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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적자, 무엇이 문제인가
건강보험 재정 적자, 무엇이 문제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10.12.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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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10년을 되돌아본다

약국 조제료·고가 복제약, 건보재정 적자 주원인
 
윤용선<지인내과의원장>

I. 서론
최근 보건복지부는 `2011년 건강보험 재정전망'이라는 자료를 통해 2010년 건강보험 당기적자가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되고, 내년도 보험료율 인상이 없을 경우, 당기 적자는 2조4000억원, 누적적자는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행위별수가제에 의한 의사들의 과잉진료가 적자의 원인이라며 총액계약제와 같은 지불제도개편 및 주치의 제도를 주장하며 재정적자의 원인을 의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한해 동안 지출된 요양급여비용 (공단부담금 + 환자 본인부담금) 약 39조4000억원 중 의료인의 기본진료료와 진료행위료는 약 23조4000억원으로 전체 비용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며, 한의사와 치과의사의 몫을 제외한다면, 의사들의 진료행위로 지급되는 비용은 이보다 더 적을 것이다. OECD 통계에서도 밝혀진 바와 같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와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 의료인의 진료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해본다면, 지불제도개편을 주장하는 것은 본말을 호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나머지 40% 이상의 재정지출 구조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조제행위료 전체 요양급여의 6.6%로 비중 높아
의약분업 후 국민추가부담 60%가 약국조제료로 밝혀져
복제약 가격 미국 16%·대부분 30% 수준 국내 86% 달해


II. 건강보험재정 적자의 원인
1. 약국의 조제행위료
건강보험재정 적자의 원인에 의약분업이 대단히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약분업 이전 의사에게 지불된 조제료는 건당 100∼500원에 불과했으나, 의약분업 이후 약사에게 지불된 건당 조제료는 2007년 5468원, 2008년 5594원, 2009년 5676원으로 점점 증가하고 2010년 상반기에는 5858원에 이른다. 의약분업 이전에 비해 조제행위료가 수십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09년 조제행위료로 지급된 비용이 약 2조6000억원으로 전체 요양급여비용의 6.6%나 된다. 다른 나라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약사의 조제료를 인정하지 않고, 설령 인정하더라도 전체 의료비에서 조제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이탈리아의 경우, 4.9%, 미국의 경우, 약 2.9% 정도를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의 조제료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조제료의 원가보존율이다. 2006년 심평원 자료에 의하면, 의료수가는 원가보존율이 73%에 불과한 반면, 조제료는 무려 126%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제료 수가는 매년 인상되어 2000년 3896억원이던 조제료가 2009년 2조6050억원으로 무려 6.7배나 증가했다.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은 2003년 국정감사에서 의약분업제도 후 실시한 의약분업의 비용평가 결과, 국민추가부담이 총 7조8837억원 이었는데, 이 중 약국 조제료가 4조7697억원이나 돼 전체의 60%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조제행위료가 높은 이유는 조제료 이외에도 약국관리료, 기본조제기술료, 복약지도료, 의약품관리료 등 총 5가지 조제수가를 별도로 보상하고 있고, 조제료와 의약품관리료를 91일까지 처방일수에 따라 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가보존율이 126%에 이르는데도 지속적으로 매년 조제료 수가를 인상해주는 것도 원인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조제료 지출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건강보험재정의 낭비는 계속될 것이다.

2. 높은 복제약 가격
2009년 요양급여비용 중 의약품비로 지출된 비용은, 원내의약품 약 3조5000억원, 원외처방의약품 약 8조1000억원 등 총 11조6000억원에 이르며, 전체 요양급여비용의 29.6%에 달한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의사들의 처방행태가 그 원인이라 주장하나, 이는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악의적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의약품 비율이 높은 이유는 잘못된 복제약가 산정정책에 기인한다. 복제약 출시시점에 따라 오리지널 약가 대비해 일률적인 비율로 복제약가를 산정하는 계단형 상한가 결정방식과 제약사간의 가격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개별 실거래가 상환제가 그 원인이다.

