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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유병욱 원장
서울의료원 유병욱 원장
  • 김향희 기자
  • 승인 2009.02.26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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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평의 신혼부부 살림도 이사를 간다면 준비할 것이 많듯이 600여명의 서울의료원 전체가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도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2010년 중랑구 신내동 신축이전이라는 개원 이후 최대 변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의료원 유병욱 원장. 아토피 클리닉과 외국인 진료소, 5개 대륙 한인회 연합회와의 MOU 체결,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우수기관 선정 등 지난해 이룩한 굵직한 성과만큼이나 유 원장의 2009년 역시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진행된다.

1980년 입사와 함께 서울의료원의 산증인이라고 할 만큼 의료원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유 원장은 그만큼 병원에 대한 애착도 깊다. 특히 서울의료원의 특성상 ‘공공의료’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는 1인자로 통하고 현재 대한공공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1977년 설립 당시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병원이라 태생부터가 일반 병원하고 다르죠”라며 공공의료의 대표기관으로 태생적인 DNA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 군의관이던 10.26 당시 현장을 고스란히 경험하며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의사로서의 존재이유’에 대한 생각은 결국 공공의료를 지향하는 서울의료원과의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의무는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헌법에도 명시돼 있어요. 그 생명을 보호한다는 것은 또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유 원장은 ‘사회안전망’으로써의 ‘건강안전망’이 바로 ‘공공의료’로서 서울의료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공공의료는 대통령이나 장관이든 행려병자나 노숙자든 생명은 똑같다는 관점과 가장 밑바닥에서 사회안전망의 최후의 보류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일반 병원들이 좀더 듬성한 그물로 각 병원의 컨셉에 맞는 환자들을 걸러낸다면 서울의료원은 가장 맨밑바닥에서 차상위 계층을 위한 촘촘한 그물”이라며 “노령화,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일반 병원이 기피하는 진료영역이나 비용대비 수익이 안 되는 진료는 늘어갈 것이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결국은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의 역할”임을 밝힌다. 현재 서울의료원에는 병원 한 층을 복지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숙자와 차상위 계층을 위한 병동이지만 시설면에서는 일반 병원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설명. 일주일에 두 번은 노숙자들과 행려병자들이 있는 복지병동에 들러 꼭 그들의 안부와 건강을 체크한다.

유 원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 역시 공공의료 제공에 따른 시민의 건강지킴이 역할과 의료의 표준화 구축,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응급의료 시스템 구축과 건강한 지역사회 만들기 등이다.

환자와 환자가족, 직원과 지역사회가 모두 건강한 곳 만들기에도 역점을 두고 ‘정신보건’과 ‘치매예방’에도 노력하고 의료 취약지역이나 쪽방촌, 재난지역 등을 찾아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는 ‘나눔진료봉사단’ 활동을 통해 또다른 공공의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공공의료 분야를 더욱 확대해 서울에 있는 외국인 26만에게도 안내 통역서비스와 함께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 미국한인회를 시작으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교민 한인회와의 MOU 협정을 통해 해외에 사는 우리 교민들에게도 공공의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의 의료서비스는 공공의료 분야 역시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의료기술적인 면, 그리고 서비스만족도와 홍보의 4박자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유 원장이 추구하는 ‘디지털 병원 시스템’은 이런 4박자를 충족시켜주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서비스 아카데미를 자체 운영하고 27명의 전문 강사와 심화과정의 단계별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고 평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 정립과 평생 시립병원에 봉직하며 공공의료에 힘써 온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아 서울특별시장 유공표창, 대한적십자사 적십자박애상,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표창을 비롯해 최근에는 ‘재경경북대총동창회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알렉산드리아 병원이 형편없던 군 병원에서 시민이 선호하는 1등 병원으로 탈바꿈한 것처럼 서울의료원 역시 공공성에 포인트를 주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가장 사랑받는 병원, 시민을 위한 최고의 병원이 되고 싶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립동부병원장을 역임하며 당시 적자에 허덕이든 병원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고 당시 인연이 된 요셉병원의 선우원장은 유 원장의 정신적인 멘토가 됐다. 2006년 12월부터 서울의료원 원장으로 타고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만 자신을 꼼꼼한 햄릿형이라고 귀띔.

“매일 매일이 새롭고 좋은 날이라는 ‘일일시호일’처럼 새로움을 체험하는 매일이 그저 감사하죠. 또 할까말까 고민될 때는 무조건 해보자입니다” 결국 해 본 것이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80~90%는 도움이 되더라고.

서울의료원 가족들에게도 항상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도 강조하는 유 원장.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마인드는 이제 겨우 50%의 인지 수준이지만 항상 "왜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서울의료원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존재의 이유’를 항상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가 좋아하는 노래 역시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란다.

결국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는 민간병원과는 차별화된 것이고 모든 병원들이 발빠르게 높이 높이 변화를 추구할 때, 하심(下心)이란 아래로 향하는 마음의 의미처럼 공공의료가 가야할 길은 높은 것이 간과한 그늘이 있다는 것. 국민 건강을 위한 안전망으로써 아래로 아래로 향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가장 낮은 곳에서 사회안전망을 확실히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유병욱 원장은 강조한다.

김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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