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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마러 교향곡 제1번 D장조 '거인'
구스타프 마러 교향곡 제1번 D장조 '거인'
  • 의사신문
  • 승인 2009.02.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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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절망…전 생애의 지표 제시


구스타프 말러는 1860년 7월 7일 보헤미아의 칼리슈트에서 유태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유태인이었으나 항상 그리스도 교인이 되고 싶어 37세 되던 해에 결국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 그리고 가톨릭의 신비주의와 종말론에 심취했다. 이런 배경으로 유태교와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의 태도는 묘한 균형을 이루었다.

한 인간의 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아마도 이십대의 젊은 날일 것이다. 그 `젊음'이 가지고 있는 싱싱한 생명력과 꿈, 좌절과 고뇌, 사랑의 기쁨과 실연의 아픔은 사람의 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이고도 도발적이다. 스물여덟 살의 말러가 그의 첫 교향곡을 완성했을 때, 말러는 분명 그러한 출발점에 서 있었다. 많은 교향곡 작곡가들 가운데 자신의 첫 교향곡에서 말러만큼 전 생애의 지표를 제시한 사람은 드물다.

말러는 그의 초기 교향곡에서 그 자신의 작품들과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많이 인용하였다. 말러가 기존 모티브들을 사용한 이유는 주로 이 교향곡의 표제를 더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본래 말러의 교향곡 1번은 장 폴의 소설 `타이탄'을 기초로 한 `2부로 구성된 교향시'로 5악장으로 구성된 곡이다. 초연 시 열렬한 반응을 받았는데, 아래와 같은 타이틀로 발표하였다.

`1부 청춘의 날들에서, 젊음, 결실, 고뇌 - △1악장 : 끝없는 봄, 서주: 동틀 무렵 깨어나는 자연을 묘사 △2악장 : 꽃의 장 △3악장 : 돛에 바람을 싣고

2부 인간의 희극 - △4악장 : 좌초, 칼로의 서식에 의한 장송행진곡 △5악장 : 지옥에서, 상처 입은 마음으로부터의 절망이 돌연 폭발'

그 이후 말러의 친구들이 소제목들이 곡을 혼동하게 한다고 하여 2악장 `꽃의 장'을 삭제하고 4악장으로 개조하여 `대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 D 장조'로 발표하게 된다.

교향곡 제1번 `타이탄'은 탐미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멜로디, 불규칙하면서도 치밀한 음악적 전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편성의 관현악 구성에도 불구하고 실내악적인 정갈함을 주는 독특한 음색의 목관악기와 바그네리안의 맥을 잇는 금관을 활용하여 말러 특유의 음색을 표현하고 있다.

제1악장 : 느리고, 끌듯이 - 처음에는 아주 여유 있게 `오르간 포인트'라고 하여 현악기가 한 음만 길게 내는 것을 배경으로 여러 관악기와 첼로가 다양한 주제를 선보인다. 이 속에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에서 `오늘 아침 들판을 거닐 때'와 베버의 `사냥꾼의 합창' 등이 나타나면서 다중적인 심경을 노래한다.

제2악장 : 힘차게 움직이며, 그러나 너무 빠르지 않게 시골 주점을 연상시키는 악장이며, 스케르초로 말러가 즐겨 사용하는 민속 왈츠형식이다. 솔직한 농부들의 춤이 소박하다.

제3악장 : 끌지 않고 장엄하면서 차분하게 때로는 아름답지만 조금 섬뜩한 느낌도 든다. 이 곡의 장송행진곡 부분은 남독일의 유명한 옛 동화 `Brother John'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이다. 말러의 12형제 중 5명이 어려서 죽었고, 살아남은 말러는 이들에게 늘 죄책감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말러는 “아직도 자고 있느냐”고 형제들에게 묻는다.

제4악장 : 격렬히 움직이며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라는 소제목은 단테를 떠올리게 만든다. `폭풍처럼'의 주제는 바로 `지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리스트의 `단테 교향곡'으로부터 인용되었으며, `천국' 주제의 동기는 바그너의 `파르지팔' 중 `성배'의 주제로부터 가져왔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들을만한 음반 :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교향악단(CBS, 1961) ;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DG, 1987) ; 라파엘 쿠벨릭(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DG, 1967) ;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DG, 1981) ; 피에르 블레즈(지휘),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DG, 199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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