오리지널약 가격 대비 복제약 가격이 미국은 16%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30%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무려 86%에 달한다. 배은영 외(2007)는 구매력수준을 고려하여 오리지널약 보험약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한 결과, 평균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2008년 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복제약 청구 50대 성분의 각 국가 약가 수준을 비교한 결과, 구매력 지수로 환산한 경우, 우리나라 복제약 가격을 100으로 산정했을 때 다른 나라 복제약 가격은 70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시 오리지널약가는 거의 유사하고, 복제약가는 비싸다는 결론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원의 `건강보험약가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2008년)'이라는 보고를 보면, 우리나라 복제약가가 얼마나 고평가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복제약의 판매량 비율은 다른 나라 평균과 비교하여 별다른 차이가 없는 반면, 복제약 매출액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다른 나라의 경우, 복제약 판매비중을 높일수록 약제비 감소 효과가 있으나(판매량 43.0%, 매출액 23.2%), 우리나라는 복제약 판매비중을 높인다 하더라도 약제비 감소효과는 미미하다(판매량 44%, 매출액 41%). 우리나라 복제약이 얼마나 비싼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예이다. 따라서 약제비 절감을 위해 의사의 복제약 처방을 늘리는 정책이나 성분명처방을 시행하는 것보다는, 복제약가 산정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렇듯 높은 복제약가는 건강보험재정 적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의료수가를 비롯한 다른 수가는 건정심을 통해 수시로 인하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도, 복제약가는 계단식 상한가 결정방식에 따라 한번 결정된 약가는 수정되지 않는다. 이는 정부가 제약회사에 특혜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상장사 중 2000년 이후 생산실적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비제약사의 단순평균 영업이익률이 0.4%인 것에 반해 제약사는 13.2%에 달한 것을 보면 보험약가정책으로 인해 제약회사가 얼마나 큰 수혜를 보는지 알 수 있다.


건보 적자 의료인에 전가하는 악의적 태도 중단을


3. 재정 대책없는 보장성 강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2%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의료비의 62%만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준다는 얘기이다. 보장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적절한 재정대책을 세운 후 보장성 강화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공단의 발표에 의하면 2009년의 경우, 항암제 보험급여, MRI 보험급여 확대, 치료재료 급여 전환, 희귀난치치료제 보험급여, 출산진료비 지원확대, 장애인보장구 및 소모품 급여 확대, 심장·뇌혈관질환 본인부담 경감, 결핵환자 본인부담 경감, 중증화상 본인부담 경감 등의 보장성 강화로 6500억원, 그리고 차상위 전환으로 인해 5000억원 등 총 1조1500억원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재정적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사실 이러한 보장성강화 정책은 건강보험재정으로 충당할 것이 아니라, 복지차원에서 정부의 보조 하에 이루어져야 함에도 기존의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설령 건강보험재정으로 충당한다 해도 그에 따른 적절한 재정수입대책이 있어야 했다.

4.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에 의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형 확대
건강보험재정이 적자가 난데에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앞다투어 수익창출에 나서고 있고, 더 나아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경질환 환자의 외래진료마저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낮은 의료수가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의료수가는 원가의 73%에 불과하다. 의료수가가 낮다보니 병원은 기존 입원 위주의 환자 진료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웠고, 결국 외래진료를 강화할 수 밖에 없었다. 둘째,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 악화이다. 의약분업 이후 건강보험재정에 문제가 생기자 정부와 시민단체는 그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며, 부당청구나 허위청구를 일삼는 파렴치범으로 매도했고, 쓸데없이 항생제나 남용하는 주범으로 몰았다. 그 결과, 의사들은 돈만 아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며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악화됐다. 환자들은 의사 개개인에 대한 신뢰보다는 브랜드파워나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병원을 찾아 나서게 됐고, 이것이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세 번째로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허술한 법적 제도적 장치 역시 하나의 원인이 된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인한 부작용은 대단히 심각하다. 의약분업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 점유율은 점점 낮아져 2001년 32.8%에 달하던 점유율이 2009년에는 22.8%까지 감소한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은 같은 기간 31.8%에서 45.8%까지 상승했다.

