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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악화, 이래저래 의료인의 탓? 
건보재정 악화, 이래저래 의료인의 탓? 
  • 김태용 기자
  • 승인 2010.09.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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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기자

▲ 김태용 기자
`못받은 건강보험료, 1조2800억원', `건보공단, 받지 못한 돈 1288억원', `복지부, 못받은 과징금 340억원'. 지난달 20일 무렵부터 며칠 간격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밝혀내고 공개한' 보도자료의 제목들이다.

 그 심각성이야 익히 공감하지만 수없이 많이 들어 `아 그런가보다'하는 이야기가 바로 건강보험의 재정악화다. 헌데 그럴 때 마다 보건당국은 재정악화의 원인에 대해 만성질환자의 증가나 인구의 고령화 등 뿐만 아니라, 소수에 불과한 몇몇 요양기관의 부당이득 행위를 슬그머니 앞에 세워 자신들을 `피해자'로 포장하곤 했다.

자 그렇다면 앞에 자료에서 정부가 돈을 받지 못한 주체는 누구인가? 첫 번째로 가장 많은 금액인 무려 1조2800억원은 건강보험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체납액을 모두 더한 것으로 지역가입자가 1조6490억원, 직장가입자가 1474억원을 납부하지 않아 발생했다. 그나마도 6개월 미만의 체납자는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인 1288억원 역시 최근 5년간 건보공단이 가입자들로부터 환수하지 못한 구상금과 부당이득금이다. 구상금의 미납률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46%로 673억원이고, 부당이득금의 미납률은 19%로 614억에 달한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가 요양기관이 복지부에 내지 않은 과징금 340억원이다. 가입자들에게 받지 못한 돈에 비하면, 과연 요양기관의 부당이득 행위가 건보재정에 그렇게 큰 악영향을 끼쳤는지 의문이다. 물론 요양기관의 수와 건강보험가입자의 수 자체가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정부가 말하는 요양기관의 `부도덕 행위'는 과징금 뿐은 아니기에 단순한 금액비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과징금부과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규정 △업무정지 처벌 강화 △부당청구 포상금제도 시행 등의 대책은 마치 의료인이 건보재정 악화의 주범이고, 의료인으로 인해 건보재정이 악화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모자라 주체(의료인·비의료인)도 불분명한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으로 만성질환과 노령인구에 소요되는 건보재정을 줄여보겠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수차례 지적돼온 공단의 비대한 조직이나 방만한 경영은 건보재정 악화에 아무런 영향이 없어서 의료인들만 범죄자인 듯 몰아가는 것인가? 너무도 흔한 말이 있지 않은가. 생각과 방법을 바꿔야 한다. `너 때문이야, 네가 책임져'라는 식의 대응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디 정부는 건강보험 가입자 즉 국민을 상대로 △건전한 납부 캠페인 진행 △다양한 수납 창구 개설 △직장가입자에게만 의지하는 수납비율 개선 △소득에 따른 건보료 차등·현실화 등 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방법을 추진, 건보재정의 정상화를 하루 빨리 꾀하길 빈다.

김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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