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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 의한 가곡
구스타프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 의한 가곡
  • 의사신문
  • 승인 2010.09.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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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서 가득찬 민요시집에 생명력 넣어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중세학 전문가 클레멘스 브렌타노와 그의 의형제인 낭만파 시인 아힘 폰 아르님이 수집한 독일 민요시집이다. 당시 이 시집은 독일 예술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으며 시인 하이네는 “이 시집에서 독일인의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독일인을 이해하려면 이 시집을 읽어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배경으로 많은 작곡가들은 여기에 나오는 시에 곡을 붙였다. 

슈만, 브람스, 볼프, 슈트라우스, 쇤베르크도 이 민요시집의 가사에 곡을 붙였다. 하지만 많은 작곡가 중에 말러만큼 이 시집을 중요하게 인용한 작곡가도 없었다. 즉 이 시집은 말러의 세계관과 음악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교향곡 제2번 `부활'의 3악장과 4악장, 제3번의 3악장과 5악장, 제4번의 4악장의 주제가 이 시집에서 인용돼 그 시기를 말러의 `뿔피리 시대'라고 부른다.

이 가곡집은 민요시집에 곡을 붙인 것이기 때문에 주제가 서로 각기 다르게 구성되어 있고 연주자에 따라 곡의 순서도 다양하게 배치하여 소프라노와 바리톤이 서로 바꿔 다양한 모습으로 노래를 한다.

△제1곡 기상나팔. 아주 처절한 노래로서 북치는 병사가 총에 맞고 쓰러졌지만 전우들은 그를 도와주지 못하고 죽어간다. 병사는 자신이 북을 치니까 죽은 시체들이 일어나 적을 죽이고 연인의 집으로 가는 것을 상상한다. 교향곡 제3번의 1악장에 인용되고 있다. △제2곡 지상에서의 삶. 굶주린 아이가 어머니에게 배고프다고 계속 조르는데 어머니는 기다리라며 달랜다. 추수를 해서 빵을 구웠을 때는 이미 아이가 죽어 있다는 애절한 내용이다. 말러는 이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빵을 달라는 아이의 울부짖음에 약속을 하며 달래는 어머니의 모습이 우리 인생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상에서의 삶'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중략… 우리가 그토록 처절하게 빵을 요구하는데도 운명은 그것을 들어주지 않는다. 비로소 운명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바로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다.”

△제3곡 헛수고. △제4곡 라인의 전설. △제5곡 소년 북치기. 나이어린 병사들의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노래로 전쟁터에 끌려온 소년병의 이야기에서 전쟁의 잔인함과 참혹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제6곡 파수꾼의 밤 노래. △제7곡 누가 이 노래를 지었을까? △제8곡 여름의 교대.

△제9곡 높은 지성의 찬미. 이솝우화와 같은 내용으로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이 노래시합을 하는데 단지 당나귀 귀가 크다는 이유로 심판을 맡는다는 내용으로 예술에 대해 엉터리 평을 하는 평론가들을 당나귀에 비유해 비웃는 노래이다. △제10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두아의 성 안토니우스. 무척 해학적인 곡으로 성 안토니우스가 설교하러 교회에 갔더니 아무도 없어서 물고기에게 설교하러 강가로 갔다. 소문을 들은 온갖 물고기, 게, 거북이, 장어 등이 모여들어 열심히 설교를 들었으나 설교가 끝난 후 여전히 그들은 역시 뒤죽박죽으로 예전과 같이 돌아갔다는 내용으로 `일상의 어수선함'을 표현한 곡이다.

△제11곡 탑 속 죄수의 노래. 죄수와 소녀와의 대화로 죄수는 사상의 자유만 말하고 소녀는 사랑과 꿈만을 이야기한다. 음악적 동상이몽을 보여주고 있다. △제12곡 불행한 때의 위안. △제13곡 트럼펫 소리 아름답게 울리는 곳. 전쟁의 비극은 때론 아름답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로 그려지기도 한다. 말러의 가곡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명상적이고 섬세한 음악의 시와 같은 느낌이다. 노래의 마지막 소절 “그곳은 나의 집, 푸른 잔디 위의 나의 집”은 그가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제14곡 원광. “나는 하나님에게서 왔으니 사랑의 하나님에게 돌아가리라…복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까지 비추시리라.” 곡 마지막 부분이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며 마치 하늘로 올려 보내는 기원과 같다.

■들을만한 음반 :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소프라노), 드미트리히 피셔-디스카우(바리톤) 조지 셀(지휘), 런던 심포니(EMI, 1968); 크리스타 루드비히(메조소프라노), 발터 베리(베이스),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뉴욕 필(CBS, 1968); 바바라 보니(소프라노), 마티아스 괴르네(바리톤), 라카르도 샤이(지휘), 로얄 콘세르트헤보우(Decca, 199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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