천사가 달콤한 노래’ 그리고 4악장 `밤의 노래'를 일컫는다.

제1악장의 작곡도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여름 휴가차 슈타인바흐에 간 후 말러는 1악장의 스케치를 함부르크 아파트에 두고 온 것을 발견하였고 그의 친구 헤르만 벤에게 악보를 좀 부쳐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사실상 헤르만 벤도 함부르크가 아닌 다른 곳 해안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지만 정신없는 친구를 위해 함부르크로 돌아가 그 아파트의 악보를 찾아 즉시 부쳐 주었다. 다른 악장을 합한 전체의 길이보다도 긴 1악장을 단 6주 만에 완성되었고, 겨울동안 총력을 기우려 나머지 세부 내용을 다듬어 완성하게 된다.

제1부 1. 간결하고 결연하게 `목신이 잠을 깬다. 여름이 행진해 온다.' 모든 피조물을 포함한 세계를 다루면서 마지막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끝나게 되는데 속세의 사랑이 아니라 영원한 개념의 `사랑'이다. 여름은 모든 것이 자라면서 상상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절로 이 모든 것들 위에 빛이 오목렌즈에 모아지는 것처럼 사랑이 머문다는 것이다.

제 2부 2. Tempo di Menuetto “목장의 꽃이 내게 들려주는 것” 말러는 이에 대해 “꽃이 편히 피어있는 모습을 음악으로 묘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나는 폭풍이 친 후 다시 미풍으로 부드럽게 흔들리는 햇빛 아래 꽃이 어루만져지는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본다.”고 말한다.

3. Comodo Scherzando “숲의 동물이 내게 들려주는 것” 말러는 “가장 바보 같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비극적인 곡”이라고 말하면서 “방해받지 않은 삶을 누리던 숲의 동물들이 인간의 첫 출현을 보고 인간이 가져 올 미래의 문제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4. Sehr Langsam 신비롭게 “인류가 내게 들려주는 것” 이 악장은 `밤의 노래'라고도 불리는데, 이 곡의 가사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의 두 부분에서 가져왔다. 하나는 제 2장의 `또 다른 무곡'이고 다른 하나는 제 4장의 `주정꾼의 노래'이다. 무거운 분위기의 알토에 의해 세상이 잠든 한 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5. 밝고 대담하게 “천사가 내게 들려주는 것” `이상한 어린이의 뿔피리'에서 가사를 소년과 여성 합창을 배경으로 알토가 노래하는데 십계명을 어긴 베드로를 예수가 용서한다는 내용의 밝은 곡이다.

6. Langsam 평온하고 깊게 “사랑이 내게 들려주는 것” 고통스럽지만 어둡지는 않은 시선으로 모든 피조물을 바라보는 이 느린 악장을 마지막으로 결정한 배경은 구원의 수단으로 `사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여, 내 상처를 굽어 살피소서. 어떤 생명도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들을만한 음반 :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뉴욕 필(DG, 1987);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빈 필(DG, 1987); 게오르규 솔티(지휘), 시카고심포니(Decca, 1982); 엘리야후 인발(지휘),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Denon, 1985)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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