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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2번 C단조 '부활'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2번 C단조 '부활'
  • 의사신문
  • 승인 2009.02.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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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정신의 죽음과 부활을 노래


`인간은 과연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사라져 가는 것인가?'라고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말러도 인간과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졌다. `내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이 인생을 원하고 있었던 것인가?', `자애로운 신의 창조물 속에 잔인성과 악덕이 존재하고 있음은 무슨 이유인가?', `인생의 의미는 과연 죽음에 의해 해석되는 것인가?'.

이러한 생각들은 그의 예술세계를 지배했으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의와 투쟁은 그의 예술 욕구를 외면적인 표현수단보다는 내면적인 정신의 세계로 집중시켰다. 해탈과 구원의 피안을 추구한 정신세계, 인간의 생존문제를 풀기 위한 개탄과 경각은 그로 하여금 답을 구하도록 몸부림을 치게 했지만 누구도 그를 구원할 수는 없었다.

음악사적으로 말러는 베토벤에서 시작된 이상주의 음악의 최후의 귀결이며 베버, 슈만으로 시작돼 멘델스존, 브람스, 바그너를 거쳐 브루크너로 이어지는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마지막 정점을 이룬 동시에 근대음악의 분수령을 형성함으로써 그 의미는 매우 크다. 그는 교향곡의 형식에 있어서 전통적인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더 확대하고 발전시켜 고도의 구성력을 확립한 동시에 내용과 감성에 있어서 고전적인 형태를 과감히 극복해 독자적인 이념을 구현하는 혁신을 감행한다.

그의 작품에서 나오는 거대한 음향은 이 세상의 소리라고 믿기 어려운 충격과 경이로운 감동을 전달한다. 그러나 말러 자신에게 있어서 인간 존재의 비극과 생의 부조리를 음악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오히려 이런 규모로도 부족했을지 모른다. 그의 음악적인 공간은 무한히 확대된 것으로 관현악적 선율의 흐름이나 표정을 살리기 위한 그로테스크한 요소들의 대담한 도입 등은 전통적인 교향곡 형식에 개혁을 일으키게 된다.

말러 교향곡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성악과 관현악의 이상적인 조화이다. 성악의 도입에 의한 그의 독창성은 교향곡 주제 발전의 천재성을 보여주며 구성의 확대, 깊은 내면성 등으로 좀 더 작품을 심화시키고 있다.

교향곡 제2번은 근본적으로 말러 개인의 신념을 음악화한 교향곡 제1번과 달리 의식적으로 엄격한 교향곡방식을 의도하고 있는 작품으로 주제를 중심으로 고전적 형식을 고수하고 있다. 말러가 이 작품을 쓸 무렵 그의 정신세계에 강한 영향을 끼친 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인류사상'이었다. 인간의 야수성과 참혹한 인생의 고뇌를 두려움 없이 주시하여 신과 영원한 것, 그리고 사랑에의 길을 추구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철학은 젊은 말러를 이끌게 되며 그 죽음과 부활의 사상이 이 작품의 근본적인 주제를 이루게 된다.

제1악장 : Allegro maestoso 전체적으로 영웅의 장송행진 분위기로 영웅의 번민을 절규하는 표현, 위대한 정신의 고통과 죽음을 그리고 그를 매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제2악장 : Andante con moto 지난날을 회상하며 마음의 안정을 구한다. 목가적 멜로디에 즐거운 리듬은 마치 밝은 태양 앞에 선 인간의 평화를 추구하려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제3악장 : Scherzo 조용한 강물처럼 느리면서도 유머러스한 민속 무곡의 모습이 소박하다.

제4악장 : 원광 가곡 `이상한 뿔피리'에서의 최초의 광명(Urlicht: 원광)에 나오는 구절인 `붉고 작은 장미여! 인간은 큰 고난 가운데 있으며 큰 고통 가운데 있나니!'를 알토에 의해 조용하고 성스럽게 부르면서 부활의 서주를 나타낸다.

제 5악장 : Finale 18세기 독일시인 클로프슈톡크의 시 `부활'을 노래하면서 마지막 부분에는 말러가 직접 쓴 글을 넣어 작품을 완성한다. `부활, 그대 부활하리로다… 영원한 삶을 위해 나는 죽지 않으리라. 나의 마음 속 깊숙이 부활… 그대 승리한 것처럼 신에게 의탁하리다!'

■들을만한 음반 : 브루노 발터(지휘), 뉴욕 필(CBS, 1958);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뉴욕 필(DG, 1987);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DG, 1992); 오토 클렘페러(지휘), 필하모니아 교향악단(EMI, 1961) ;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시카고 심포니(DG, 197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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