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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4번 Eb 장조 '낭만적'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4번 Eb 장조 '낭만적'
  • 의사신문
  • 승인 2008.12.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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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우주와 작곡가의 순수한 대화


브루크너는 사색하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직관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별로 책이나 신문도 읽지 않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정치문제 따위에는 더더욱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도시를 싫어했고 사교성도 없었다. 오직 말없는 대자연만을 사랑하며 평생을 살았으며 독실한 가톨릭신자로서 예술과 신앙생활에만 파묻힌 생활을 영위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시골 안스펠드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 부친을 여의고 수도원의 소년합창단원, 보조 오르간니스트 등을 지냈다. 린츠 사원의 오르간주자가 된 다음에는 비엔나 음악학교 교수가 되어 오르간 음악의 명인으로 인정받은 브루크너는 19세기 후반 최대의 교회음악가로 평가받게 된다. 그의 교향곡은 베토벤 형식을 완전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구성을 완성했으며 슈베르트의 리듬과 바그너의 화성에 영향을 받아 이를 접목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작곡가로서의 인정은 만년에 얻게 되면서 후기 낭만파 작곡가로서 자리 잡게 되지만 그의 진가가 올바르게 인정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난 1차 대전 후부터였다.

`낭만적'이라는 제목 자체가 아주 관념적인 이 교향곡은 1874년에 완성됐는데 초고에 문제가 있어 작곡자 자신이 여러 차례 수정을 하게 된다. 그 후에도 곡이 너무 길어 청중이 지루해 한다고 하여 1880년에도 대폭 수정을 거친다. 이 교향곡은 1881년 2월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비엔나에서 초연된 이후 크게 성공을 거둔다.

브루크너 교향곡의 개시로서 항상 나타나는 트레몰로가 점차적으로 강화되면서 뒤이어 호른이 주제를 시작하게 되고 깊은 숲속을 방황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와 금욕적이며 종교적인 브루크너의 치열한 정열을 웅대한 금관의 포효로 고양시키면서 진행한다. 브루크너는 이 부분에 대해 “평온한 중세의 도시, 여명이 밝아올 무렵 성탑에서 아침 신호가 울려 퍼지면서 성문이 열리고 백마 탄 기사들이 숲을 향해 사냥을 떠난다. 그들은 숲속의 신비에 싸인다. 숲의 속삭임, 새들의 지저귐, 이러한 자연의 낭만적인 광경이 전개된다.”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이 교향곡을 `숲의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독일의 울창한 산 속에서 맛보는 신비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으며 브루크너의 자연에의 애정의 산물로서 관념적으로 `낭만적'이라 부르게 된다.

브루크너의 음악을 이상적으로 표현하려면 풍성한 인간적 감정과 깊은 정신의 통찰이 필요하다. 그것은 또한 순수한 대자연이나 대우주의 메아리가 되어야 하고, 그만큼 티 없이 맑은 투명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한 엄격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나친 개성이나 주관적인 인간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메마른 감정의 소유도 안 된다. 즉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여실하게 표현해야 하고 극단적인 소박함이 있어야 한다.

제1악장 Allegro molto moderato `조용하고 쾌활하게'는 서두의 호른 소리가 동트는 새벽을 알리는 느낌으로 고조되면서 현악기와 목관악기의 다성부적인 발전을 하게 되고 다시 숲속을 생각하듯 혼과 목관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주제가 전개된다.

제2악장 Andante quasi Allegretto 어둡고 무거운 전주에 의해 장례 행렬이 다가오는 듯한 분위기의 첼로 주제가 슬픔에 젖은 듯이 나타난다. 주제는 숲속을 산책하는 듯 목관으로 옮겨진다.

제3악장 Scherzo `쾌활하게' 사냥용 뿔피리며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 사냥꾼의 당당한 모습이 연상된다.

제4악장 Finale `적당한 쾌활함으로'에서 비로소 브루크너적인 깊이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대자연과 우주와 작곡가의 은밀하고 순수한 대화의 표현이기도 하다.

■들을만한 음반 : 한스 크나퍼츠부쉬(지휘), 빈 필(Decca, 1955); 오이겐 요훔(지휘), 드레스덴 국립오케스트라(EMI, 1975); 칼 뵘(지휘), 빈 필(Decca, 1973); 귄터 반트(지휘), 베를린 필(RCA, 199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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