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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문영목 회장 신년사
서울시의 문영목 회장 신년사
  • 승인 2008.12.3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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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질기의(護疾忌醫)의 독선을 벗고, 소의 지독지애(__犢之愛)를 배우자.



IMF 체제 이후 최대의 경제환란이 찾아왔던 2008년이 가고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경제 위기로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것을 보면 국가경제에서부터 서민경제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듯합니다. 미국발 경제위기라는 말로 우리가 처한 경제난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전문가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세계가 하나의 경제 블록이 된지 이미 오래이기에 그 같은 진단이 결코 틀린 말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새해 벽두이기에 더더욱 우리 안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



2008년을 장식한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가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꺼려 듣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눈 감고 귀 닫고 오로지 내 말만이, 내 판단만이 옳다며 위기를 자초하고 키운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은 말로 이 이상 가는 말이 없는듯하여 저 역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 서울시의사회는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2008년은 의협이 창립100주년을 맞은 기념비적인 해였습니다. 의협의 장자로서 우리 서울시의사회는 크고 작은 사업들을 통해 그 역량을 키웠습니다. 시민건강주간(건강엑스포)행사로부터 시작하여 법제연수교육, 보험연수교육, 학술대회에 이르기까지 연례행사들을 큰 탈 없이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도 2008년은 서울시의사의 날을 음악회라는 형식으로 성황리에 마친 뜻 깊은 한해였습니다. 더불어 매주 일요일 본회 회관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그리고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남대문 쪽방에서 노숙자 및 노약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단이 펼친 무료진료는 받는 이나 주는 이 모두에게 가슴 훈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듯 어지러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고 맞은 기축년 새해, 우리 앞에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경기침체의 여파로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는 의료수가 현실화 문제는 최대의 난제 중의 난제입니다. 우리 의료인이 국민건강의 첨병이라면 그 보루는 안정된 의료재정이라 할 것입니다. 빈약한 의료재정에서 의료수가의 현실화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의료수가가 현실화되지 못한다면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은 요원하며, 결국 이는 국민건강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서울시의사회 가족 여러분!

부모와 자식지간의 지극한 정을 표현한 ‘지독지애(__犢之愛)’란 말이 있습니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다는 뜻으로 소가 지닌 지극한 모성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질병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환자들에게 우리 의료인들은 바로 그 어린 송아지를 보살피는 어미 소와 같은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2009년 기축년 소의 해, 누구보다도 우리 의료인들은 이 말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예로부터 전쟁과 같은 환란이 생기면 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 지내고 발굽의 상태로 길흉을 점쳤습니다. 그렇듯 소는 단순히 농경을 돕고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하는 가축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소는 하늘과 통하고 충절을 의미하며 나아가 깨달음의 상징이기도 하였습니다. 2008년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아 그 증상이 악화일로를 걷던 정치인들의 싸움은 새해 벽두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제쯤 그들이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병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치료와 처방을 구할지, 완치가 가능한 시점을 혹여 넘기지는 않을지 걱정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허나 언제까지나 정치인들의 각성과 반성을 기대할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소의 해, 우리 의료인들이 먼저 지독지애의 본보기가 되어 위선자들의 호질기의를 치유함으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을 지혜롭게 풀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2009년에는 올해를 빛낸 사자성어로 지독지애(__犢之愛)가 국민 모두에 의해 만장일치로 선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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