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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위헌상태 운영" 헌소 청구
"건보 위헌상태 운영" 헌소 청구
  • 김기원 기자
  • 승인 2008.12.29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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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이 지난 2003년7월부터 위헌상태로 운영되어 오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헌법소원이 청구되어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북아메디컬포럼(상임대표 경만호)과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회장 임광규)’은 “현 건강보험이 지난 2003년7월1일부터 위헌상태에서 운영되어 오고 있다”며 오늘(29일) 국민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들을 청구인으로 내세워 헌법재판소에 ‘국민건강보험법의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오늘 청구된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의 대리인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인 조선규 변호사와 장성규 변호사(법무법인 영진)다.

양 단체가 국민건강보험이 위헌 상태에서 운영되어 오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지난 2000년6월29일 헌법재판소의 국민건강보험법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에 의한 것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가 종래의 가입자 자치주의를 골간으로 하는 의료보험법을 폐지하고 직장가입자조합과 지역가입자조합의 조직 및 재정을 통합시킨 국가통제 중심의 국민건강보험법을 제정하자 직장가입자들이 지난 1999년5월20일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당시 직장 가입자들은 직장 가입자들과 지역가입자들의 재정통합으로 인해 보험료 부담에서의 평등이 이루어질 수 없어 자신들이 재산권을 침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통합은 보험료 부담의 평등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헌법적으로 허용된다’며 통합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재정통합 시한(2001년 12월 31일)까지 1년 반이라는 기간이 남아 있어 이 기간 내에 정부가 자영업자의 소득을 완전히 파악하든지 소득을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하면 되고 ▲법(국민건강보험법)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 보험료부담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 즉 대의기구로서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공익대표로 구성되는 ‘재정위원회’를 건강보험공단에 두고 있으므로 여기서 보험료를 평등하게 부담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면 된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양 단체는 이와관련, “이를 뒤집어 말하면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 이루어져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간 부담의 평등을 실현시키거나 재정위원회가 보험료를 평등하게 부담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면 위헌이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는 지난 2001년5월 건강보험재정이 파탄나자 2002년1월19일 소위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한시법; 2006년 12월 31까지 효력)’이라는 것을 만들어 헌재가 보험료부담의 평등을 보장하는 가입자의 대의기구로서 법적 제도적 장치라는 건강보험공단에 설치된 재정운영위원회의 보험료결정 기능을 정지시키고 보건복지부 소속하에 보건복지부차관이 위원장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토록 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공단에 설치된 가입자의 대의기구가 분명 아니다.

이러한 특별법의 시한이 끝나자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6년12월30일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 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의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결정권을 아예 삭제하고 그 기능을 보건복지부장관의 소속기관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하도록 고쳐버렸다.

이같이 건강보험의 주체인 보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와 가입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이 보험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 즉 가입자의 자치와 자율기능을 없애버렸다. 공단의 운영에 있어 투명성이나 개방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과 관련,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정 통합 이후의 지표들을 보면 99년 당시 직장 가입자들이 헌법소원 청구 시 제기했던 문제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법이 시행된 지 8년, 재정통합이 이루진 지 5년이 지난 현재 국민이 부담한 보험료 총액이 7조2,287억원(2000년)에서 21조7,863억원(2007년)으로 3.1배 늘어나는 가운데, 지역가입자의 평균보험료는 31,768원(2000년)에서 55,454원(2007년)으로 75% 인상에 그쳤다. 이에 반해 직장가입자의 경우 43,258원(2000년)에서 118,262원(2007년)으로 173%나 인상된 것을 보면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부담이 불평등함을 알 수 있다. 또 통합으로 인해 국민 부담이 가중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번 헌법소원 판결에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면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이 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이 다시 분리될 경우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 조직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거대조직을 유지할 이유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에 청구된 헌법소원의 파괴력이 크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이번 헌법소원이 한국의 의료제도 자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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