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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스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 68
요네하스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 68
  • 의사신문
  • 승인 2009.01.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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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의 에술성 닮은 탁월한 형식미

`거인의 발자국 소리를 등 뒤에서 들으며…' 브람스의 교향곡 1번 원본의 한구석에는 이러한 글귀가 쓰여 있다. 거인은 다름 아닌 그가 가장 존경하는 베토벤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는 베토벤을 능가하는 교향곡을 작곡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항상 억눌려 있었다.

브람스가 이 곡을 내놓은 1876년의 독일 음악계는 바그너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때로 이미 슈만은 죽은 지 20년이나 지난 뒤였고,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이 초연되기 위해서는 아직 4년을 더 기다려야했던 시기였다. 이런 후기 낭만파의 한 가운데에서 고전파 음악의 이상을 지키면서 당대의 교향곡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견고한 구성과 내용면에서도 브람스 고유의 서정적이고, 중후한 감정을 담고 있는 그의 교향곡들은 음악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중 교향곡 1번은 `고뇌를 극복하고 환희의 세계로'라는 의미처럼 그의 나머지 세 교향곡과는 달리 베토벤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러나 브람스가 그려내는 인생사의 괴로움과 기쁨, 투쟁과 승리는 베토벤의 영웅적이고 개방적인 면모와는 달리 보다 무겁고 어두운 면이 있으면서도 가슴에 품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려한 악상보다는 논리적인 형식미가 강조되어 있는 교향곡 1번의 아름다움은 바로 탄탄한 구조와 형식미에 있다. 브람스 특유의 무겁고 어두운 오케스트레이션 때문에 당대의 작품으로는 상대적으로 색채효과가 억제되어 있다. 그러나 색채효과가 억제되어있다는 것이 반드시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의 진정한 멋은 절제된 색상으로 화려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다. 곡의 근본은 회색빛 흑백사진을 보고 있는 듯하다. 채색화나 칼라사진의 화려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흑백사진이 진정한 예술적 우위를 가지고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기 위해서는 미묘한 빛의 조탁과 잘 짜여 진 구도가 더욱 요구되듯 이 곡은 탁월한 형식미, 절묘한 음색의 대비, 질서정연한 오케스트라의 균형 등이 마치 우아한 태피스트리처럼 잘 짜여져 있다.

브람스는 22살이던 해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듣고 감격해 교향곡을 쓰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그 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서주가 빠진 지금의 1악장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여러 차례 완성이 미루어지다 훗날 바덴바덴 근처에서 마침내 완성할 수 있었다. 이때 그의 나이 43세가 되던 해로 착상부터 완성까지 21년이나 걸렸다. 브람스가 얼마나 교향곡 1번의 작곡에 신중했는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곡을 들은 명지휘자 한스 폰 뵐로우는 “우리는 드디어 대망의 제10번 교향곡을 얻었다”고 격찬하였다. 교향곡 10번은 바로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이을 수 있다는 의미였으나 실은 교향곡 1번의 진가는 그 이상이었다.

제1악장 : Un poco sostenuto 운명의 시계바늘을 연상시키는 팀파니와 더블 베이스의 지속적인 울림은 포르테로 고정되고, 바이올린과 첼로는 상승음계를, 비올라와 목관은 하강음계를 연주하면서 마치 거인의 위압적인 발소리처럼 무서운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2악장 : Andante sostenuto 1악장의 비극적인 느낌에 이어 애수를 간직하면서 1악장의 긴장을 완화시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제3악장 : Un poco allegretto grazioso 첼로의 피치카토와 호른의 반주위에 클라리넷이 유순한 선율을 노래하듯 연주하는 로망스 악장이다.

제4악장: Adagio 마지막 악장으로서 승리의 노래를 부르지만 베토벤과 같은 환호와는 다른 것으로 과거의 아픔을 회상하는 듯 일말의 어두움이 담겨 있다.

■들어볼만한 음반 : 샤를 뮌슈(지휘), 파리교향악단(EMI,1968);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빈 필(EMI, 1947);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LA 필(DG, 1981);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지휘), NBC 교향악단(RCA, 1951);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8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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