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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A장조 Op. 90 '이탈리아'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A장조 Op. 90 '이탈리아'
  • 의사신문
  • 승인 2008.11.0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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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풍경화'


멘델스존이 자란 환경은 당시 대부분의 낭만파 작곡가와는 달리 매우 유복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지닌 상류 가정이었고, 독일의 문호 괴테의 귀여움을 받으며 그 집을 자주 드나드는 소년기를 보냈다. 이런 배경으로 그의 음악성은 다른 작곡가와는 달리 화려하고 우아하며, 음악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고, 자신만의 철학이 확연히 스며있다.

멘델스존은 당대의 음악가 가운데 가장 많은 여행을 한 작곡가다. 그의 걸작 가운데 여러 곡이 그가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지 중 이탈리아는 그에게 아름답고 서정적인 서곡이나 교향곡을 작곡하도록 충동하였다.

이 곡은 멘델스존이 21세인 1830년 1년 동안 이탈리아 로마에 체류 중 작곡에 착수해 24세 때인 1833년 3월 완성했다. 제3번 교향곡 `스코틀랜드'를 능가하고 그의 다섯 개 교향곡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걸작이다. 1832년 런던 필하모니협회는 멘델스존에게 교향곡, 서곡 및 성악곡을 각각 하나씩 쓰도록 위촉하였다. 이를 계기로 멘델스존은 이탈리아에서 쓴 교향곡의 초고를 다시 정리해 완성하였고, 서곡 `핑갈의 서곡'과 함께 1833년 5월 13일 런던 필하모닉을 스스로 지휘하여 초연했다. 그 후 멘델스존은 이 곡을 곁에 두고 개정을 계속했는데, 1837년 그의 편지에 의하면 그 해에 개정을 끝내고 같은 해에 재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교향곡은 모차르트적인 명쾌함, 특히 남부 유럽의 밝은 하늘 아래 이탈리아의 풍경과 풍속과 이야기, 거기서 받은 강한 인상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작곡자 자신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며 전체적인 관현악적 구조도 무겁지 않으면서 탄탄하다. 관악파트는 마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가 쓴 듯하며 현악의 화성과 리듬도 비엔나 풍으로 가볍고 상쾌하다. 이러한 분위기로 멘델스존의 친구인 슈만은 “우리를 이탈리아의 밝은 하늘 아래로 이끌어간다. 이 곡을 들으면 어느 누구도 이탈리아의 감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했다.

안개짙은 북해의 해안과 전설 가득 담긴 고성에서 느낀 영감의 산물로 작곡된 제3번 교향곡이 매우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것과는 달리 제4번 교향곡은 이탈리아 남부의 밝은 태양과 맑은 하늘, 새파란 바다, 비옥한 토지 등 아름다운 경치 속에 고대 로마의 찬란한 역사를 가미시켜 매우 명랑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멘델스존은 그만의 특수한 화법을 사용하여 곡을 채색하기 때문에 후세사람들은 그를 `음악의 풍경화가'라 부른다.

제1악장 Allegro vivace : 활짝 트인 코발트빛 남부 유럽의 하늘, 상쾌한 대기의 향기와 정서가 풍부하게 드러나고 있다. 남국적인 밝고 즐거운 제1테마가 바이올린으로 나타나는데 이탈리아의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연상하게 한다. 제2테마는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데 감상적인 정취가 다소 풍기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명랑하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 로마로 참회의 여행을 떠나는 순례의 합창을 방불하게 하는 악장으로 맑고 깨끗한 기분에 넘쳐 있다. 전 악장을 통하여 깨끗하고 간결한 매력이 있다. 서정미가 풍기는 가곡풍 리듬과 자못 흥분된 가락이 나타난다. 종교적인 행사를 보고 작곡한 것이라 하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는 옛 시대의 로맨스를 정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3악장 Con moto moderato : 가볍고 즐거운 리듬은 작곡가의 마음 속에 약동하는 여행의 즐거운 인상을 나타내고 있는 전통적인 미뉴에트 악장이다.

제4악장 Saltarello-Presto : 역사의 도시, 남유럽의 불타는 듯한 정서에 채색된 사육제, 난무하고 교차하는 이탈리아 특유의 살타렐로와 타란텔라 리듬이 이 악장 전반에 흐르고 있다.

■들어볼만한 음반 :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지휘), RCA교향악단(RCA, 1954);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84); 쿠르트 마주어(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Eurodisc, 1978); 쥬세페 시노폴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DG, 1983)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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