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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사랑 릴레이로 미숙아 쌍둥이 살려”
“트위터 사랑 릴레이로 미숙아 쌍둥이 살려”
  • 표혜미 기자
  • 승인 2010.10.07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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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 이병섭 교수 트위터 통해 온정 이어져

▲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 라주·리피씨와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
쌍둥이 아빠 “앞으로 키울 일 걱정이지만 한국사람들의 사랑 덕분에 희망을 보았어요”

지난 8월 9일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의 트위터에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왔다. “퇴원을 앞둔 이주 노동자 가족 미숙아 쌍둥이 1400g 640g 아기들이 있는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여기저기 및 병원에서 지원을 해도 3000만원 넘게 지불해야 합니다. 언론사 지원도 다문화가정은 되나 이주노동자는 지원이 어렵다고 하니 고민입니다” 짧은 사연이지만 깊은 고민과 한숨이 배어있었다.

지난 5월 28일 세상에 나온 `세뚜'와 `심나' 쌍둥이 자매의 부모 `라주(M. D. Morlasur Rahman)'씨와 `리피(Lipe Hossain)'씨는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온지 11년째인 이주 노동자다.

결혼 10년 만에 생긴 아이였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쌍둥이를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뱃속의 쌍둥이 중 한 명에게 혈액이 많이 가고 다른 한 명에게는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쌍둥이는 이주노동자를 돕는 오산이주노동자센터를 통해 급하게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고 27주 3일 만에 미숙아로 세상에 나왔다.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 라주·리피 씨 미숙아 쌍둥이 출산
인큐베이터 속 사투 끝 고비 넘겼지만 병원비 1억여원 달해
안타까운 소식 듣고 익명기부·후원 쇄도 사랑 릴레이 화제


먼저 태어난 언니 세뚜는 640g의 초미숙아였고, 그나마 사정이 나은 동생도 1400g.

두 아기는 인큐베이터에서 생명을 건 사투를 벌였고, 탈장, 동맥관 개방, 미숙아 망막증 등 미숙아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 때문에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아야 했다.

다행히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긴 아기들은 82일 만에 인큐베이터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1억원 여에 이르는 병원비는 가난한 이주노동자인 부모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벽이었다.

이때부터 `희망의 릴레이'가 시작됐다. 짧은 한국어로 `아기를 살려주세요'라는 방글라데시인 부부의 눈물을 본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 김민정 전임이 최초의 바통을 잡았다. 우리나라 미숙아의 경우 정부와 각종 단체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경우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회복지재단과 외부기관을 설득했고, 아산재단에서 2000만원, 교보 다솜에서 1000만을 후원받았지만 여전히 턱 없이 부족한 수준.

아이들을 맡았던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자신의 트위터에 안타까운 사연을 올렸고 이병섭 교수의 팔로어인 아산메디컬뉴스는 이 글을 1000명이 넘는 팔로어들에게 전했다.

트위터는 다음날부터 기적을 일으켰다. “신생아 집중치료실 앞에서 아기 엄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미숙아 엄마로서 돕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글을 올린 익명의 어머니는 병원 홈페이지를 검색해 후원담당자를 찾아내고 먼저 전화까지 걸었다. 뒤이어 익명으로 500만원이 입금됐다.

글이 올라온 지 일주일 후 트위터를 통해 사연을 보았다며 병원으로 문의와 후원이 쇄도하고 있다. 집에 있던 아기용품들이 전해지기도 하고, 육아용품을 사서 선물로 보낸 이들도 있었다. 아기들이 있던 신생아중환자실에도 모금함이 마련되었다. 하나씩 전해지던 릴레이 바통이 순식간에 수백 수천 개로 나뉘어 전해진 것이다.

사랑의 릴레이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튼튼한 동생 심나가 먼저 퇴원했고, 병원비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병원 측의 도움과 배려로 9월 9일 언니 세뚜도 퇴원을 했다.

성남에서 일하는 아빠 `라주'씨는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집에 들른다. 한 시간 정도 딸과 놀아준 후 막차를 타고 공장으로 돌아간다. 아직 남아있는 병원비를 갚아야 하고 각각 눈과 귀에 이상증세를 보이는 아기들의 후속진료와 치료를 위해서 최대한 잔업을 많이 하려는 것이다.

라주씨와 리피씨는 “우리 아기들을 만나게 해준 서울아산병원과 도와주신 모든 한국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갚아야 할 병원비도 아기들을 키울 일도 막막하기만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은 고달픈 나라로만 기억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랑을 보내주신 익명의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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