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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노릇 못해 먹겠다
의사 노릇 못해 먹겠다
  • 의사신문
  • 승인 2010.10.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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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성<성북구의사회 회장>

▲ 노순성 회장
끝없는 정부의 시행령과 법률제정, 국회의 법제정을 통한 새로운 낯선 의료제도의 탄생에 의료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대학 병원들은 소위 Big 5 진입을 위한 피나는 전쟁중이다. 생존을 위해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무리한 호텔급의 시설투자, 수십억대의 고가 장비 구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고, 병원 재정상태를 고려치 않는 노조는 매년 대우 좋은 병원 수준으로 급여인상 요구하며 파업을 위협하니, 도산위기속에 병원장님들 얼굴도 감처럼 누렇게 뜬다.

개원의사들도 공룡화된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쏠림과 외래 환자 1만명 시대가 반갑지 않다. 뱁새가 황새 쫓듯이 고가의 인테리어, 시설과 장비 투자를 흉내 내야되고, 의료수가 인상길이 막힌 가운데 운영비(인건비, 각종 세금, 임대료)는 매년 인상되고, 물론 개원가도 부익부 빈익빈이 있지만 의사, 한의사수는 매년 증가하고, 환자는 조금씩 줄어가니 누렇게 뜬다. 내년도 건보수가 인상은 1.5∼2% 정도라고 한다.

보건소의 일반환자 진료가 달갑지 않다. 환자 없어 한가한 개원의사도 많은데 진료를 위한 보건소의 시설, 장비 투자는 중복 투자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정부에서 앞장서 막아야 된다. 그런데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은 `돈없어 치료를 못받아 눈물 짓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전재희 前복지부 장관의 천명이후 선심성 대국민 의료서비스는 확대되는 추세다. 원격진료도 소수의 도서산간, 교도소 등 의료사각지대, 의료취약지역 만성질환자를 위해 실시 한다면서, 실제론 적용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았다.

새로운 서울시 각구청장들의 선거공약도 그 맥락이 같았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보건복지에 운명을 걸고, 보건소를 통한 선심 정책 확대 의지가 강하여, 앞으로는 일반환자 진료도 늘어나고, 보건소 지소, 분소 설립 또한 확대하고 싶어 할 것이다. 최근 의협에서 마련한 `지역 보건법' 제10조 `보건지소 설치' 개정안에 보건소가 설치된 읍·면과 인구 5만명 이상의 도서지역을 제외한 의료 취약지역에 한하여 설치 가능하다고 되어 있어 이 법이 꼭 제정되어 지자체에서 마음대로 할수 없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동사무소에 65세 이상 노인을 1일 100∼200명씩 모아놓고 보건소에서 출장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고 하여 개원의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국민 평균수명이 머지않아 80세가 될 터이고,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 대비 20∼30%로 증가 될 터인데, 보건소의 65세 이상 환자 진료는 개원가 도산 뿐만 아니라 정부·자체에도 엄청난 재정적자 초래로 멀지 않아 위기를 맞을 것이 자명하다. 지난 7월 의협에서 준비한 `지역 보건법' 제9조(보건소 업무) 축소·폐지 안(案)에는 지역 취약계층, 의료급여 수급권자, 차상위 계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반드시 관철 시행되기를 바란다.

저출산으로 수입이 급감된 소아과에서는 예방접종에 운명을 걸고, 산부인과에서는 요실금이나 비만치료등에, 비뇨기과 영역의 남성의학은 비뇨기과 의사 보다 일반의가 더 성업중이고, 성형외과 영역도 미용성형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많이 잠식하고 있다. 소위 전문의사보다 덜 전문의사가 잘 나간다는 말이다.

의료의 흐름은 비급여 품목 개발과 수입이 되는 쪽으로 빗나간지 오래다. 각종 보험회사들이 다투어 내놓은 건강실비보험 상품들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여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처음에는 골절, 입원환자, 수술 정도 혜택에서 이제는 낮병동 입원비, 모든 외래 진료비, 각종 검사비(급여·비급여 모두)까지도 비용 지불해 준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지급해 왔다.

보험회사를 믿는 환자들의 무리한(?) 치료 요청도 늘어나고, 진료비 청구액이 급등하자 치료비 청구가 많은 병·의원 상대로 뒤늦게 보험회사(자동차 종합보험 포함)에서 챠트복사, 진단서, 치료비 영수등 등을 요구하며 실제 입원 했는지(낮병동 입원 포함), 꼭 입원을 해야되는 상태였는지, 수술(요실금, 하지정맥류, 척추, 슬관절 수술 등) indication은 적합했는지 까지도 정밀 분석하여, 과잉진료 의심되는 곳은 건보공단에 자료를 주어 조사 또는 실사케 하여 엉뚱하게 다른 위반사항이 적발되어 피해를 보거나 행정 처분을 받은 곳도 있는 것 같다.

덩달아 건보공단의 수진자 조회도 늘어나고 조사 항목도 세분화 되어 구체적인 질문서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국회의원중 H.P을 이용 문자메세지로 전국민 상대로 수진자 조회를 법제화하자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

금년 말부터 `퇴직급여제도'도 4인이하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오는 12월 부터는 단계적으로 퇴직금 지급이 의무화 되겠고, 2011. 1월부터 `세무 검증제도'를 연매출 5억원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될 계획이며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한단다.

최근 `줄줄 새는 건보료 징수체계'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100억이상 재산가가 6개월∼10년간 보험료를 한푼도 안내고 53만명의 개인 사업 고소득자가 소액의 건보료를 내고, 53만명의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체납액이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왜 의사들에게만 들이대고 엄격하게 하려고 들까?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는 영유아 국가 필수예방접종 사업으로 질병관리본부가 민간 병·의원 에서도 국가지원 무료접종 예산으로 800여억원을 책정했는데 기획재경부가 470억원을 삭감해 버렸다고 한다.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은 금년중 건강관리서비스제도의 입법화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을 분명히 했고, 의협도 반대하지 않는것 같다. 내년부터 모범적 지방의료원에 의료시설·장비·인력 지원과 포괄 수가제 도입 약속을 했다.

의료계가 한때는 개혁적 좌파(?)정권을 원망했는데, 보수 우파정권이라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의협, 시의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것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런데 왜 회비 수납율이 떨어지는지…

노순성<성북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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