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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차의 탈구 불안증
스틱차의 탈구 불안증
  • 의사신문
  • 승인 2010.11.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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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부품이 올때까지 조심해서 타야하지만…

자동차를 탄지 20년이 넘어가고 많은 차들을 타보지만 아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차종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런 차들은 정서 반응을 일으킨다. 자동차라는 것이 집 다음으로 생활공간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기가 타던 차를 나중에 보게 될 기회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당시를 떠올린다(필자같이 오래된 차를 오래 타고 다니면 세월은 정지되는 느낌이다).

개성이 강한 차들은 특유의 느낌과 소리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웅 하는 소리가 위-잉 하는 음으로 바뀌면서 빠르게 치고 나갈 때는 이 보다 즐거운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종의 완벽한 주행감을 즐기는 것인데 오래된 차라면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차를 손보아 놓아야 한다.물론 손보는 일도 자동차 마니아들의 중요한 즐거움의 하나다. 기어를 빠르게 변속하면서 달리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지난주에는 가락시장 앞 다리 끝에서 차가 완전히 멈추는 상황을 만났다. 기어변속기의 탈구가 일어난 것이다(사람으로 말하자면 손목의 탈구가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주의 이상한 모임(포르세 944와 M3를 모는 팀)이 있은 후 수동기어의 링크를 손으로 뽑아서 수리하는 일이 병원 마당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무렵 대구에서 친구가 왔다. 수리와 손보기의 달인인 친구도 손이 잘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클리닉 마당까지 견인해 온 차를 다시 견인해서 공장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리프터에 올리고 밑에서 접근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손이 들어가야 빼거나 끼울 수 있다. 결국은 포올시스템이라는 푸조의 애프터마켓 공장(웬만한 것은 상당히 융통성 있게 정말 잘 해주는 곳이다. 푸조차를 탄다면 꼭 가볼만하다)에서도 결국은 리프터에 들어가서야 해결했다. 결국 차라는 것도 수술대와 마찬가지인 리프터에 올라가지 않으면 푸조 공장장의 차가 망가져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고장의 결론은 링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자연탈구가 일어난 셈이다.

새로운 링크가 올 때까지 링크에 철사를 얽어매어 쑥 빠지는 일만은 막도록 조처해 놓았다. 인대보강과 비슷한 작업을 한 셈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스틱차량의 경우 기어의 링크는 작은 관절이 양쪽에 달린 막대 2∼3개 정도로 되어 있다. 오래되면 탈구가 일어나는데 기어 변환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되면 바꾸어 주는 편이 바람직하다. 가격도 얼마 되지 않는 이 부품이 망가지면 엔진과 미션이 문제가 없어도 차는 절대 주행 불가능하다. 차에서 내려 링크를 끼우는 모험을 하던가 아니면 견인, 아주 운이 좋다면 근처 카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평상시에는 이 변속링크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망가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은 부품이 이상해지면 교체할 때까지는 항상 조마조마하다.

철사로 감아 보강해 놓은 링크를 단 채로 길이 막혀있는 영동대교를 넘어오면서 약간 빡빡하게 느껴지는 1단 기어를 넣는 일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전날까지 G20때문에 못 다닌 차들이 전부 길 위로 나온 것 처럼 복잡한 날 링크가 빠진다면 아수라장을 만들 것 같은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다리를 다 건널 때까지 클러치만 밟고 있어야 했다. 허리가 아프더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링크를 갈고 나왔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다리를 건넜다. 기어는 바꾸지 않고 클러치와 액셀만을 밟고 강을 건넜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길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올림픽대로는 길이 막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구가 다시 일어나 길 옆에 대는 한이 있어도 모처럼 모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링크가 빠지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고 링크에서 탈구가 일어날까 말까하는 부분에서는 힘이 들어가고 조금 걸리는 느낌이 난다. 아마 철사를 묶지 않았다면 또 빠졌을 그런 순간이다. 그러나 궁상맞은 철사는 잘 버텨주었고 10여분 동안 약간 변속타이밍이 늦지만 정말로 즐거운 드라이빙을 했다. 원래는 링크가 올 때까지 조용히 타야 정상이다.

이런 정서반응을 일으키는 차는 결국 버리지 못할 정도로 좋아하는 고물차라는 이야기다. 자연 탈구가 일어날 정도로 위험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잘 정비할 수만 있으면 차와 노는 일은 큰 재미거리이기도 하다. 요즘 바빠진 데다가 자전거에 빠져서 탈구가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그냥 타고 다닌 한심한 주인이기는 하지만, 주문을 내거나 이베이를 뒤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깎아서라도 만들어서 다닐 성의는 있다. 그래서 차는 아마 그때까지 잘 다닐 것이고 완전히 지치는 날은 폐차를 할지도 모른다.

차를 소중한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마니아들은 차를 자주 바꾸거나 아니면 거의 바꾸지 않는다. 거의 바꾸지 않는다면 다양한 차를 몰아보는 경험이 줄어든다. 언제나 마주치는 딜레마이다. 사실 타보고 싶은 차는 아주 많이 있다. 시승해본 차 역시 아주 많지만 타고 다니는 차종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나를 홀릴 차종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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