점유율의 변화는 질환당 의료비의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질환을 의원에서 진료했을 때와 병원에서 진료했을 때, 건당진료비와 약제비에 상당한 차이를 보임으로써 건강보험재정 낭비의 원인이 된 것이다.


보장성 강화정책, 건보재정 아닌 정부 보조로 전환하고
조제료 100% 조정·복제약 선진국 수준 인하땐 4조원 절감
의료전달체계 확립·선택분업땐 추가적 재정 절감 가능

III. 지불제도개편 논의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위에 언급한 명백한 원인에 의해 건강보험재정이 적자가 났음에도 행위별수가제가 건강보험재정 적자의 원인인 양 사실을 호도하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총액계약제와 같은 지불제도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절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사고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의사들의 과잉진료가 건강보험재정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사들의 과잉진료가 원인이라면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 상당한 비용이 의료인에게 지급이 돼야 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 1인당 의료비가 높아야할 것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의료인들에게 지급되는 진료행위료는 전체 요양급여비용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며, 한방과 치과로 지급되는 행위료를 고려하면 순수하게 의과로 지급되는 행위료는 그보다 더 작을 것이다. 전체 의료비에서 약제비를 제외한 순수 의료비가 OECD 평균이 82.6%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 비중이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2009 OECD health data'의 2007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GDP 대비 총 의료비는 6.8%로 OECD 평균에 비해 24.4%가 낮다. 국민 1인당 총 의료비는 1688 달러(구매력지수 기준)으로 OECD 평균에 비해 44.9%나 낮다. 특히 총 의료비에서 약제비를 제외한 국민 1인당 순수진료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진료비가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국민 1인당 순수진료비는 우리나라가 1272달러로, OECD 평균 2600달러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권의 주장대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다른 나라에 비해 총 의료비나 순수 진료비가 더 높아야 함에도, 객관적인 수치는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50%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혹자는 현재의 의료비보다는 지난 수년간의 의료비 증가추세 때문에 전체 의료비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총액계약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객관적인 수치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0년 대비 2007년도의 OECD 평균 의료비 상승률은 57%인 반면, 우리나라는 108%로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료비는 809달러, 국민 1인당 순수 진료비는 596달러로, OECD 평균 1,961 달러, 1767달러에 비하면 각각 OECD 평균 대비해 41.3%, 33.7%에 지나지 않았으며, 2007년에 들어 OECD 평균 대비 비율이 각각 54.9%, 49.0%로 조금 올랐을 뿐이다. 비록 증가율이 높다고는 하나, 여전히 OECD 평균의 반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의료비 증가율 때문에 총액계약제를 실시해야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부 시민단체나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 의사들이 행위별수가제 때문에 과잉진료를 했다는 객관적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OECD 평균과 비교하여 대단히 낮은 의료수가를 강요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총액수가제, 인두제 등의 지불제도개편을 통해 의료비 억제정책을 펴는 것은 곧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IV. 결론
건강보험재정이 적자를 보인데에는 과도한 조제료, 비싼 복제약가, 재정대책 없는 보장성 강화, 그리고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등이 그 원인이다. 이러한 원인들에 대해 면밀히 고찰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면 상당한 수준의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약국 조제료를 원가의 100%로 조정하거나 의과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73%로 조정하면, 연간 6000억원∼1조1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국내 복제약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인하하면 연간 2조3000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고, 보장성 강화를 복지차원의 정부지원으로 돌릴 경우, 연간 1조1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정책만 시행해도 연간 4조원 이상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이에 더불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거나 선택분업을 한다면 더욱 많은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건강보험재정 적자의 원인이 명확하고 절감대책 역시 분명히 있음에도, 마치 행위별수가제가 모든 원인의 근본인 양 의사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명백한 사실 호도이며 진실 왜곡이다.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을 의사들에게 전가하려는 악의적인 작태는 중단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다는 자세로 재정적자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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