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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과오소송상 입증전환에 있어 법원 판결의 문제점
<시론> 의료과오소송상 입증전환에 있어 법원 판결의 문제점
  • 승인 200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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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우<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의료과오소송상 입증전환에 있어 법원 판결의 문제점

 

의사에 일방적 입증책임 전가 `부당'

 

원인불명 의료사고에 일반적 허용 곤란

 

중대 과실등 예외적 사항에 한정 시켜야  

 

 

지난 2002년 안과의 라식수술을 받은 후 시력저하로 인하여 시각장애 6급의 판정을 받게 되자 2003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최근 2005년 2월 서울 서부지법 민사 5 단독심의 판결요지를 보면 의료행위와 손해라는 결과와의 인과관계에 있어 “라식수술과 망막박리의 발생에 대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라식수술과 망막박리의 발생에 대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의료행위상의 과실 이외의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망막박리가 발생하였다는 적절한 증거가 되기에 부족하다”며 판결의 이유를 밝히고 “의료행위상 과실여부에 있어서도 고도근시 환자에게 망막 이상이 있을 수 있음에도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 전 정밀 망막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의료상 과실이라며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그것이 의료과실에 의한 것이 아님을 입증할 책임은 해당 의사에게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현행 입증전환의 문제점에 대해 법리적으로 검토해 본다.  

Ⅰ. 법원의 일반적 태도  

먼저 진료과오 책임의 입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의료과실, 그리고 과실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이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의사측의 진료과오책임이 성립하려면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의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의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것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손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위반과 손해의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환자는 통상 의료상황에서 배제되어 있게 되고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진료상 과실행위와 악결과 사이의 인과적 과정을 쉽게 증명하지 못하는 입증곤란에 빠지게 되어 의료과오 소송시 법리적 문제점이 제기된다. 그러므로 입증에 관해서는 원칙적인 일반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하는바,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이상 의료행위를 한 측이 이와 다른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이를테면 환자에게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의료행위 이전에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한다.  

대법원이 다한증 판결(대판 1995. 2. 10 선고 93다 53402 판결)에서 환자측의 인과관계 입증부담을 완화한 후 이와 비슷한 판례가 계속되고 있으며 그 범위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Ⅱ. 의료과오소송에서 입증전환의 문제점  

의료소송의 합리적 구조를 위한 핵심쟁점이 바로 입증책임이다.  입증책임(Beweislast, Burden of proof)이라 함은 특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사실의 존부가 밝혀지지 아니한 경우에 어느 편 당사자에게 불이익하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진료과오책임의 성립에는 이러한 의사의 과실 행위와 환자의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과관계의 판단에 있어서 통설과 판례는 이른바 상당인과관계설을 따르고 있으며 이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가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인 환자측에서 의사의 진료상 과실 및 인과관계를 쉽게 증명하지 못하는 입증곤란(Beweisnot)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환자측의 입증곤란을 해소시키기 위한 시도로서 의사에게 입증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입증전환은 증명될 요건 사실들이 의사측 영역에서 발생하였으며 의사에 의해 보다 잘 증명될 수 있어 정당화되는데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에서 과실을 추정하는 것이며 상대방에게 책임위험을 귀속시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진료행위상 과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인과관계의 입증부담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일정한 요건 하에서 예외적으로 신중히 행하여야 한다. 즉 과실책임주의 원칙 하에서는 예외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사의 진료행위와 환자의 손해라는 결과 사이에 사실적 원인관계가 있다 해도 진료행위상 과실이 없다면 의사에게 법적책임이 부과될 수 없고 반대로 진료상 과실이 있다하여도 곧바로 손해에 대해 인과관계의 입증 부담을 전환시킬 수 없다.  이는 의사의 진료행위에 요구되는 전문직업적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중과실행위와 환자의 손해 사이에 개연성이 인정되고, 이로써 소송상 환자측이 입증곤란을 증대시킬 때에 비로소 실체적 책임귀속의 법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인과관계의 추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Ⅲ. 비판적 분석  

이러한 판결의 태도는 위험영역에 따라 입증 부담을 분배하고, 일부 의료행위에 대한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에서 진료결과 전부의 과책(Verschuden)을 입증 부담 없는 상대방에게 전가시킴으로서 실체적으로 위험책임을 귀속시키는 것으로서, 환자의 생명 신체·건강의 위해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의사의 직업의무(Berufspflicht)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사의 진료행위상 오진은 과실책임주의 원칙에 의해 규율되어야 하므로 의사의 책임이 의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단순히 진료행위에 모종의 과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인과관계의 입증 부담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 없으며 일정한 요건 하에서 예외적으로 신중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즉 원인불명의 의료사고에서 사실적 원인관계의 개연성만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귀속시키게 되는 인과관계의 입증전환은 인정될 수 없다. 그 이유는 환자의 위해는 진료행위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주로 환자의 기존질병에 그 원인이 있어, 의사가 위험원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료의 특수성에 비추어 입증전환은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이 점에 있어 독일 연방 법원은 인과관계의 입증전환을 인정하는 궁극적 당위성은 과실책임주의에 입각하여 의사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진료행위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성립된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과실책임주의 하에서는 의사의 과실이 명확하지 않고 인과관계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한 전보라는 명목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아 소위 `과오 없는 과실'이 되어 불필요한 배상을 하게 되는 위험이 있는 것이 모순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하급심 판결이나 대법원 판례에서는 이러한 비판적 분석에 따르는 판결이 인용되는 추세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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