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5:18 (금)
환자의 지식보다 높은 의학 정보로 납득시켜야
환자의 지식보다 높은 의학 정보로 납득시켜야
  • 의사신문
  • 승인 2008.11.24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잘하는 의사가 환자 진료도 잘한다 Q&A(23)

비아그라 등 특정 약 처방을 부탁할때

Q〉 비아그라나, 셀렉틴캅셀, 리덕틸, 로야큐탄 등 특정한 약을 처방해 달라고 부탁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약은 누구나 먹으면 되는 약이 아니기에 환자의 건강 상태나 병력 등을 알아봐야 합니다.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환자가 거부감 없이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요?

A〉 환자가 요구하는 특정한 약의 부작용에 대해 가능한 낱낱이 설명해 주시면서 기존에 환자가 인식하고 있는 정보 이상의 높은 정보를 제공하셔야 합니다. 또 그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마음대로 처방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의사의 책임감과 연계하여 설명하면 효과적입니다.

요즘 환자들은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의 장점이자 단점인 `정보의 유한한 개방성' 때문에 그야말로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특정한 약이나 치료의 효능에 대해 인터넷에서 보고 무조건 그 약을 처방해달라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약이 환자가 잘 모르는 부작용이 있다거나 사전 검사를 실시한 후 정확히 처방되어야 하는 약이라면 환자에게 절대로 그냥 처방해 주시면 안 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가 아는 의학적 지식보다 수준 높은 지식으로 환자를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조건 `안 된다' `처방이 안 된다' 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처방이 되지 않더라도 환자가 수긍할 확률이 높습니다.

즉 환자가 특정 약을 처방해달라고 이야기한다면 환자에게 그 약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먼저 물어보셔야합니다. 물론 이때는 환자에게 따지거나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목소리로 좋게 이야기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가 자신이 아는 의료 지식 선에서 그 약에 대해 설명한다면, 그러한 장점 외에 그 약이 갖고 있는 부작용이나 특성에 대해 구체적으로(가능하면 생생한 묘사를 곁들여)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을 강조하셔야 하며 이때는 의사들이 사용하는 의학전문 용어나 표현들을 적절히 섞으셔도 무방합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나 화법'으로 배려심 표현

직접화법 사용시 환자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Q〉 제가 돌려서 말하는 성격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본의 아니게 말로 상처를 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괜히 돌려 말하는 것보다는 직접적으로 알아듣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중에 오해도 없고 더 좋지 않은가요? 특히 치료와 관련된 일들은 `직접적인 화법'이 좋다고 알고 있는데요.

A〉 네. 맞습니다. 진료 시에는 간접적인 화법보다 “A는 B입니다”식의 직접적인 화법이 효과적입니다. 몸이 아픈 환자들은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다 특히 치료법이나 증상에 대한 설명은 평소 쉽게 접하지 않는 내용이 많기에 간접적으로 돌려 이야기하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학적 지식이 그리 높지 않기에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거나 간접적으로 설명하면 의사의 설명을 선택적으로 지각하고 받아들여 예상치 못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직접적인 화법은 유지하되 그로 인해 종종 환자에게 상처 주는 일이 있다면 표현방법에서 조금 더 신중을 기하시길 바랍니다. 일례로 조언, 당부, 부탁, 강조 등은 (환자를 주어로 하는) `You(너)'화법이 아니라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는 (주어를 선생님으로 하는) `I(나)'화법이 좋습니다. 즉 “(환자분) 이렇게 하세요!”보다는 “이렇게 하시면 (제가) 좋겠네요(좋겠습니다)!”식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문장의 주어를 `환자'에서 `의사'로 바꿔 전하기에 어감이 훨씬 좋아집니다. 같은 주의라도 훈계나 꾸짖음이 아닌 배려가 담긴 바람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시술이나 수술을 권할 때나 환자의 행동을 바로 잡아줄 때 역시 화법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환자에게 말로 상처 주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같은 메시지라도 말의 뉘앙스나 목소리 크기, 어조, 톤, 음색 등도 간과하지 말고 부드럽게 들리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메러비안의 연구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제 메시지 내용보다 그 메시지를 전할 때의 목소리 톤이나 어조, 말투 등 메시지를 담는 말의 그릇이라고 합니다.

또 같은 메시지라도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영향력을 가지기에 그 아무리 배려가 담긴 메시지일지라도 그것을 전할 때 의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거나 눈빛이나 자세가 강압적인 느낌을 준다면 환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의사의 모습에 더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말의 내용 하나하나 보다는 전체적으로 들리는 말투나 어조, 그리고 환자의 눈에 보이는 표정과 눈빛 등이 메시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특별히 말은 한 번 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만큼 진료 시 대화 역시 2퍼센트 아끼며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독자 여러분들께서 진료 커뮤니케이션 상의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의사신문(이메일 docnews@hitel.com, 팩스 02-2676-2108, 우편)으로 질문내용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