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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멈출 순 없다”…드디어 정상 등정 `환호'
“여기서 멈출 순 없다”…드디어 정상 등정 `환호'
  • 의사신문
  • 승인 2010.10.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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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배 - 잠보! 킬리만자로(Mt. Kilimanjaro, 5895M) <4>

▲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 바로 전 서울시의사산악회 원정대원들과 기념사진

뽈레 뽈레 킬리만자로

비행기를 3번 갈아 타고 와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마랑구게이트에서 입산수속 후, 만다린산장, 호롬보 산장을 거쳐 키보산장으로 가는길은 고도가 4000m가 넘으니 고산증 증세가 점점 뚜렷이 나타났다.

올라오면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에게 “Did you reach the top ?”하고 물으면 상대방이 자신있게 “Yes”하면, “Congratulation”하고 엄지를 올려주던 것도 귀찮아 졌다.

추석연휴를 이용하느라 스케쥴을 하루 줄이는 강행군으로 하루에 고도를 1000m씩 올리니 현기증, 무기력증, 두통, 복부팽만감 등으로 고산증에 시달렸다. 점심 도시락을 반도 못 먹고, 우측 마웬지봉을 보며 좌측 갈림길로 접어드니 키보산장 지붕이 멀리보이는 곳에 휴계소가 있었고, 키보산장이 1.46Km 남았다. 빤히 보이는데도 거리가 줄지 않아 30여분 만에 키보산장에 도착하여 관리소에 도착신고를 하였다.

산장에서 밧데리 충전이 안 돼, 카메라에 밧데리 눈금 하나만 남아 키보산장 문에 4700M라고 써있는 곳과 길만스포인트 5시간 남았다는 팻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껐다.

우리 대원들이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하여 방을 배정받고, 잠깐 휴식 후 5시에 저녁식사를 하고 이른 잠을 청하였다가 11시에 일어났다. 모두 잠을 어설피 잔 후 깨어 간단히 누룽지 밥을 먹고 비장한 각오를 하고 마지막 정상을 오를 준비를 하였다. 나는 물과 카메라, 간식이 들은 작은 배낭마저 가이드(앤드류)에게 주고 스틱만 잡고 맨몸으로, 선두 가이드 다음 두 번째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현지시간 밤 12시가 조금 넘어 한국의 추석날 아침 6시다. 추석 보름달이 환히 비추어 헤드랜턴이 필요가 없었다. 15명이 한줄로 길게 서니 인원파악이 쉽지 않아 몇 번을 뒤로번호를 하다 보니 인원이 줄어들었다. 뒤로 쳐지는 대원이 생기는 것 같았다.

선두 가이드가 뽈레뽈레(천천히 천천히)가는 것 같은데도 숨이 찼다. 제일 젊은 리틀 박이 처지자 내앞으로 불려와 선두에 섰다. 무척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으나 의지는 대단했다. 힘들어하는 대원이 앞에서니 더욱 더 뽈레뽈레 가게 되었다.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며 올라가다 새벽 3시 경 한스메이어 동굴(5182M)에 도착하였다. 말이 동굴이지 바위가 윗부분이 튀어나와 움푹 파인 곳이었다. 수통에 물을 꺼내어 마시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헤드랜턴 불이 달빛아래 장관이었다. 이곳부터는 경사가 더 심해져 지그자그로 올라가면서 추위가 더 심해졌다. 장갑을 두꺼운 것으로 갈아 끼우니 스틱잡기가 불편해 졌다. 점점 힘들어하던 리틀박이 뒤로 처지면서 다시 가이드 다음을 바짝 따라 붙었다.

서울에서와 달리 올라오는 3박4일의 고생이 억울해서 정상을 가고자하는 의지가 더욱 확고해 졌다. 얼마나 올라왔는지 화산재 바닥이 돌로 바뀌면서 더욱 추워졌다. 가이드에게 얼마나 남았냐고 물으니 대답도 없이 올라가기만 했다.

▲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른 감격의 순간


하루에 1000m씩 고도 올리며 강행군 하니 고산증으로 지쳐가
극심한 추위 견디며 길만스포인트 도착 후 더 올라야 하나 고민
서윤석 고문의 독려와 재촉으로 `뽈레 뽈레' 우후르피크로 전진
2010년 9월 22일 드디어 정상 도착 감격의 순간 동지들과 나눠


날이 조금씩 훤해지는 느낌이 오더니 갑자기 가이드가 길만스 포인트에 도착했다 말했다. 돌길을 올라서니 길만스포인트(5681M)라는 나무팻말이 나타났다. 뒤에 오던 이민전대원이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도 카메라를 꺼내 단독사진 1장만 찍고 넣었다. 전지가 거의 없었다.

저 멀리 마웬지 산 옆에서 해가 뜨고 있었고 시계는 6시12분 이었다. 예정 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하여 우후르피크 정상까지 가야하나 하는 고민에 빠져있는데 가이드, 서윤석고문님이 정상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분화구 주위로 빤히 보이는데도 1시간 반이나 걸린단다. 나도 같이 가기로 하고 돌을 뛰어 넘는데 정신이 아찔했다. 다른 등산객이 원숭이처럼 뛰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고산에서는 빠른 행동은 금물이며, 잠시 고산에 있다는 것을 잊은 만행이었다.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을 뽈레 뽈레 가기 시작하였다. 중간에 돌산은 피하면서 우측 분화구를 큰 원을 그리면서 정상쪽으로 걸었다. 중간에 다른길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어 물으니, 그곳이 스텔라포인트로 다른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이란다.

다행이 해가 뜨면서 추위는 약간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정상을 갔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정상의 나무팻말이 멀리 보이면서 좌측의 커다란 얼음빙상들이 벽을 이루며 서 있었다. 드디어 2010년 9월 22일 7시 50분, `UHURU PEAK TANZANIA 5895M'라고 쓰여진 정상 나무팻말이 보이고 이미 먼저 온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고 서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이 산 정상을 오기위해 마랑구게이트에서부터 3박 4일을 걸어 온 것이다. 아마추어 등산으로 가장 높은 산에 올라왔다는 생각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순서를 기다리던 중 이관우대원이 와 우선 내 사진기로 정상사진 2장을 찍고 같이온 대원, 가이드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다른사람들도 사진을 찍고 빙산을 배경으로도 사진을 찍었다.

넓고 밋밋한 분화구보다는 얼음장벽을 이룬 빙산이 더 멋있었다. 배낭에서 수통에 든 물을 먹는데 물이 얼어 버석거렸다. 걸을 때보다 서 있으니 더 추웠다.

서로가 기뻐하며 사진을 다 찍은 후 오래있지 못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길은 온길을 되돌아 가는 길이다. 되돌아 가면서 새벽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분화구, 빙산, 발아래 구름, 바위길, 화산재길의 역순으로 빠르게 내려왔다. 몸은 무거웠지만 정상을 정복했다는 기쁜 마음에 힘든지를 모르고 내려왔다. 키보산장에서 간단히 점심으로 빵을 먹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로와 졸음이 쏟아졌지만 고산증이 덜한 호롬보산장(3700M)으로 하산길을 재촉했다.


이용배<영등포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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