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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태안반도
눈물 젖은 태안반도
  • 의사신문
  • 승인 2008.12.3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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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전 한국의정회 사무총장>

▲ 이병훈 고문
나는 이상하게도 물가나 바닷가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금강 상류 물가에서 고기 잡으며 뛰어 놀던 생각이 젖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안면도 바닷가에 가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지난해 12월14일 안면도에 내려가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바닷가에 나갔더니 동네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북쪽 학암포에 유조선이 터져서 우리지역에 기름이 흘러 들어오지 못하도록 오일펜스를 여러겹 치고 기름제거를 할 준비 모임인 것이다. 나는 TV 등 매스컴을 통하여 거대한 배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상황을 보았지만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과 함께 구름포 현장으로 달려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기름을 닦고 있는데 장화, 고무장갑 및 하얀 방제작업복 등은 기름범벅으로 보기 흉하게 되어 있었다.

다시 좀 더 상부 쪽으로 가보니 바닷가에는 기름 원액들이 10㎝ 두께로 깔려있으며 바닷가 부두는 온통 검은 타르 기름으로 잠겨져 있었다.

국립공원 태안반도의 청정해역에 1만2547㎘의 원유가 유출된 대형 해양오염 사고로 인하여 환경 재앙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 라이온스 본부에 전화를 거니 마침 라이온스 본부에서도 기름제거 봉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여 장화, 고무장갑, 방제작업복, 마스크 등이 필요하고 라면보다는 국밥을 먹을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의사회에도 날짜를 잡아서 봉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이후 여러 팀으로 나누어서 기름제거 봉사를 했고 대형버스 식당차를 동원하여 따듯한 국밥을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제공했다.

지난 봄에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한 태안기름 유출사고 세미나에 참석 한 적이 있고 2008년 12월7일부터 9일까지 태안 안면도에서 개최한 `2008 태안 국제환경포럼'에 참석했다.

서울에서 외국 초청 대표들과 동행하는 관계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어째서 의사가 기름사고 포럼에 참석하느냐”고 미국 사회 영향 평가연구소 소장이 묻기에 “무엇보다도 이번 사고에 대하여 예방 및 자연 환경 복원적 차원에서 나의 관심이 더 중요하다”라고 대답을 하면서 함께 담소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 태안군에 와서 기름 제거 작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원봉사자 130만명을 포함하여 총 인원 207만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이들의 봉사활동을 현금으로 따지면 아마도 수천억원이 넘을 것이다.

미국에서 30여년을 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김 교수가 한달전에 말한 것이 생각이 난다.

한국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잘 알다가도 모를 일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우수하고 유능한 선후배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모임을 갖는다면 일본 사람들은 일치 단결해 거의 다 참석하고 중국, 인도사람들은 90% 정도 참석하며 심지어는 베트남사람들도 모임에 참석률이 아주 높은데 한국 사람들의 모임은 참석률이 고작 20% 정도밖에 안 된다. 왜 그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태안 기름오염 사고 시에 보여준 국민들의 헌신적인 성원은 아마도 우리 역사상 영원히 빛날 것이다.

■한국 위험 사회

현대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대한민국은 많은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산업화와 선진화 정책으로 기술적 발달 및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져오는데 반하여 일상생활 속에 대참사의 가능성이 있는 사회라고 한국 위험 사회(Korea Risk Society) 이론을 외국 전문가는 말했다.

이제는 위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에 환경오염 복원을 위하여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할 시기가 된 것이다.

첫째, 해양 오염사고는 국제적으로 거액의 보상, 배상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총괄 특별청을 만들어 신속하게 종합적인 업무처리를 하는 것이 국제적인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선진국처럼 잘 사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재해대책 기금도 거대하게 사용하기 힘들다. 사고 발생시에는 우선적으로 기름유출 구멍을 막는 특수한 특공 부대를 창설하여 사고처리를 신속히 하는 것이 좋겠다.

셋째, 해양오염 대형사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자연현상인 지진, 홍수 및 쓰나미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환경적 사고와 기술적인 시스템 사고는 인간의 실수로 일어나지만 대개는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국제적인 유대와 협력을 도모하며 피해 시에는 긴급한 구조와 복구를 공동 추진해야할 것이다.

넷째, 자원봉사자의 업무를 높이 평가하고 각계각층의 봉사자들을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을 재구성해야할 것이다.

한반도 서해 바다에 뜻하지 않은 기름오염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태안반도는 갑자기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하는 악명 높은 지역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저명한 재난조사 및 환경 대표들이 연구, 조사 관광차 방문하게 됐다.

그리고 대형 사고 1주년을 맞이하여 2008 태안 국제환경포럼을 개최했고 행사가 끝나면서 역사적인 태안 선언문도 선포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 세계 20위권 `관광 코리아'로 추진한다고 하니 악명 높은 태안반도를 세계적인 관광 산업단지로 검토해 볼만하다.

최악의 위기를 위기로만 보고 방관하고 있다면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법이니 이번 기회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나도록 적극적인 국가적 지원과 국제적 후원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이병훈<전 한국의정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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