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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성모병원 김경렬 호스피스
이사람/ 성모병원 김경렬 호스피스
  • 의사신문
  • 승인 2009.01.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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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나의 은인이자 삶의 활력소”

 “환자들은 저에게 사람을 보는 관점을 알려준 은인이기도 하며 삶의 활력소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힘들 때도 있지만 좋은 게 더 많기에 20년이 넘도록 성모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로 22년째 호스피스 봉사를 하고 있는 김경렬 봉사자. 그녀는 6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주 화요일 아침이 되면 경기도 수원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성모병원을 찾아온다. 말기암 환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20년을 넘게 환자들과 함께 해 지금은 눈빛만 봐도 환자 상태를 읽어낼 줄 아는 베테랑 호스피스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이 일이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이야 호스피스에 대해 잘 알고 환자나 보호자가 호스피스 봉사자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만 해도 우리를 ‘죽음의 사자’로 부르는 분들이 많았어요. 날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왔다며 눈도 안 마주쳤죠”

그런 일을 겪으며 그녀가 터득한 결론은 ‘진심’이었다. 사람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환자일수록 더 많은 만남과 대화를 가지며 그녀의 마음을 전했다. 심지어는 밤과 낮으로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글로 적어 편지로 보내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 결국 진심으로 대하면 환자도 마음의 문을 연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녀는 지금까지도 환자와 보호자 한명, 한명을 대할 때마다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

일하는 동안 환자의 입장을 보다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있었다. 지난 1992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환자의 입장이 된 것. 이때 그녀를 찾은 봉사자가 우연하게도 자극적인 향의 헤어 제품을 사용했고 당시 거부감을 느낀 김경렬씨는 퇴원후 그때의 경험을 동료와 후배들에게 전했다.

현재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환자를 마주하기 전 과거보다 더욱더 외모와 태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런 힘이었을까. 최근 성모병원이 개최한 ‘제29주년 자원봉사자의 날’에서 상을 수상했다.

“사실 20년을 채우고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환자들과의 인연을 놓는 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천직인가 보다’ 생각키로 했어요. 하나님께서 형제, 자매들에게 선행을 베풀라는 뜻이라 받아들이기로 했죠.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라며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남편과 자식들을 봐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싶습니다”

조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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