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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무엇이 문제인가
의약분업 무엇이 문제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10.12.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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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10년을 되돌아 본다

의료 효율성 목적 아닌 건보 적자 보전 위해 도입

김원식<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의약분업의 원칙은 1963년 약사법 개정시 규정됐으나, 부칙에서 의사의 직접조제를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시행이 유보되어 온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이전까지 이러한 유보와 함께 약사에게도 임의처방(혹은 약국보험)이 허용됨으로써 약사와 의사는 상대의 이해 속에 상대방의 업권 침해를 용인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약분업의 실시로 의사나 병의원이 처방하여 조제하는 행위나 약사가 임의로 진단하여 처방하는 행위가 불법화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단순히 의사와 약사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어 보다 마치 약사와 의사들간의 전문성을 정착시킨 의료시스템을 완성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의료환경의 새로운 변혁을 의미한다.

즉, 이러한 의약분업의 취지는 단순히 의약분업을 강제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의사나 약사가 누렸던 부수적인 업무를 분리함으로써 발생되는 수익의 변동과 이로 인한 의료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했다. 의사파업이라는 극단의 대립을 보였던 의사와 약사 및 국민건강보험, 환자 등 뿐 아니라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이 첨예화됐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행태를 변화시킴으로써 그 동안 유지되어온 의료 및 보험시스템도 재편하지 않으면 안 되게 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낸 목적이 의료의 효율성 문제로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심각하다. 즉, 의약분업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가 해결되기를 기대해 왔으나 사실상 국민의료비를 오히려 증대시킴으로써 건강보험재정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익 구조·의료시스템 변화로 당사자 간 갈등 첨예화
건보로 병의원과 약국 이윤 보장하는 딜레마 만들어
실거래가 결정하는데 시간 허비 리베이트 문제 야기


의약분업을 강제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도입한 다음과 같은 조치는 사실상 불가피했다고 본다. 첫째,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외래환자는 같은 의료기관에서 의약품을 조제받을 수 없게 했다. 둘째, 보험약가제도를 고시가제도에서 실거래가제도로 변경했다. 셋째, 의약분업에 따른 병의원의 수입감소를 보전해 주기 위해 의료수가의 인상 뿐 아니라 약국에 대하여도 조제료, 복약지도료, 약품관리료 등의 부가적인 지출이 늘었다.

그러나 이를 통하여 전체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체게 됐다. 우선, 원외 처방에 있어서는 같은 병원 내에서 약사의 역할을 강조하고 복약지도를 하면 될 것을 의무화함으로써 환자들이 진료 후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낳았다. 이에 따라 병원과 외부 약국이 사실상 묵시적으로 수직 계열화하는 관계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병의원과 약국의 이윤을 모두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어야 하는 딜레마를 낳았다.

둘째, 보험약가로부터 마진이 보험기관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약가제도를 고시가제도에서 실거래가제도로 변경했다. 그러나 전국에 동일한 약가가 적용되는 것을 가정한 허구적인 실거래가를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논란을 허비하고 의약품 거래에 있어서 리베이트 문제만을 발생시킨 채 제약사와 의료계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실거래가상환제를 통해 리베이트가 건강보험에 환수돼야 하나 오히려 건강보험에 부담이 된 것이다.

셋째, 과거에는 원내처방이 의사들의 수입을 조정하는 수단이 되어서 의사에 대한 약제비 절감 유인을 이끌어 왔으나 의약분업을 통해 약제비 절감유인이 완전히 제거됐다.

그리고 그동안 허용되었던 약국보험이 병의원진료와 1차의료 영역에서 부분적 경쟁적 관계로서 약제비 절감에 기여했으나 이들이 수직 계열관계로 엮어짐으로써 비용면에서 통제기능이 상실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2002) 자료에 의하면 의약분업 후 1년간(2000.7∼2001.6) 국민들의 건강보험 의료비는 16조 4995억원으로 분업 전(12조 2866억원)보다 약 34% 증가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부담은 사실상 46%가 증가했다. 이는 의료수가의 인상이나 약국에 대한 다양한 비용부담에 따른 것이기는 하나 의약분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므로 의약분업에 따른 효과라고 보아야 한다.

의료비지출은 3차기관은 4363억원, 종합병원이 348억원이 감소했으나 병의원은 합하여 1조 3662억원이 증가했고, 약국은 3조 3681억원이 증가했다. 즉, 대형병원의 약제비지출이 약국에 대한 약제비 지출로 대체됐는데, 1:1이 아닌 훨씬 높은 비율로 대체됐다.

건강보험공단의 같은 자료에 의하면 요양기관당 연간수입은 분업 전에는 요양기관당 2억 5811만원에서 3억 14만원으로 16.2%가 증가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약분업으로 요양기관의 수익이 증대됐다는 결론을 맺게 한다.

