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 차이코프스키 '사계' 작품번호 37b 
표트르 차이코프스키 '사계' 작품번호 37b 
  • 의사신문
  • 승인 2010.10.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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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그려진 스케치 같은 담백한 선율

많은 작곡가들은 아름답고 변화무쌍한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기 위해 그 감정을 `사계'라는 표제로 많은 곡을 작곡했다. 비발디의 `사계',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글라주노프의 발레음악 `사계' 등등. 극도의 심각한 우수와 고독 속에서 한 평생을 시달렸던 차이코프스키도 러시아 자연의 사계절을 묘사하는 작품을 작곡했다. 

차이코프스키는 1875년 연말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출판업자의 의뢰를 받아 그 다음해 1월부터 매월 한곡씩 그달의 행사나 풍물을 담은 12개의 소곡을 월간지 `뉘벨리스트(nouvelliste)'의 부록형식으로 발표하였다. 훗날 이 12곡이 묶여 작품집 `사계'로 출판된다.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성과 인생관을 마치 연필로 그려진 스케치처럼 한 곡, 한 곡 담백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있다. 이 곡에서 표현된 12개월은 당시 구력에 의해 작곡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양력 계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1월: 화로가에서. 러시아의 대시인 푸쉬킨의 `화로가에서'라는 시에서 동기를 얻었다. 붉게 타는 화로의 불꽃은 북국의 겨울을 잘 묘사하고 있다.

2월: 사육제 주간. 러시아의 춤곡 리듬으로 흥겨운 기분 속에서 시작되는 이 곡은 겨울을 지내는 러시아의 축제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들뜨고 떠들며 마시고 노래 부르고 있다.

3월: 종달새의 노래. 러시아 서정시인 마이코프의 시에서 “들에는 꽃들이 흔들리고 있고 하늘에는 빛의 파도가 출렁이네. 푸르고 끝없는 깊은 곳에는 봄날 종달새들의 노래가 가득하네”를 인용한 곡이다.

4월: 아네모네. 역시 마이코프의 시에 의한 것으로 봄소식을 알리는 꽃 아네모네가 만발할 때 러시아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고 봄에 대한 동경을 하는 선율이 매혹적이다.

5월: 백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는 5월에 시작한다. “굉장한 밤이다. 모두를 감싸버린 말할 수 없는 안식이 고마워라. 친절한 북극의 나라여, 눈보라와 눈의 왕국에서 상쾌한 그대의 오월은 사라져 버린다네”라고 5월을 묘사하고 있다.

6월: 뱃노래. 이 작품집 중에서 11월 `트로이카'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곡이다. 여름날 저녁 때의 뱃놀이를 그린 프레시케이코프의 시가 배경이 된다. “해변으로 가자. 우리들의 발에는 파도가 입맞춤할 것이며 수심에 찬 별들이 우리들 위에서 빛나리라.”

7월: 추수꾼들의 노래. 콜츠호프의 시에서 “소리쳐라 어깨여. 개척하라 팔이여. 얼굴에 불어오라. 대낮의 바람이여”를 묘사한 곡으로 러시아 농촌 여름풍경을 절절히 그려내고 있다.

8월: 추수. 역시 콜츠호프의 시를 배경으로 만든 곡이다. 첫 부분은 바쁘게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빠른 템포로 그리고 후반부는 소박한 농민들의 노래를 한가롭게 묘사하고 있다.

9월: 사냥. 사냥은 추수와 함께 러시아의 가을의 대표적 풍물이다. 푸시킨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뿔나팔 소리와 함께 질주하는 말발굽소리 등과 함께 사냥의 경쾌함을 그리고 있다.

10월: 가을의 노래. 전 작품 중에 차이코프스키의 색깔이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다. 우수에 젖은 러시아의 10월 분위기가 대문호 톨스토이의 시에 숨어있다. “가을, 우리의 아련한 뜰은 초라해져가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가네.”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쓸쓸한 선율이 굴절된 듯한 형태로 가다가 곧 원 모습으로 돌아온다.

11월: 크리소프의 시를 배경으로 한 이 곡은 눈 덮인 러시아의 드넓은 광야를 달리는 트로이카에 붙여 쓸쓸한 마음을 러시아의 민요 주제를 인용하여 노래하고 있다.

12월: 크리스마스. 주코프스키의 시에서 “옛날 크리스마스의 전야에 아가씨들은 점을 쳤다네. 벗은 신발은 문밖에 던져두고”가 배경이 된 곡으로 마음이 들뜬 아가씨들이 추는 왈츠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이고르 주코프(피아노) (Melodiya, 1979); 미하일 플레티네프(피아노), (Melodiya, 1985);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 (Melodiya, 1966); 에프게니 스베틀라노프(지휘) 소비에트국립교향악단(Melodiya); 네르미 예르비(지휘), 디트로이트 심포니(Chandos, 1995)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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