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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C단조 작품 14a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C단조 작품 14a
  • 의사신문
  • 승인 2008.11.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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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정열적인 '로맨티스즘'


이 교향곡의 악보 한쪽 구석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다.

“사랑에 번민하던 어떤 예술가가 격정적인 욕망의 발작을 참을 수가 없어서 아편을 먹고 죽으려고 했다. 그러나 약의 분량이 적어서 깊은 잠에 빠지고 꿈을 꾸게 된다. 그 꿈 속에서 예술가의 사랑이 재현되지만 환상적인 무서운 결말을 가져오게 된다”

사랑하는 그녀는 그에게 있어 하나의 선율로서 나타나게 된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로도 또는 음흉한 선율로도 표현될 수 있는 복잡하고도 힘든 감정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곡이다.

24세 때 베를리오즈에게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영국의 섹스피어 극단이 파리에 왔을 때 당시 유명한 프리마돈나였던 스미드슨을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당시 무명이었던 베를리오즈는 짝사랑으로 고민한 나머지 자살까지 기도하게 된다. 그 자신의 말과 같이 지옥과 고뇌의 경지로부터 도피하려는 갈등에 싸인 생각을 음악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 된 것이다.

이 교향곡은 `어느 젊은 예술가의 생애'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젊은 예술가는 베를리오즈 자신을 가리키고 `연인'은 스미드슨을 의미한다. 훗날 그의 정열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1833년 결혼하게 되지만 7년 후 헤어지고, 그녀가 죽자 그는 다른 여자와 재혼한다.

1830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 곡은 그의 정열적인 로맨티시즘이 가장 단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한낱 무명의 청년 작곡가에 불과했던 그의 이름을 온 세계에 알린 출세작이기도 하다. 슈만이 “베를리오즈를 천재라고 인정해야 할까, 아니면 음악적인 모험가라고 해야 할 것인가?”라고 말했듯이 절대 음악의 최고 형식이었던 교향곡 속에 표제적인 요소를 대폭 끌어들여 `표제음악'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하게 된다.

베를리오즈는 형식미를 지니고 있는 고전 음악에다가 문학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표제음악을 창안하였고, 관현악법에 있어서 새 분야를 개척하였다. `표제음악의 완성자'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는 후대에 커다란 영향을 준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또한 그는 음악에 있어서 고정 관념(Idee fixe)이란 것을 창안했는데, 예를 들면 어떤 이야기를 음악으로 묘사할 경우에 특정한 음정 관계로 이루어진 모티프 또는 주제로서 문제의 주인공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제1악장 꿈 : 열정: “그는 연인과 만나기 전에 품고 있던 야릇한 기분과 가눌 길 없는 정열, 참을 수 없는 기쁨과 우울함을 느낀다. 연인과 만나는 순간에 불붙은 뜨거운 열정, 광기에 가까운 고뇌 그러나 후에 종교적인 위안으로 서서히 바뀌어간다.”

제2악장 무도회 : “그는 현란한 축제 분위기의 무도회에서 다시 연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제3악장 전원의 풍경 : “어느 여름날 해질 무렵에 젊은 예술가는 두 명의 목동이 부는 피리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요한 자연의 풍경, 산들바람에 나무들이 소곤대고 훗날의 밝은 희망으로 그의 가슴은 한없이 부푼다. 그러나 이때 연인의 모습이 떠올라 그의 마음은 불길한 예감으로 떨리게 된다.”

제4장 단두대로의 행진 : “질투로 미친 젊은 예술가는 꿈 속에 그리던 연인을 죽이고 만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으로 끌려간다. 그 행렬은 처음에는 장중하고 을씨년스럽다가 이어 시끄럽고 흥분의 상태로 이어진다.”

제5장 마녀(사바)의 밤의 꿈 : “젊은 예술가는 꿈 속에 마녀들의 잔치에 참석한다. 괴이한 소리, 탄식, 낄낄거리는 웃음소리 등. 그때 꿈 속에 그리던 연인은 마녀가 되어 잔치에 자리하고 있다. 진노의 날 우스꽝스러운 패러디, 마녀들의 웃음이 한 데 어우러져 열광적으로 고조되며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피에르 몽퇴(지휘), 빈 필 오케스트라(RCA, 1963) ; 샤를 뮌쉬(지휘), 파리관현악단(EMI, 1967) ; 정명훈(지휘), 파리 바스티유오페라 오케스트라(DG, 1995); 피에르 불레즈(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CBS, 196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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