그리고 장기적 추세로 보아도 약제급여비는 의약분업이후 지속적으로 연간 10%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리고 보험급여비에서 차지하는 약제비의 비율도 2000년 14.0%에서 2009년 현재 35.5%로 증가하고 있다.

의약분업에도 불구하고 약제비가 증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조제의 기술료 부분이 추가되고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만성질환의 장기 투약의 경우, 약품비보다 기술료가 높은 경우가 많다. 기술료에는 약국관리비, 조세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비 등 조제수가를 다섯 가지로 나누어 정하고 있다.

둘째, 의약품의 가격인하 구조나 유인이 없다. 의약분업을 위해 실거래가제도가 도입됐으나 이 과정에서 실거래가를 인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최근 약가인하정책이 발표되기도 했으나 비시장적인 방법으로 약가를 통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거의 모든 연구자들은 의약분업으로 약제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조처로서 리베이트 쌍벌죄를 포함한 의사와 제약사간의 담합행위, 불법대체조제, 임의조제를 법률적으로 구속하는 것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올바른 약제비 억제 유인정책이 채택되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


직능분업도 확대, 병의원내 약사 고용 허용해야


지난 10년의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음의 사항이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의약분업의 개념을 업권분업 뿐 아니라 직능분업으로도 확대해 병의원이 일정의 약사를 고용하고 복약지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다. 의약분업이 비록 의료시스템의 개선을 빙자한 건강보험제도의 적자를 해결하고자 모색한 것도 있으나 약권을 수호하고자 한 약사들의 요구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현재의 의약분업은 사실상 `약국분업'으로서 약사들의 고용이나 이해관계를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둘째, 의약품의 보험수가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에 대한 의약품 할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이 약처방을 낼 때, 소비자들이 더 싸게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일 쿠폰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들이 오직 하나의 약만을 구입하도록 강요할 유인은 없다. 비록 경험상 약효는 비슷하지만 판촉차원에서 발행된 할인쿠폰을 환자에게 주면서 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환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단, 할인쿠폰의 발행에 따른 제약사의 상환액은 비용으로 처리해 주도록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은 할인 범위에 따라 실거래가를 조정하도록 한다. 실거래가의 하향을 우려하는 제약사가 있겠으나 할인쿠폰의 발행을 한번쯤 시행해 보는 것은 경쟁기업의 판매전략으로서는 당연하다.


소비자에 의약품 할인제도·복제약 참조가격제 운영
의약품 정보전달 채널 형성·약 광고 규제 완화 필요
리베이트를 소득·판촉비로 정당한 과세 통해 양성화


셋째, 현재의 보험수가제도를 다양화하여 실거래가상환제도와 참조가격제로 분리하여 적용한다. 예를들면, 약가 실거래가상환제를 오리지널 의약품 등 일부 의약품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복제약 등에 대하여는 참조가격제를 운영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우는 독점력으로 인해 사실상 경쟁적 시장가격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실거래가상환제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다수의 복제약의 경우는 시장가격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조가격제는 가격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건강보험에서 상환하므로 사실상의 가격경쟁을 의미한다.

넷째, 의사들에 대해 의약품 정보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과거에는 리베이트가 의약품 판매촉진의 주요 수단이었다. 이를 통하여 의약품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고, 적극적으로 의사와 제약사간의 정보유통망이 설정될 수 있었다.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억제는 사실상 의사들의 의약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들에 대한 의약품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형성돼야 하고, 아울러 환자들도 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광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의사들에 대한 현금성 리베이트는 제약사나 의사들이 소득으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하고 합법화한다. 리베이트의 불법성은 약가 판매에 있어서 실제 거래가격과 다른 가격을 공익기관인 보험자, 즉,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청구하기 때문에 발생된다. 여기서 시장가격은 명목적 보험가격에 리베이트된 금액을 제한 것이다.

따라서 공익의 보험자는 생산자로부터 가격차별을 받는 것이 된다. 리베이트의 불법성은 생산자에 대해 보험자에게도 같은 금액을 받든지 혹은 이들에게도 같은 가격을 부담시키면 해결된다. 미국의 Medicaid에서 사용되는 방법으로 제약사들이 판매량이 예상보다 많은 의약품에 대해서는 기준약가를 스스로 할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리베이트를 소득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과세를 해야 한다.

그리고 리베이트는 공정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국세청의 정당한 소득에 대한 과세의 문제다. 국세청이 개인들에 대하여 리베이트를 소득으로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제약회사에 대하여도 리베이트를 판촉비용으로 회계상 명확히 하도록 한다.

리베이트 쌍벌죄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이를 통해 의사나 제약사가 무분별하게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의약분업은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갈 길 먼 우리나라 의료보장과 의료산업을 더 힘들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고령시대의 도래에 따라 의료비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의료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서 더 높은 의료비용을 치루게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국민의료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은 급여를 통제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국민들의 의료보장성은 오히려 하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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