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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개원가 고사 상태
결산-개원가 고사 상태
  • 김향희 기자
  • 승인 2008.12.23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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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가와 경제위기로 개원가 고사 상태

움직일줄 모르는 저수가의 구조적 모순에 더해 계속되는 경기침체의 여파와 끝없이 치쏟는 환율 폭탄이 겹쳐 올 한해 개원가의 어려움은 극에 달했다.

이런 어려움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개원가 의사의 잇따른 자살 소식으로 충격을 더했다. 4월에 이어 지난 11월 자살한 의사의 경우 경영난이 가중되어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는 것.

얼마 전에는 40대 여의사가 이틀에 걸쳐 연속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녀는 현행 의료보험 수가가 너무 낮아 정상적인 병원 경영이 어렵고 또 병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검사를 병행한 것 뿐인데 무조건 부당청구로 내몰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의사들의 흉흉한 자살 소식은 개원가의 어려운 경영난과 낮은 보험수가, 부당청구 등 의료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을 항변하고 있는 듯해 더욱 안타깝다.

또 지난 10월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5억원 이상 고액 채무자 57명 중 32명이 의사라고 알려진 것 역시 개원가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올 한해 의사들의 파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전해졌다.

이는 IMF 때보다 전체적으로도 늘어난 수치며 따라서 의사들의 파산신청은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출금을 빌려 개원을 준비하거나 병원을 운영한 경우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심각한 병원 경영난으로 대출하는 의사들도 2~3배 늘어났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개원가의 폐업률 또한 20%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폐업 사유 역시 기존에는 병원 이전이 많았다면 올해는 단연 어려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단적으로 ‘개점 휴업’ 병원 또한 늘어나면서 초기 개업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데다 전년에 엔화 대출까지 병행했던 개원가의 일부 병원들이 엔화 환율 폭등까지 겹쳐 IMF 때보다 더 상황이 심각함을 확연히 보여준다.

특히 환율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방사선 필름 등의 치료재료 가격 상승은 가뜩이나 어려운 개원가를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다.

대형병원의 경우 방사선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엑스선장치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필름을 사용하고 있는 개원가는 실질적인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경영난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마련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백경렬 회장은 수차례 복지부에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했고 환율인상분 관련해 지금까지의 환율변동분을 소급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에 대해 한마디로 ‘힘들다’ 라는 답변이었다.

또 백 회장은 매번 환율이 오를 때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미리 환율요인을 고시변화 요건에 포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요구에 대해 복지부 측은 고려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말했다.

한편 개원가의 자구적인 생존을 위한 사투는 힘겹다. 경영난과 진료의욕 저하에도 불구하고 인원감축은 물론 타과진료나 대체의학시술, 비만 클리닉 운영, 진료시간 연장, 운영비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 등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산부인과의 경우 전문의 자격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전향해 성형외과나 피부과로의 과목변경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최근 경기여파에 따른 환자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개원가의 실태는 설상가상 개원의들의 진료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는 가장 큰 주범이기도 하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원의 2명 중 1명은 ‘어렵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의원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9.4%가 ‘의료업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 ‘차라리 이민 가서 의사로서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개원가 의사도 1.7%나 되었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우리나라 개원시장 자체의 존립여부까지 거론될 정도다. 특히 2009년 경기전망 역시 올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정부당국의 정책적인 대안은 전무한 상태라 대책 없는 개원가의 한숨 소리는 더욱 깊어만 간다.

어려운 개원가의 가장 큰 문제점의 본질은 ‘낮은 의료수가’다. 따라서 ‘수가 적정화’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개원가의 불황을 타개하기는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동네의원급 수가협상은 올해보다 그저 2.1% 인상된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되어 가뜩이나 힘든 개원가를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김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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