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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토닌 드보르작 교향곡 제 9번 E단조 op95 '신세계 교향곡'
인토닌 드보르작 교향곡 제 9번 E단조 op95 '신세계 교향곡'
  • 의사신문
  • 승인 2009.01.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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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미국과 보헤미안 선율의 조화


매년 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면서 힘차게 첫 발을 내딛을 준비를 한다. 이 시기 여러 방송매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 중의 하나가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다. 이 곡은 드보르작이 가장 창작열이 왕성하던 40대 초반, 미국에서 작곡한 불후의 작품이다.

1880년대 후반 드보르작은 체코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작곡가로서의 명성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알려지게 된다. 1891년 미국 국립음악원의 설립자이자 사업가인 쟈넷 서버부인은 드보르작을 이 음악원의 원장으로 초대한다. 드보르작은 처음에는 거절하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좋은 계약 조건을 거절할 수 없게 된 그는 1892년 드디어 가족을 데리고 뉴욕으로 가게 된다. 그는 그로부터 3년 동안 미국에 체류하면서 첼로협주곡, 현악4중주 `아메리카', 현악 5중주 Eb장조, 그리고 신세계 교향곡 등 불멸의 명작들을 작곡하게 된다.

거대한 뉴욕의 거리와 살아 숨 쉬는 부두 등 신세계에서 느낀 강력하고 활기찬 인상과 미국의 광활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은 그의 창작 의욕을 자극했다. 특히 토착적인 인디언 민요와 흑인 영가 등의 연구는 새로운 소재로써 그의 악상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이러한 음악적 자료를 드보르작답게 보헤미안 특유의 선율로 조국애와 향수를 용해시켜 그만의 새로운 세계로 재창조해냈다.

특히 제2악장 `Going Home'은 아메리카 남부지방의 인디언 민요와 흑인영가 선율이 애절한 보헤미안 향수와 어우러져 듣는 이로 하여금 아득하고 그리운 고향의 풍경을 돌아보게 한다.

이 교향곡은 안톤 자이들의 지휘로 뉴욕 필에 의해 카네기홀에서 초연되어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이 곡이 초연된 후 뉴욕의 신문들은 논쟁의 붐을 일으켰다. 논쟁의 배경은 흑인이나 인디언의 노래에서 아메리카의 국민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해 흑인 작곡가 나다니엘 데드는 “이 교향곡은 그 자체로서의 음악적 가치를 떠나 흑인 음악의 어법이 가치를 갖는 가능성을 제시한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무의식 속에 잠재한 미국 백인의 생각 중에 흑인이 노예이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은 열등하다는 허구를 뿌리 채 뒤엎었다”고 논평했다.

이 곡을 `신세계에서'라고 명명한 것은 드보르작 자신이 붙인 것으로 정통적인 구상과 고안으로 새로운 구성을 시도하지는 않았으나 그 구성은 듣는 이의 마음 속 깊이 스며들면서 황홀케 하는 독특한 서정적 아름다움을 담은 선율로 가득 차 있다. 매혹적이면서 소박하고 때론 복받치는 감동과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특징은 드보르작 특유의 언어이기도 하다. 어느 작곡가에 의해서도 교향곡 분야에서 이만큼 민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게 소재를 다룬 적이 없었다.

제1악장 Adagio-Allegro Molto 신대륙의 여명을 연상시키는 듯한 서주가 힘차고 늠름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제2악장 Largo 잉글리쉬 호른으로 노래하는 선율은 너무도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절로 눈물을 맺히게 한다. 후에 드보르작의 제자인 피셔는 이 선율에 가사를 붙여 합창곡으로 편곡하였는데 그 곡이 바로 `꿈속의 고향(Going Home)'이다.

제3악장 Molto Vivace 민속 무용의 흥겨운 리듬이 주를 이루면서 애절한 트리오 선율과 잘 어우러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제4악장 Allegro Con Fuoco 힘찬 현의 유니슨의 서주에 이끌려 혼과 트럼본에 의해 주제가 힘차고 당당하게 나타나는 것이 가히 일품이다. 이 부분이 새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그 당당함에 있다. 중간 부분의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함께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져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들을만한 음반 : 안체를(지휘), 체코필(슈프라폰 1961); 야츨라츠 노이만(지휘), 체코필(슈프라폰 1981); 라파엘 쿠벨릭(지휘), 베를린 필(DG, 1972); 이스트반 케르테스(지휘), 런던 심포니(Decca, 1966);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심포니(DG, 1975);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시카고 심포니(DG, 197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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