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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유감 <94>
개업 유감 <94>
  • 의사신문
  • 승인 2008.11.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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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는 처음입니다” “비뇨기과가 아니라 피부과 진료받으러 왔습니다” “문 앞까지 왔다가 돌아간 적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성병이나 발기부전 같은 은밀한 부분을 다루기 때문인데 환자들을 길에서 만나도 아는 채 하지 않고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마주치면 긴장한다. 먼저 아는 채 하기 전에는 필자는 모른 채 한다. 한 자리에서 23년째 개업하고 있지만 다른 과처럼 소개로 오는 환자는 거의 없고 입소문이 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늘지 않는다. 불륜이 넘치는 요즘, `성'은 더욱 은밀한 것이 되었다.

`성'을 남자만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도 부끄러워한다. 이 부끄러움이 불륜을 만들어낸다. `성'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남자는 아내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요구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만족을 얻고자하며 불륜에 참여한다.

아내와 성관계를 할 때 불을 끄고 하지만 외도할 때는 불을 켜고 한다. 아내와의 성 관계는 부담을 느끼지만 외도는 부담이 없고 뻔뻔하다. 나는 결혼을 앞둔 부부에게 신혼 첫날밤에 같이 샤워하고 불을 켜고 하라고 권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옷을 벗었으니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1년에 성매매로 오가는 돈이 24조원이나 되고 이보다 더 많은 불륜이 존재한다. 성병이 의심되어서 오는 환자 중 성 매매보다는 불륜에 의한 것이 더 많다. 불륜은 도박과 같은 기전으로 중독이 된다. 경마나 포커나 고스톱이나 바다이야기 같은 모든 도박이 중독이 되는 이유는 마약을 할 때와 같이 도파민이 분비되어 흥분 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불륜도 도박과 같이 동일한 스릴을 느끼게 되고 이 스릴이 우리 몸에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고 이것이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들어 흥분하게 된다. 불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박이 판돈이 더 커져야 흥분이 되듯이 불륜도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나선다. 도박이 치료되기 힘들듯이 불륜은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병원에는 80세를 넘긴, 잘 걷지도 못하시는 분이 성 중독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나라에 성 중독자가 300만명이 넘는다. 친구 따라 경마장에 한 번 간 것이 도박 중독이 되어서 가산을 탕진 하듯이 친구따라 외도를 시작한 것이 중독이 되어 가정이 무너지고 자녀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고 가산을 탕진하게 된다.

부부간에 성 관계가 친밀하고 서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부부는 불륜에 떨어지지 않는다. 사랑은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아내나 남편에게 자신의 몸을 주는 것이고 자신의 몸을 자기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 것이며 자신의 것으로 상대를 기쁘게 하겠다는 의지적 결단이다. 그리고 사랑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우리가 정작 부끄러워해야할 것은 생리적 욕구에 따라, 먹음직스러운 것들을 따라 자신의 몸을 던지는 절제하지 못함에 있다.

생리적 욕망은 끝이 없고 만족함이 없다. 혼전 동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속궁합이 맞으면 결혼하겠다는 주장이지만 더 잘 맞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이 욕망의 실체다. 그리고 그 덫에 걸려 나오지 못하고 서서히 죽게 되는 것이 욕망의 종말이다.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불나비같이 욕망을 찾아 종말을 향해 달려간다. 저 멀리 등대에선 빛을 비추지만 이미 어둠에 속한 사람들은 빛을 피한다.

이주성<인천 이주성비뇨기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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