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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7번 E장조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7번 E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08.12.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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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하고 서정적인 오르간 사운드 장관


브루크너는 74세로 죽을 때까지 평생을 경건한 수도사처럼 살면서 기도하는 자세로 종교적인 깊은 울림으로 하나 하나의 교향곡을 써나갔다. 베토벤에 의해 구축된 교향곡의 높은 봉우리를 이어받은 후계자로서 브루크너가 차지한 음악사적 위치는 깊고도 높았는데 이 대부분은 그가 남긴 10곡(0번∼9번)의 교향곡에 의하여 확실하게 다져진 것이다.

그러나 브루크너가 교향곡 작곡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기까지는 많은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다. 오스트리아 시골사람이라 스스로를 자처하면서 사투리를 그대로 구사하고 사교성도 없어 비엔나의 사교계나 음악계에서는 아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어떠한 비난과 야유, 조소에도 묵묵히 대처하면서 신중을 기해 교향곡들을 한 곡 한 곡 발표해 나간다.

그에 있어 1881년 교향곡 4번 `낭만적'의 초연은 그에 대한 평가를 달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오르간적 중후함으로 압도한 이 교향곡을 듣고 난 후 본 고장인 비엔나 사람들은 비로소 브루크너라는 작곡가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이 곡이 작곡된 때가 1874년, 이미 그의 나이 50으로 다른 작곡가들이라면 모든 작곡을 완성하거나 사망할 나이였음에도 그는 그 때부터가 시작인 셈이 되었다. 그 후 7년여에 걸쳐 교향곡 5번과 6번을 발표하고, 그로부터 2년 후인 1883년 브루크너를 진정한 교향곡 작곡가로서 그 위치를 확고하게 다져놓게 되는 제7번을 완성하게 된다.

아무튼 브루크너는 교향곡 제7번을 통해 그전에 볼 수 없었던 뚜렷한 악상의 발전과 감정의 심오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웅대한 구성을 바탕에 깔고 큰 스케일로 전개해 나가는 관현악의 충실한 울림은 가히 브루크너 특유의 고고함과 정숙함이 가득 차 있다. 특히 제2악장의 아다지오는 교향곡 역사상 보기 드물게 보는 길이와 느린 템포로 일관하면서 침통한 분위기로 이끄는데, 이 악장은 브루크너가 평생을 통해 존경하던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특별히 배려한 장송곡이기도 하다.

서정적 아름다움과 선율의 풍성함을 내뿜는 교향곡 7번은 자연과 종교 사이에서 그의 일생을 감싸고 있던 숭고한 분위기로 시종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의 만년 3대 교향곡에서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데 그중 7번 교향곡이 가장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브루크너가 남긴 10개의 교향곡은 그를 바로 뒤따르던 브람스를 교향곡의 세계로 이끌어 훗날 교향곡의 거장으로 완성되게 하는 발판이 된다. 브람스가 교향곡을 쓸 때는 항상 브루크너를 의식하면서 써나갔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이 차지하는 비중은 낭만주의 음악사 특히 후기 낭만파의 최고봉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제1악장 : Allegro Moderato 바이올린의 트레몰로가 고요히 드리워지며 첼로의 칸타빌레가 영원으로 수직 상승하는 듯 시작한다. `높고 밝은, 저 먼 곳으로 인도하는' 고결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브루크너 관현악의 특징인 `오르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장관이 보인다.

제2악장 : Adagio `극히 장엄하고 느리게' 이 악장은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송곡으로 브루크너가 새로 도입한 4대의 `바그네리안 튜바'를 사용하여 무겁고도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고 후반부 현악으로 평안하게 인도한다.

제3악장 : Scherzo `아주 빠르게' 멀리서 호른이 나타나면서 서서히 여명을 밝히는 듯 오스트리아 민속풍의 악장으로 관현악의 조화가 거대한 원을 형상하게 하는 우주를 그린다.

제4악장 : Finale `쾌활하게-너무 빠르지 않게' 계속되는 트레몰로로 긴장된 느낌을 주는 악장으로 그동안의 주제들이 어우러져 `천국의 문'이 열리면서 총체적인 결말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 필(EMI 1949); 오이겐 요훔(지휘), 베를린 필(DG 1965); 부르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교향악단(CBC, 1961);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빈 필(DG 198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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